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행복을 찾아서
꾸준히 일상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작가다
모두가 고단하게 살아가는 와중에 틈틈이 행복을 느낄 수 있길, 또 독자 스스로 방법을 발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고 있다. 매거진 에디터로 일한 경험도 영향을 미친다. 내가 좋아하는 걸 다른 사람들도 함께 좋아할 수 있는 작업을 할 때 재미와 기쁨을 느끼다 보니 어려움이나 고민의 시간을 지나면서 터득한 팁을 글에 녹여 쓰는 게 즐겁고 편하다.
〈제철 행복〉은 에세이지만 24절기에 대한 어원이나 풍속 등 구체적인 정보까지 다룬다. ‘절기’를 조명하게 된 계기는
‘제철’을 사계절이나 월별이 아닌 색다른 단위로 소개하고 싶었다. 그러다 달력에 적힌 24절기와 눈이 마주쳤다. 날씨나 계절과 밀접하게 생활하는 농부의 딸로 자라면서 ‘절기’ 자체가 생소하진 않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흥미로운 정보가 넘치더라. 어린이 그림책부터 동양 철학 분야에 이르기까지 절기와 관련된 책이라면 편식 없이 읽었다. 공부할수록 제철 행복과 절기 사이에 끈끈함을 느꼈다. 글 말미마다 독자에게
‘숙제’를 내는 구성도 인상적이다
어떤 책은 읽고 나면 내가 새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 하지만 책을 덮는 순간 결연했던 의지가 이내 사라진다. 나도 독자로서 이런 경험을 자주 했기 때문에 ‘숙제’ 코너를 만들기 시작했다. 구체적인 방법을 함께 안내한다면 삶에 적용하기 훨씬 쉬울 테니까.
‘6월의 제철 행복’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추천한다면
무얼 하든 ‘바깥’이 제철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고, 모기도 없는 시기는 지금뿐이다. 꼭 여행을 가지 않아도 산책로를 걷는다거나 좋아하는 카페 테라스에 앉아 휴식을 취하면서 각자의 바깥을 즐겼으면 좋겠다.
‘제철 감각’을 키우면 좋은 점
‘현재를 살아야 한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하는데 실천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후회하느라 과거에 붙잡혀 살고, 걱정하느라 미래에 가기도 하니까. 그런데 지금 창밖으로 보이는 계절의 모습에 발맞춰 ‘이맘때 해야 하는 일이 뭐지?’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게 뭐지?’라고 생각하다 보면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책에 등장하는 ‘입하얀꽃(입하에 피는 하얀 꽃)’ ‘봄을찾기(보물찾기)’처럼 나만의 언어가 있다는 건
친구 사이에 서로 별명을 부르듯 자주 마주하는 것에 애칭을 붙이면 일상이 풍부해진다. 누군가에게 소개할 때도 어떤 의미인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이 있으면 더 쉽게 와닿을 것 같아서 종종 조어해 본다. 예를 들어 ‘입하얀꽃’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나면 매년 5월엔 ‘입하얀꽃의 계절이 왔다’면서 한 번 더 바라보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명명의 힘은 크다.
일러스트레이터 요리와의 작업은 어땠나
요리 작가님과 만난 건 운명이었다. ‘척하면 척’하고 각 절기의 이미지를 구현해 줬는데, 알고 보니 작가님도 평소 자연을 관찰하고 계절을 사랑하는 분이더라.
어떤 마음으로〈제철 행복〉을 읽길 바라나
먼저 책을 펼친 날이 어느 절기에 속하는지 읽으면서 열흘에서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주변에 어떤 풍경이 있는지 돌아보면 좋겠다. 그리고 자신만의 연례행사를 만들길 바란다.
북 토크, 워크숍, 랜선 사인회 등 독자와 만남의 기회를 자주 마련하는 이유는
〈제철 행복〉은 각자의 제철 행복을 발견하는 게 책의 포인트다. ‘24절기 중개자’가 돼 독자들과 이야기를 공유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매주 라디오 〈윤고은의 EBS 북카페〉에서 에세이를 소개한다. 에세이를 고르는 나만의 기준이 있다면
타인에 대한 이해가 넓어질 수 있는 에세이를 소개하려고 한다. 우리가 잘 몰랐던 직업인의 일상을 그린다거나 개인 고유의 서사가 있는지 살펴보는 편이다.
지금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연세가 지긋한 부모님과 제철 행복을 누리는 순간.
앞으로 계획은
책을 준비하느라 정작 내 제철 행복을 놓친 겨울을 보냈다. 당분간 새로운 이야기를 쌓으며 〈제철 행복〉을 쓴 사람으로서 소임을 다하는 한 해를 보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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