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관.종]5년치 주문밀린 HD현대일렉트릭…4년만에 60배 '주가 스파크'
미래 내다본 현명한 투자, 달콤한 결실로
구리상승과 환율 부담, 대세에는 지장없어
편집자주 - 성공 투자를 꿈꾸는 개미 투자자 여러분. ‘내돈내산’ 주식, 얼마나 알고 투자하고 계신가요. 정제되지 않은 온갖 정보가 난무한 온라인 환경에서 아시아경제는 개미 여러분들의 손과 발, 눈과 귀가 돼 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한 주 동안 금융정보 제공 업체인 에프앤가이드의 종목 조회 수 상위권에 오른 기업을 중심으로 기본적인 정보에서부터 협력사, 고객사, 투자사 등 연관 기업에 대한 분석까지 함께 전달합니다. 기업의 재무 상황과 실적 현황, 미래 가치까지 쉽게 풀어서 전하겠습니다. 이 주의 관심 종목, 이른바 ‘이 주의 관.종’이라는 이름으로 매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전력기기 '대장주' HD현대일렉트릭은 요즘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돈복사 종목'으로 통한다. 지칠 줄 모르는 신고가 랠리 덕분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들어 8만100원에서 29만1000원(3일 기준)으로 263% 상승하며 유가증권시장 전체 953종목 중 연간 상승률 5위를 기록 중이다. 역사적 저점이었던 2020년 3월의 4840원과 비교하면 주가 상승률이 5912%에 달한다. 주식 투자자에게 꿈의 수익률인 '텐배거(1000%·ten-baggar·10루타)'를 훌쩍 뛰어넘는 상승률이다. 4년 전 1000만원어치를 샀다면 현재 6억120만원(원금 1000만원+수익금 5억9120만원)이 된 셈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HD현대그룹의 전력기기 및 에너지솔루션 계열사다. 2017년 HD현대중공업의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가 인적 분할되어 나온 회사다. 주요 제품으로 전력변압기, 고압차단기 등 전력기기와 배전반, 중저압차단기 등 배전기기, 전동기를 포함하는 회전기기 등이 있다.
7년 만에 훌쩍 커버린 아우는 이제 큰형도 넘본다. 3일 현재 시가총액 10조4897억원으로, 그룹 내 시총 1위인 HD현대중공업(11조7002억)을 바짝 추격 중이다. 폭발적인 성장에 시장도 분석하느라 바쁘다. 증권사들은 올해 들어서만 여러 차례 HD현대일렉트릭의 목표가를 줄곧 상향했다. 이렇게 눈높이를 올리는데도 주가는 '도장깨기'를 하듯 연일 최고가다. 지난해 리포트를 내는 것조차 포기했던 몇몇 이차전지 종목과 달리 "아직은 설명할 수 있는 영역(삼성증권)"으로 보고 있다. 상상인증권이 목표가로 36만5000원을 제시하는 등 30만원 이상으로 목표가를 잡은 증권사도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또한 최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 구성 종목에 신규편입됐다. MSCI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패시브(지수 추종) 자금 유입도 기대되고 있다.
AI 혁명 직격탄…전례 없는 '슈퍼 사이클'HD현대일렉트릭의 거침없는 질주는 전력기기 산업의 전례 없는 호황 덕분이다. '슈퍼 사이클' '본적이 없는 호황'이라는 말도 나온다. AI혁명으로 빅테크들이 앞다퉈 데이터센터 확충에 나서면서 전기를 공급하는 전선과 변압기의 설비 수요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 메타, 아마존 등이 변압기 부족으로 HD현대일렉트릭으로 문의를 하는 상황이다. 호황에 접어들면서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지속되고 있는 모양새다.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와 비교해 전기 소비량이 수십 배가 높아 초고압 변압기가 필수다. 이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바로 HD현대일렉트릭이다. HD현대일렉트릭의 부문별 매출 비중에서 변압기 등 전력기기 비중은 48.3%(2023년 4분기 기준)에 달한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전기차 등 전력기기의 수요가 증가할 것을 고려하면 공급 부족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했다.
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전력기기 호황 사이클이 이어지면서 수주잔고, 매출액, 영업이익 모두 성장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실적은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업황 부진에 시달렸던 2019년 1567억원의 적자를 낸 이후 영업이익 규모가 2020년 727억에서 지난해 3152억원으로 4배 가까이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 역시 독립법인 출범 이후 사상 최대(2조7028억)였다. 올해 영업익은 5000억원 안팎이 예상된다. 수주잔고 역시 '역대급'이다. 2021년 2조4204억, 2022년 3조5269억, 지난해 5조4760억원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잔고가 폭증하고 있다.
북미·중동 쌍끌이, 5년치 주문 밀렸다HD현대일렉트릭은 다른 전력기기 업체와 비교해 차별화된 실적을 보이는 이유는 선제적 투자 덕분이다. 2010년 미국 앨라배마에 변압기 공장을 설립했다. 미국 현지 진출은 국내 기업 중 처음이었다. 적자를 냈던 2019년에도 공장을 증설해 생산능력을 50%가량 높였다. 14년이 지난 현재도 미국 현지 생산체제를 갖춘 기업은 많지 않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어갔던 투자가 이제 빛을 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HD현대일렉트릭의 실적을 리드하는 곳이 바로 미국이다. 지난해 매출의 26.7%가 미국에서 발생했다. 전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력기기 수요는 급증하는데 전반적으로 공급업체들의 증설은 보수적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높은 가격 및 수익성 유지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 변압기 시장이다. 수요 역시 유달리 높은 상황이다. AI 데이터센터로 인한 수요뿐만 아니라 노후한 산업용 변압기를 새것으로 바꿔야 할 시기가 왔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산업용 변압기 중 33% 이상은 30년 이상 사용됐으며, 수명을 고려할 때 이제 교체해야 한다. 전체의 3분의 1 정도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덕분에 일감이 몰려들어 HD현대일렉트릭의 미국 공장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다. 미국 수주잔고가 지난해 말 기준 23억9000억달러(약 3조2500억원)에 달한다. 대략 5년 치 주문이 쌓였다. HD현대일렉트릭은 앨라배마 공장의 조립공간을 확충해 폭증하는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전 세계 70여개국에 변압기를 수출하는 HD현대일렉트릭의 해외 비중은 약 70%다. 또 다른 주요 해외고객은 중동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HD현대중공업의 사업부 시절부터 중동 시장을 일찌감치 두드렸다. 덕분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초고압 변압기 부문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등 매출의 20.9%가 중동에서 나온다. 다만 사우디가 최근 자금난 때문에 신도시 프로젝트 '네옴시티'를 축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데다 지정학적 갈등이 격화될 경우 이 지역 전력기기 수요 역시 줄어들 수 있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구리 가격 상승과 환율 리스크 부담 존재
잘 나가는 HD현대일렉트릭에도 걱정거리는 있다. 멈출 줄 모르는 구릿값 상승세다. 구리는 HD현대일렉트릭 제품의 핵심 원자재다. 구리 가격은 올해 들어 20%가량 상승했으며, 향후 4년 이내에 현재의 4배 수준으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구리의 상승세는 HD현대일렉트릭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는 가장 위협적인 요인이다. 이에 대해 이재웅 HD현대일렉트릭 재정담당 상무는 1분기 실적발표 및 컨퍼런스콜에서 "구리 가격이 오르기 전 이미 물량을 확보해놓은 상황"이라면서도 "어느 정도 영향은 있다"고 했다.
환율 역시 수출 비중이 높은 HD현대일렉트릭의 수익성과 직결된다. 1분기 영업익 128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78% 성장한 이유 중 하나도 고환율 덕분이었기 때문이다. 1분기 실적이 직전 분기(전년도 4분기)보다 좋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HD현대일렉트릭은 하반기 중 금리 인하가 발생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낮아지면서 실적이 상반기보다 축소되는 '상고하저(상반기에 좋았다가 하반기에 나빠짐)'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한국산 제품에 대해 공정가격 이하로 판매되고 있다는 이유로 10년 넘게 부과하고 있는 반덤핑 관세 역시 부정적인 요인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14.95%의 관세를 부과받고 있다. 다른 한국 업체도 10% 이상이다.
다만 전력기기 수요 자체는 견조하게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호황이라는 대세에는 지장이 없으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북미와 중동 시장 대호조를 바탕으로 1분기 수주가 전년 대비 81% 성장했다"며 "올해 상저하고 흐름을 보이더라도 1분기 수주가 워낙 대호조라서 웬만해서는 올해 사측의 가이던스(자체 실적 전망치)를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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