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밀양 가해자 부성애 글, 미성년자 위험 몸소 알기 때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주범이 SNS에 올린 부성애 글을 두고 5일 "여성 미성년자들이 얼마나 위험한지 본인이 몸소 알고 있기 때문에 방어 심리로 나온 극도의 이기적인 언사"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이날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에 출연해 "(당시 사건을) 기억을 하기 때문에 더욱 '딸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아버지가 됐을지도 모른다"며 이같이 말했다.
2004년 경남 밀양에서 벌어진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은 남고생 44명이 여중생 1명을 1년간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이다. 최근 유튜브 채널 '나락 보관소'에서 이 사건 가해자로 추정되는 인물들의 근황을 공개하며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유튜브 영상에 따르면 이 사건 주범으로 알려진 A씨는 1986년생으로, 현재 결혼해 돈 걱정 없이 딸을 키우고 있다고 한다. A씨는 자신의 SNS에 "네 인생에 걸림돌 다 없애주고 가장 믿음직한 아버지가 되겠다" "평생 옆에서 아빠가 벌어주는 돈이나 쓰면서 살아라. 운동하고 관리받으면서 아빠 등골 빼먹어라. 그것밖에 바라는 게 없다" 등의 글을 올리며 딸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대부분의 성범죄자는 가해 행위가 피해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 당시에도 이 지역에서 '울산에서 온 얘가 이상하다' 피해자 책임론 같은 게 만연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해자가 다수인 경우에는 '얘도 했고, 쟤도 했고, 그랬는데. 내가 한 게 유달리 특별하냐' 이런 식으로 책임이 분산되고 공동화됐을 것"이라며 "당시 제일 큰 문제는 피해자를 비난했던 가해자 부모들의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가해자 부모의 태도가) 결국 자기 아이의 미래를 망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20년이 지나 자신의 아이들을 사적 보복을 당하는 대상자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그 당시에 정의가 실현되지 않은 것이 지금까지 후유증을 유발한다"며 피해자를 구제할 제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제대로 구제를 못 해준 피해자가 현존한다면 제3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같은 펀드 등 사적 구조를 통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 (가해자가) 기부를 해 뒤늦게라도 용서를 받게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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