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수레가 요란하다? 기본 없는 '제주탄소중립기본계획'

김순애 2024. 6. 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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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CFI2030 판박이... 탄소중립 포기하나

[김순애 기자]

 .2023년 제주에서 진행된 제주기후정의행진
ⓒ 김순애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2023년 5월 '제1회 탄소중립·녹색성장 국가기본계획'을 수립했고 광역지자체는 1년 이내 탄소중립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는 5월 9일 환경부에 제주도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이하 제주기본계획)을 제출했다. 제출 이틀 전인 5월 7일 오전과 오후 각각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공청회가 열렸고 참여한 이들은 수송과 노후 건물, 상업 건물 등에 대한 대책이 충분치 않으며 흡수원에 대한 내용도 미흡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공청회에서 발표된 안을 그대로 환경부에 제출했다.

제주도의 18개 단체 및 정당으로 구성된 탈핵기후위기제주행동은 6월 3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공청회가 형식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한편 제주기본계획의 문제점을 일일이 꼬집으며 전면 수정을 요구했다.

CFI2030 추진에도 왜 제주도의 온실가스는 늘어났을까

제주는 탄소없는 섬을 표방하며 2012년 CFI2030(CarbonFreeIsland2030) 정책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도내 전력 공급을 100%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고 제주 지역 운행 자동차를 100% 전기자동차로 대체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하지만 추진 과정에서 목표가 무리라고 판단한 제주도는 2019년에 목표를 수정했다. 100%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계획을 유지하고 도내 등록차량 50만대 중 75%에 해당하는 37.7만대를 친환경 전기차로 대체하여 2030년 4,203천톤 CO2eq(이후 단위 생략)의 온실가스 기준안을 2,779천톤으로 약 34%로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그 결과 2013년 302대였던 제주도의 전기자동차는 2022년 32,976대로 증가했다. 하지만 동시에 휘발유차와 경유차 역시 증가해 2013년 334,426대였던 전체 등록 자동차수는 2022년 689,924대가 되었다.

2009년 9%에 불과했던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비중은 2021년 40%로 증가했지만 화력발전 설비가 축소되지 않고 에너지 저장장치 등의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아 2015년 3회에 불과했던 출력제한 횟수는 2023년 181회로 증가했다.

전기자동차와 신재생에너지 설비 보급 확대 정책은 자동차수요관리, 에너지 수요관리 및 화력발전 설비 축소 등을 동시에 진행해야 효과가 있다. 하지만 통합적인 계획 없이 전기자동차와 재생에너지 설비만 늘린 결과 제주의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은 2012년 4,620천 톤에서 2018년 6,387천 톤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2019년~2021년 코로나 시기를 맞아 온실가스 배출이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코로나가 끝나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현재까지 CFI2030 계획은 실패했다. 
 
 ,.제주 온실가스 배출량
ⓒ 제주도
 
실패한 CFI2030 판박이 기본계획, 민간자본으로 재생에너지 확대 총력

제주기본계획은 CFI2030의 문제점을 제대로 분석하고 이를 대폭 개선하기보다 핵심 내용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이는 재정투자 계획을 통해 명확히 드러난다.

제1차 제주특별자치도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2024년~2033년) 소요 예산은 총 21조 2924억 원으로 건물 부분 1251억 원, 수송 부분 5조 3345억 원, 농축수산 부분 3조 9122억 원, 폐기물 부분 5700억 원, 흡수원 부분 3853억 원, 에너지 전환 부분 10조 9651억 원이다. 비율로 따지면 에너지전환 51%, 수송 25%, 농축수산 18%, 건물 0.5%, 폐기물 2.6%, 흡수원 1.8%이다.

전체 투자 계획의 51%를 차지하는 에너지 전환 부분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보인다.

첫째, 재생에너지를 막대하게 공급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화력발전을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없으며 전기저장장치에 대한 내용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둘째, 에너지 전환에서 전기수요를 줄이는 부분이 핵심 중 하나인데 여름철과 겨울철 피크관리 등 관련 정책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셋째, 10조 이상의 재원이 국비나 도비가 아닌 기타로 표시되어 민간자본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에너지개발공사를 설립하여 풍력자원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추구해왔던 제주도의 정책에 배치되는 부분이기도 한다.

전기자동차 보급 4조 6천억 원, 친환경 선박 보급 3조 6천억 원

에너지 전환 다음으로 많은 재정 투자계획이 잡혀있는 수송분야를 보면 관련 예산의 87%인 4조 6292억 원을 전기자동차 보급에, 1.3%인 699억 원을 대중교통 분야에 사용할 계획으로 대중교통으로의 전환보다 전기자동차 보급에 역점을 두는 것으로 읽힌다. CFI2030은 자동차 수요관리, 대중교통 수송분담률 확대를 위한 정책이 동반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기자동차 보급 정책만으로 효과가 없음을 드러냈지만 제주기본계획은 이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수송 분야 재정 계획
ⓒ 제주특별자치도
 
농축수산 부분은 에너지전환, 수송 다음으로 많은 재정이 계획되어 있는데 재정 투자계획의 94%인 3조 6885백억 원이 친환경 소형선박 구매 항목에 할당되어 있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농축수산 분야에서 일하는 이들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 나머지 6% 예산으로 농업과 축산 부분에서 탄소중립을 이룰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인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노후 건물과 대형관광사업장을 비껴간 건물 분야 계획

재정투자 계획이 거의 없는 건물 부분은 제주도 전기소비의 가장 핵심적인 분야이다. 건물 부분은 직접과 간접 부분을 포함하면 제주 온실가스 배출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는 관광이 제주도 지역내총생산(GRDP)의 21%를 차지하고 30년 이상 노후 주택 비중이 25%에 달하는 특성에 기인한다. 따라서 건물 분야 탄소 중립의 핵심은 에너지를 다량 소비하는 대규모 관광 사업장의 에너지 수요관리와 노후건축물의 그린리모델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제주기본계획은 민간 노후 건축물에 대한 그린 리모델링 지원 계획이 전혀 없고 공공건축물의 경우에도 연간 1000㎡ 정도로 하나마나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드림타워, 신화역사 공원 등의 건물 13곳이 건축 에너지 사용량의 21.9%를 소비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에너지 다소비 건물의 수요를 관리할 수 있는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제주도의 정의로운 전환에 정의는 없다
 
 .6월 3일 탈핵기후위기제주행동의 언론 브리핑
ⓒ 노슬미
제주기본계획은 정의로운 전환 꼭지를 넣긴 했지만 산업 전환이 제주 지역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구조조정 위험성이 높은 직종은 무엇인지, 그에 따라 어떤 대책을 마련할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 형식적으로 끼워넣었다는 인상이 짙다.

제주의 화력발전소, 화북 공업단지 등 산업 전환의 영향을 크게 받을 산업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 제주기본계획을 작성한 이가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을까?

기후위기 최전선이라 불리는 제주도가 제출한 제주기본계획은 기후위기의 실체를 지나치게 안이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바다 온도 상승과 해수면 상승, 기후 변화 등에 직접적이면서도 큰 영향을 받는 제주에서 기후위기 대응은 도민들의 삶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하지만 기본계획에서 그 무게에 걸맞은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어느 지자체보다 탄소중립을 요란하게 떠들지만 제대로 실행하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 기본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현재 제주녹색당 운영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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