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맞춤도 꺼리던 아마존 부족, 음란물 중독"…무슨 일이?

머스크의 스타링크로 인터넷 보급돼
인터넷의 이로움과 음란물·폭력성 보급
부족 차원에서 규칙 만들었으나 역부족일 듯

지리적인 고립 덕분에 고유문화를 지켜 왔던 아마존의 한 부족 마을에 초고속 인터넷이 개통되자 음란물 중독 등 각종 부작용이 터져 나왔다.

아마존 열대 우림.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는 아마존의 고립된 부족 마루보족을 외부 세계와 연결하게 했지만, 내부에서는 분열되도록 했다"라고 보도했다. 마루보족은 아마존 열대우림 깊숙한 곳에 있는 이투이 강을 따라 수백km 떨어진 곳에 흩어져 있는 공동 오두막에서 살아왔다. 이들은 자신들만의 언어를 사용하고, 부족 구성원 모두가 같은 성을 사용한다. 또 숲의 정령을 모시고, 거미원숭이를 잡아 수프를 만들거나 반려동물로 키우는 등의 고유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지리적으로 고립된 덕에 오랜 시간 자신들만의 삶의 방식을 보존해왔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 X 최고경영자(CEO).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지난해 9월 머스크의 지구 저궤도 통신망 사업인 스타링크 덕에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마루보족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 X의 스타링크는 저궤도에 1만2000여대의 위성을 띄워 전 세계에 안정적으로 인터넷을 제공하려는 목적을 가진 서비스다. 이 스타링크 덕분에 아마존처럼 기존에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하기 어려웠던 지역에서도 그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매체는 "작고 폐쇄적인 문명이 갑자기 세상에 개방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마루보족을 통해 알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처음에는 문명의 이로움이 부족 사람들을 행복하게 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부족 일원인 차이나마 마루보는 "인터넷은 처음엔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화상 채팅과 긴급 상황 시 도움 요청과 같은 분명한 이점을 가져다줬다"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부작용이 생겨났다. 차이나마는 "하지만 지금은 부족 사람들이 인터넷을 하느라 서로의 가족들과도 대화하지 않거나 젊은이들이 인터넷 때문에 일을 하지 않고 게을러지는 등 상황이 나빠졌다"라고 짚었다. 아울러 외신은 "진짜 문제는 초고속 인터넷 보급으로 인해 부족 내부에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이나 음란물에 중독된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해당 콘텐츠에 미성년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해당 콘텐츠를 모방할 가능성이 커지는 등 문제는 더욱 심화했다. 외신은 "마루보족은 공공장소에서 입맞춤하는 것조차 눈살을 찌푸리는 '순결한' 부족인데 그러한 '예절'의 기준이 인터넷의 보급으로 인해 달라졌다"라고 꼬집었다.

결국 마루보족 지도자들은 부족의 역사와 고유문화가 사라질 것을 우려해 '매일 아침 2시간, 저녁 5시간, 일요일엔 온종일'이라는 인터넷 접속 제한 규칙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미 인터넷의 이로움과 편리함 등을 맛본 부족 사람들이 많아 인터넷 보급 전으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매체는 내다봤다. 차이나마는 취재진에게 "제발 우리에게서 인터넷을 빼앗아 가지 말아달라"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외신은 "인터넷은 현시대에 필수적이지만 그로 인해 치러야 할 대가도 분명히 있다"며 "여러 세대에 걸쳐 근대성에 저항해온 마루보족과 다른 원주민 부족들은 이제 인터넷의 잠재력과 위험에 동시에 직면하고 있으며, 인터넷이 자신들의 정체성과 문화에 어떤 의미를 지닐지 논의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