"북한은 왜 쓰레기 풍선 날려요?" 묻는 아이들
[변택주 기자]
[기사 수정: 6월 10일 오후 5시 55분]
"북한과 우리는 한 나라였는데 왜 갈라졌어요?"
"북한은 왜 쓰레기 풍선을 날렸어요?"
여러 생각거리를 던지는 물음, 쉽사리 답하기 어려운 물음들이다. 지난 6월 3일 부천 송내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 쉰네 번째 꼬마평화도서관 문을 여는 자리에서 아이들이 던진 물음으로, 이 물음을 던져본 적 없는 어른도 적잖을 테다.
▲ 북한과 우리는 한 나라였는데 왜 갈라졌어요? 어려운 물음들을 쏟아내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 |
ⓒ 꼬마평화도서관사람들 |
송내초 꼬마평화도서관은 "잘 노는 것이 곧 평화"라는 뜻을 가진 1학년 담임 안용덕 선생이 마음을 내어 문을 연 도서관이다. 경기 부천에 있는 초등학교에 꼬마평화도서관이 들어선 것은 부천 심곡초 돌봄 1반 교실에 이어 두 번째이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부천여고 앞 작은 책방 빛나는 친구들과 올 1월에 문을 연 로봇이 그림책을 배달하는 식당 서안메밀에 이은, 부천에 들어선 네 번째 꼬마평화도서관이다.
꼬마평화도서관을 알리는 시간, 통일로 꼬마평화도서관장 '늘보'(활동명)가 평화가 무엇이냐고 묻자 여기저기서 번쩍 손을 든다.
"사이좋게 지내는 거요."
"싸우지 않아야 해요."
"서로 친하게 지내기요."
서슴없이 털어놓는 아이들에게 늘보가 "그러게. 평화, 너희가 말하는 것처럼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인데 어른들은 가자지구나 우즈베키스탄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니 참 딱하지?"하는 혼잣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우리나라도 싸우고 있어요." 하는 말이 튀어나온다. 1학년 아이들인데 모르는 게 없다.
안용덕 선생이 궁금한 게 있으면 물으라고 하자, 바로 "전쟁은 왜 해요?" 한다. '전쟁은 왜 하지?' 머릿속이 갑자기 하얘진 늘보가 머뭇거리다가 "욕심 때문이야"라는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욕심은 왜 생기는데요?" 하는 물음이 잇따른다.
"욕심은 더 많이 가지려는 데서 오는데 어른들이 싸우는 전쟁도 지나친 욕심 때문에 일어나요"라고 하기가 무섭게 또 손을 번쩍 든 아이가 묻는다. "북한과 우리는 한 나라였는데 왜 갈라졌어요?", 그러자 옆 아이가 "북한은 왜 쓰레기 풍선을 날렸어요?" 묻기도 했다. 호국보훈의 달이라는 6월, 어떻게 얘기해줘야 하나 진땀을 뺄 수밖에 없는 물음이다.
"일제강점기라고 해서, 일본이 우리나라를 35년 지배한 시기를 알지요? 일본이 항복하자, 미국과 소련이 우리나라에 삼팔선을 긋고 서로 나눠 가졌어요. 우리나라는 우리가 서로 제 욕심을 채우려고 싸우다가 갈라선 게 아니에요. 갈라진 건 우리 잘못이 아니었어요. 그러나 갈라진 뒤로는 우리도 잘 못했어요. 우리가 스스로 갈라진 게 아니니 되돌릴 수도 있었으나 남도 북도 그러지 못했어요.
이제부터라도 우리가 잘못을 뉘우치고 서로 가까워지도록 애써야 해요. 이렇게 평화를 가져오고 지키고 퍼뜨리려고 나라 곳곳 꼬마평화도서관을 열고 있어요. 송내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 오늘 문을 여는 꼬마평화도서관은 쉰네 번째예요. 평화 그림책을 연주하면서 평화를 더 깊이 알아가는 것이 이 도서관을 하는 까닭이에요."
▲ 십시일반 모이는 평화 책 왼쪽 안용덕 담임 선생, 오른쪽 기증자 강향숙 선생 |
ⓒ 꼬마평화도서관사람들 |
이어 심곡초등학교 돌봄 1반 이미선 선생이 꼬마평화도서관 이름패를 안용덕 선생에게 드리고, 송내초 옆에 있는 마을공동체 주민 강향숙씨가 그림책을 건네면서 송내초 꼬마평화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 <아름다운 실수> 연주하는 부릉부릉그림책도서관(4호) 관장 소피 |
ⓒ 꼬마평화도서관사람들 |
개관식에는 송내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과 담임인 안용덕 선생과 양동준 교장 선생, 그리고 어린이가 가면, 주문 받기에 앞서 로봇이 그림책을 배달해주는 식당 서안메일 꼬마평화도서관(51호) 메밀꽃도 함께했다.
꼬마평화도서관 개관 다음 시간 1학년 아이들은 관장 두 사람과 사서 다섯 사람을 뽑았다. 관장이 되고 싶다고 나선 아이들 가운데 가장 깊은 뜻을 밝힌 예은과 버금가는 뜻을 내놓은 유빈이 관장을 맡고, 주혁·수연·세연·소율·하은이 일주일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사서를 맡기로 했다. 가장 어린 꼬마평화도서관장과 사서들이다.
꼬마평화도서관 후원회원 안용덕 선생 품에서 석 달 동안 어울린 1학년 아이들은 이미 그림책 읽기란 말보다 그림책 연주라는 말에 젖어 있다. 앞으로 그림책 연주회를 잘하겠다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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