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V토크] 김해란이 무릎 수술을 미룬 이유는?

김효경 2024. 6. 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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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흥국생명 김해란(왼쪽)과 김연경. 사진 한국배구연맹

'디그 여왕' 김해란(40)이 코트를 떠났다. 김연경 은퇴 경기에 나서기 위해 무릎 수술까지 미루고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한다.

V리그 디그(스파이크를 받아내는 것) 1위에 빛나는 김해란은 지난달 5일 은퇴를 밝혔다. FA 자격을 획득했지만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이 끝난 뒤 유니폼을 벗었다. 당초 30살에 은퇴할 계획을 처음 세웠지만, 남편과 가족들의 응원에 힘입어 은퇴를 늦췄다. 그러나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 몸 상태도 좋지 않았다.김해란은 "사실 무릎 상태가 많이 안 좋았다. 곧 수술을 받을 계획"이라고 털어놓았다.

2002년 실업배구 도로공사에 입단한 김해란은 정관장을 거쳐 흥국생명에서 2018~19시즌 우승에 기여했다. 2013년 축구선수 조성원(현 여자축구 보은 상무 코치)와 결혼한 김해란은 19~20시즌을 마친 뒤 코트를 떠났다. 그러나 2020년 12월 아들 하율이를 낳고, 1년 만에 돌아왔다. 이후 김연경과 함께 정상도전에 나섰으나, 2년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흥국생명 리베로 김해란. 사진 한국배구연맹

김해란은 "정말 안타까웠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다. 사실 지난 시즌 막바지엔 훈련을 다 소화하지 못했다. 챔프전 출전도 못할 줄 알았다. 그래서 교체 투입됐을 때 너무 떨렸다. 거의 긴장을 하지 않는데, 그런 기분은 처음이었다"고 돌이켰다.

검진 후 의사는 곧바로 수술을 받도록 권유했다. 하지만 김해란은 수술을 미뤘다. 열리는 2024 KYK 인비테이셔널에 함께하고 싶어서였다. 2021년 도쿄올림픽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한 김연경은 은퇴 경기를 준비했다. 코로나19와 여러 사정이 맞물려 늦어졌고, 오는 8·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이틀간 경기를 치르기로 했다.

국가대표팀은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를 치르고 있어 아쉽게도 함께하지 못한다. 대신 VNL 여자부 경기가 없는 동안 함께 뛰었던 김수지, 양효진, 김해란, 김희진 등 친한 선수들이 뛰기로 했다. 김연경은 팀 대한민국 소속으로 출전하고, 김해란은 팀 코리아로 나서 김연경의 스파이크를 받는다. 9일에는 나탈리아 곤차로바, 플럼짓 탄카오, 헬렌 루소, 안나 라자레바 등 해외 선수들과 겨룬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흥국생명 리베로 김해란. 사진 한국배구연맹

은퇴 이후 한동안 운동을 내려놓았던 김해란은 최근 흥국생명체육관을 찾아 도로공사 입단 동기인 한송이와 함께 훈련했다. 육아를 하면서 틈틈이 웨이트트레이닝도 다시 시작했다. 김해란은 "연경이한테 일정을 듣고, 수술 날짜를 연기했다. 연경이가 '언니가 오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뛰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목발을 짚고 갈 순 없었다"고 했다.

김해란은 최근 한송이와 함께 팬미팅을 갖기도 했다. 그는 "처음엔 조용히 우리끼리 은퇴 파티를 하려다 친한 팬들을 부르게 됐다. 그러면서 점점 커져서 많은 분들을 모셨다. 너무 행복했다"고 돌이켰다. 이번 은퇴 경기 덕분에 코트에서도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엔 배구인 2세 선수들의 활약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신인상도 김철수-김남순 부부의 딸인 도로공사 미들블로커 김세빈에게 돌아갔다. 아들 하율이가 부모의 운동신경을 물려받아 김해란도 배구를 시킬 생각이 있다고 했다. 그는 "본인만 원한다면 배구를 시킬 생각이다. 물론 축구를 하고 싶다면 축구도 좋다"고 웃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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