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수달이다!" 짜릿한 흥분 맛볼 수 있어야 진짜 '친수'
[박은영 기자]
▲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요구하는 천막농성장 4일 천막농성장의 모습 |
ⓒ 대전충남녹색연합 |
'천막 괜찮아요?'
1차 계고의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6월 3일, 천막의 안부를 묻는 이들의 전화와 문자가 이어졌다. 경주에서 달려온 활동가와 서울에서 혹시나 해서 달려온 회원까지, 전국에서 천막을 지키려고 남몰래 마음을 졸였던 사람들이 고맙다. 가로세로 3m에 불과한 세종 천막농성장은 지역구가 아니라 전국구였다.
▲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 세종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에서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 김병기 |
세종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5일, 세종보 천막농성장을 향해 고발을 운운하는 세종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세종보 수문을 닫는다면 활동가들은 물속에 뛰어들어서라도 막겠다"고 주장했다. 경주에서 온 활동가는 처음 와 본 세종의 금강에 달려온 먼길의 피로를 잊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종보 천막농성장은 이제 몇몇 단체가 아닌 우리의 것, 강과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유자산이 된 셈이다.
▲ 얼가니새의 새학교 금강에 사는 새에 대해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강의하고 있다 |
ⓒ 대전충남녹색연합 |
1차 계고에 따른 강제 철거를 막으려고 긴박했지만 즐겁게 마무리 된 '세종천막 둥지 페스티벌'은 그야말로 축제였다. 천막이 걱정돼서 달려온 많은 이들이 오전에 열린 일명 '얼가니새의 새학교'를 시작으로 금강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새학교를 이끈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새에 빠져들게 된 계기와 금강에 자리잡은 다양한 새들의 이야기를 넉살좋게 이야기했고, 학생들은 그 속에 푹 빠져들었다.
▲ 물수제비 대회 참가자 중 한 명이 돌을 던지는 모습 |
ⓒ 대전충남녹색연합 |
이어 열린 '우리들의 금강 이야기'에서는 각자 유년시절에 강과 함께했던 추억과 지금 금강에서 느낀 이야기들을 나누며 강에 대한 추억을 공유했다. 저마다 강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을 갖고 있었다. 물에 빠질 뻔한 기억, 어려운 시절에 위로를 받고 무한한 쉼을 느꼈던 기억, 개천에서 놀며 만났던 가재와 민물새우, 송사리에 대한 이야기까지 오갔다. 멀리서 보는 강이 아니라 내 곁에, 내가 만지고 들어가 놀던 강에 대한 기억들이 가득했다.
한두리 대교 다리 밑은 거대한 울림통이었다. 저녁에는 밴드프리버드 임도훈 보컬(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간사)의 노래와 참가자들의 노래로 천막농성장이 가득했다. 흐르는 금강 위에 드리운 노을을 바라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순간에 감사했다.
▲ 금강의 수달 금강에 얼굴을 내밀고 강변에 앉은 이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고 있다 |
ⓒ 대전충남녹색연합 |
잠시 쉬는 시간에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강에 앉아있던 이들이 일제히 강을 바라봤다. 수달은 유유히 물살을 타더니 사라졌다. 사람들이 시선을 거두려는 순간, 수달은 농성장 쪽으로 가까이 와서 머리를 내밀었다. "진짜네~"라고 소리치는 사람들, 사진을 찍겠다고 달려가는 사람들... 이런 게 바로 살아있는 강이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강이다.
▲ 물을 마시러 온 고라니 고라니가 건너편 하중도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
ⓒ 대전충남녹색연합 |
최근 세종보를 다룬 언론기사를 보니 "물이 차면 수달과 박새도 적응하고 살지 않겠냐"는 내용을 담은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개발론자들이 떠들어대는 것을 검증하지 않고 내보내는 이런 언론들도 문제다. 농성장을 방문했던 한 수달 전문가는 물이 차면 수달은 이곳을 떠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 어류학자도 수문 개방 후 귀환한 멸종위기종 흰수마자도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왜일까? 이들의 말을 한마디로 종합해 재구성하면 이렇다.
"수문을 닫으면 이곳은 세종호로 변하고, 수심이 깊은 곳에만 사는 어종만 살아남는다. 흰수마자와 같은 모래여울에 사는 물고기는 강바닥이 펄인 곳에서 살 수 없다. 종 다양성이 사라지고 블루길과 배스의 양어장이 될 것이다. 물고기 개체수도 대폭 줄어든다. 이러면 물고기를 먹는 하천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인 수달도 다른 곳으로 삶터를 이동할 것이다."
▲ 강변에 세워둔 돌탑 멀리서 보면 수달의 머리처럼 보인다 |
ⓒ 대전충남녹색연합 |
"돌탑이 수달 얼굴처럼 보여요"
강가에 어느새 늘어나기 시작한 돌탑을 본 '동조 텐트'(농성장 강제 철거를 우려해 주변에 친 텐트) 참가자가 말했다. 수달 관찰을 하러 자주 강에 나간다던 그는 솟아있는 돌탑이 어느 새벽에 마주쳤던 수달과 비슷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듣고 바라보니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 사실 상상하기에 따라 금강을 바라보는 물떼새로 보이는 돌탑들도 있다.
▲ 노을맛집 금강 저녁노을이 어린 금강과 노래가 어우러진 축제였다 |
ⓒ 문성호 |
동조 텐트 뒤로 노을빛이 어린다. 오늘 하루가 농성장 앞 금강처럼 긴박하게 흘러갔기에 저녁의 느릿한 노을이 말할 수 없는 위로로 다가왔다. 노을을 배경으로 천막을 지키러 달려온 이들의 노랫소리가 금강에 울려 퍼지니 세상이 다 평화로워 보인다.
"'2차 원상복구 명령을 통보하오니 6월 10일까지 원상복구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2차 계고장을 발송한 세종시와 함께 이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고 싶다. 썩은 강에 띄운 오래배 따위로는 감당할 수 없는 무한한 자연의 위로를 많은 이들과 함께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 강은 살아서 흐르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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