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폐용기로 잘나가던 락앤락, 사모펀드에 넘어가고 생긴 일
[장영우]
밀폐 용기로 유명한 락앤락은 1978년에 설립된 생활용품 기업이다. 명성을 쌓으면서 중국, 베트남에 공장을 설립했고 수출도 많이 했다. 그러던 중 2017년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의 쿼티파트너스(아래 어피너티)가 6000억 원을 들여 경영권을 인수했다.
문제는 그 뒤에 발생했다. 어피너티는 잘하던 밀폐용기 사업 대신 소형 가전 사업을 한다더니 경영 실적을 내지 못했고, 그 와중에도 투자자들에게 대규모의 배당금을 챙겨줬다. 결국 2021년 말 아산 공장을 매각했고, 2023년 말에는 경영이 어렵다고 안성공장도 문을 닫고 안성공장 노동자들에게 희망퇴직을 강요했다.
▲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락앤락 지회 손세호 지회장 |
ⓒ 장영우 |
- 소개 부탁드립니다.
"락앤락 지회장 손세호입니다. 2010년 입사해서, 회사 내에서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여러 부서를 옮겨 다니며 일했습니다. 3년 전부터 서울 사무실에서 노동조합 지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 락앤락이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했는데 어떤 상황인지요?
"2017년 사모펀드 어피너티가 회사를 인수하더니 밀폐용기 판매에서 벗어나 주방 소형 가전제품을 만드는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소형 가전제품 판매가 기대만큼 잘 되진 않았어요. 기존의 업체가 포화 상태인데 가격이나 품질 경쟁력에서 큰 차이가 없고 AS센터도 제대로 갖추지 않아서 잘 팔릴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락앤락의 핵심인 밀폐용기 개발을 하지 않고 다른 제품을 따라 하기만 해서 오히려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고 봅니다. 그래도 밀폐용기로 잘 알려져 코로나 시기까지도 매출은 성장세였습니다. 2021년 매출액이 5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였습니다. 하지만 그 성장세가 꺾이고 지난해 처음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경영이 어려워진 것은 사모펀드가 경영하면서 임원이 증가하는 등 판매관리비가 늘어나서 수익률이 떨어지게 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봅니다. 사모펀드는 회사가 어렵다고 하면서도 임원은 늘리고, 배당은 챙겨가고 있습니다. 사모펀드는 회사를 인수하면서 투자한 돈을 회수하는 데 혈안이 돼 있을 뿐 회사를 성장·발전시키는 데는 관심이 없습니다. 어피너티는 2021년부터 국내 아산공장, 물류센터와 베트남·중국 등 해외 공장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했습니다. 이를 통해 지난 2022년과 2023년 투자자들에게 수백억 원의 배당을 하며 돈을 빼갔습니다.
회사가 적자가 나고 있는 건 경영진이 관리를 잘못했기 때문인데 실패의 책임을 직원에게 돌리며 아산공장 문을 닫고, 지난해 안성공장까지 생산을 외주하겠다며 폐쇄하였습니다. 올해는 서울사무실도 희망퇴직을 실시했습니다."
- 노동조합은 어떤 계기로 결성됐습니까?
"어피너티가 회사를 경영하더니 임금이 동결되고 승진도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오프라인의 매장도 없애버리고 직원도 해고했습니다. 중국·베트남의 법인 지분 및 자산도 매각했습니다.
회사의 위기 상황에서 퇴사도 고민했는데 같이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우리들을 지켜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뜻이 맞았던 동료들을 모으고 2021년 노동조합을 만들어 6개월 걸쳐 단체협약 체결하고 임금협상도 했었습니다. 많을 때는 사용자 측을 대변하는 직원을 제외하고, 전 직원의 80% 정도가 노동조합에 가입했었습니다."
- 노동조합 활동하기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2022년 말부터 대표이사가 여러 번 바뀌고 경영진들도 바뀌었습니다. 그중 최고 인사책임자라고 인사를 총괄하는 인물이 새로 들어왔습니다. 그 사람은 과거 이랜드에서 노동조합 탄압을 주도하던 인물이었습니다. 노조와 싸우는 데 특화된 사람이지요.
이후 사측과 노조는 상생이 아닌 전쟁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계속 대립하고 있습니다. 2023년 3월이 임금협상인데, 아직도 이 협상을 1년 넘게 하고 있습니다. 단체협약도 작년 10월 갱신해야 하는데 아직 갱신하지 못하고 있고요. 회사가 기존의 단체협약 대부분을 개악하자고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서도 조정 중지를 내릴 정도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 선전전 하는 락앤락 노동자들 |
ⓒ 손세호 |
- 요즘 밀폐 용기는 어떻게 생산하고 있나요?
"과거에는 안성공장에서 밀폐 용기를 생산했는데 지금 안성공장은 가동 중단 상태입니다. 그래서 밀폐용기는 외주 생산하고 있습니다. 중국 영세 업체에서 생산하고 락앤락 상표를 붙이고 있습니다.
외주로 생산하니 우리 공장에서 자체 생산하던 제품보다 품질이 떨어집니다. 예전에는 '밀폐용기는 락앤락'이라는 직원들의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밀폐용기 제작 기술에 대해 글로벌 로열티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중국의 소도시 영세업체에서 납품받는 실정입니다."
- 최근 안성에서 해고되신 분들이 지노위에서 부당해고로 인정됐다고 들었습니다.
"지노위에서 정리해고는 부당해고라는 결정이 지난 4월 말에 났습니다. 하지만 사측은 부당해고를 인정하지 않고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다시 판정받겠다고 합니다. 사측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관없다는 인식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안성에서 1월 31일 31명이 해고됐는데 지금은 15명이 투쟁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은 해고가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며 복직해서 일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회사와 사모펀드 사무실 앞에서 피케팅 선전전을 하며 우리 목소리를 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검은 머리 외국인들을 만날 수가 없네요."
- 힘들었지만 노동조합을 만들고 보람됐던 점도 있었지요?
"몇 가지가 있는데, 우선 40세 이상 모든 직원이 종합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 있습니다. 그전에는 회사에서 차장 이상, 40대 이상만 종합검진을 해주고 일반 노동자들은 일반검진을 하도록 했습니다. 단체협약에서 다른 조항을 포기하더라도 40세 이상 모든 직원이 종합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게 협의했습니다.
당시 안성 현장에 일하던 130명 정도 노동자 중 50대 이상 여성분들이 많았습니다. 이분들 형편이 여유롭진 않았기에 개인적으로 종합검진을 받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종합검진을 받게 되니 직원들의 만족이 높았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해고된 분들에게도 적용되었던 단체협약도 의미가 있습니다. 정리해고를 염두에 두고, 단체협약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는다'는 협약을 했습니다. 당시 새벽까지 단체협약 체결하느라 힘들었습니다. 이번에 지노위에서 부당해고라는 판정을 받는데에도 단체협약이 근거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조합이 없던 시절에는 상급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눈치 안 보고 했었거든요. 노조가 만들어지고 나서는 상급자들이 말조심하더라고요. 그것도 크게 달라진 점이죠.
노동조합 설립 이전에는 임금도 주는 대로 받는 구조였는데 동종업계 임금수준 등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임금을 협상하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이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임금협상이 지지부진하지만요."
- 현재 노동조합의 요구안은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명분 없는 구조조정, 정리해고를 철회하라는 겁니다. 그리고 락앤락이 잘하던 사업에 집중해서 회사가 성장하면 좋겠습니다. 회사가 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직원도 회사에서 희망과 미래를 보는 건데 지금은 사업을 줄일 거라는 암울한 예상으로 남아 있는 직원도 미래를 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어피너티는 국내에서 버거킹, 요기요, 잡코리아, 기업의 구매를 대행하는 서브원 등 다양한 사업체를 인수하고 있습니다. 최근 어피너티가 SK 렌터카를 인수한다는 소문이 들려 SK 렌터카 노동자들이 저희에게 문의해오기도 했습니다. 경영에는 관심도 없는 어피너티가 SK 렌터카를 망가뜨릴지 우려되는 것이지요.
우리가 겪는 어려움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현재 공동 대응 방안에 대해 모색하고 있습니다. 사회와 정치권에 이 실상을 알려 투기자본이 회사를 망가뜨리지 못하게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장영우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 일터 6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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