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국가 채무 전망까지 손댔다…‘통계 분칠’ 어디까지?

김범준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andreaskim97jun@gmail.com) 2024. 6. 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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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기재부 감사서 국가채무비율 전망치 축소·왜곡 사실 드러나
文 주재 회의서 “논란 없도록 관리” 주문에…홍남기 “두 자릿수로 낮춰라” 지시
2060년 예상 채무 비율 ‘153%’를 ‘81%’로 후려쳐
지난 2022년 4월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워싱턴 특파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문재인 정부가 미래 세대가 져야 하는 나랏빚을 추산하는 ‘2060년 국가채무비율전망’ 수치를 72%포인트 축소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로 드러났다. 부동산·소득·고용 관련 통계 조작에 이어 국가 장기 재정 전망까지 의도적으로 왜곡한 정황이 발견된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 4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주요 재정관리제도 운영실태’ 주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해당 감사에서 기획재정부가 국가재정법에 따라 2020년 실시한 장기 재정 전망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기획재정부는 5년마다 장기 재정 전망을 실시해 그 결과를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장기재정전망을 실시할 당시 기획재정부는 사전 시뮬레이션을 실시해 2060년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최소 111.6%에서 최대 168.2%로 산출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기초로 홍남기 당시 경제부총리는 2060년 국가채무비율 전망이 100% 이상으로 크게 상승할 가능성을 문재인 전 대통령 주재 청와대 정례 보고 회의에서 보고했다. 하지만 이후 홍 전 부총리는 장기재정전망안을 최종 보고받는 자리에서 돌연 국가채무비율을 두 자릿수로 낮추도록 지시했다. 홍 전 부총리는 “정부 총지출이 매년 경제성장률과 같은 속도로 늘어난다고 가정하라”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홍 전 부총리가 청와대 회의에서 “(국가채무비율에 관해) 불필요한 논란이 커지지 않게 잘 관리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같은 지시를 한 것으로 파악했다. 실제 청와대가 정례 보고 당일 안건별 청와대 의견을 정리해 기획재정부에 보낸 문건에는 “의미는 크지 않으면서 사회적 논란만 야기할 소지”라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부총리의 지시를 받은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은 지시에 따라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를 인위적으로 낮추면서도 이것이 사실상 ‘조작’에 해당한다며 수차례 반발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기획재정부는 2020년 9월 “성장 시나리오에 따라 2060년 국가채무비율이 GDP 대비 64~81% 수준으로 관측된다”고 발표했다. 당시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이 수치는 주요 정부 기관이 추산한 수치와도 차이가 커 곧장 논란이 됐다. 같은 해 국회 예산처가 추산한 2060년 국가채무비율은 158.7%였다. 감사원도 이번 감사 과정에서 조세재정연구원과 다시 추산한 결과 148.2%로 도출됐다고 밝혔다.

다만 감사원은 이번 감사 과정에서 청와대의 구체적인 외압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감사원은 공직에서 물러난 홍 전 부총리에 대해 향후 재취업과 포상 등에서 불이익을 받도록 그의 비위 내용을 인사혁신처에 통보하는 것으로 감사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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