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 조작 어려워”…보험사 실적 부풀리기 논란, 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보험사들을 두고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새 회계기준 IFRS17 관련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보험사들이 인위적인 조작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보험사들이 신뢰도 제고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3일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보험회사의 재무제표는 독립된 감사인의 엄격한 확인을 거쳐 공개되는 정보”라며 “인위적인 조작이 어렵다”고 밝혔다.
보험사들이 실적을 부풀렸다는 논란은 보험사들이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줄줄이 기록했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사 31곳을 중심으로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5.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IFRS17이 본격 도입된 지난해 보험사들이 거둔 13조원이 넘는 순이익 역시 사상 최대 실적이었다.
보험사들의 역대급 실적 배경엔 IFRS17이 이전 회계기준보다 보험사의 계리, 즉 회계적 가정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 있다. 미래 이익을 현재 가격으로 나타내는 보험계약마진(CSM)을 수년에 걸쳐 이익으로 상각하는 과정에서 초기에 상각률을 높이고, 나중에 낮추는 방식으로 초기 실적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것이다. 일부 보험사에서 보험 가입자가 중간에 보험을 해지하는 비율인 해지율을 단기 실적에 유리하게 적용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적 부풀리기 의혹이 계속 나오자 보험업계는 해명에 나섰다. 생보·손보협회 측은 “보험사는 IFRS17 회계제도의 준비 및 시행 과정 전반에 걸쳐 외부 전문가(회계·계리법인) 등과 충분히 협의해 IFRS17 회계기준서에 입각한 결산 프로세스와 방법론을 구축했으며, 같은 방법론에 따라 최선 추정을 통해 보험계약마진(CSM)을 산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상보험금·사업비 대비 실제보험금·사업비에 대한 차이(예실차)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예실차가 일정 범위 초과 시 추가 요구자본 적립 등 감독상 패널티가 있는 바 현재 다수의 보험회사가 적정수준의 범위 내에서 예실차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에서도 해당 의혹을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취임 2주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보험사 입장에서 허용된 범위 안에서 좋은 실적을 보여주고 싶은 건 알지만, 합리적 추정의 문제가 회사마다 다르고 편차가 너무 크면 회계 정보에 신뢰의 문제가 생긴다”라며 “CSM 할인율 이슈는 기계적으로 100은 맞고, 10은 틀리다는 식으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회사에서 관리하는 모델상 금감원이 지적하는 내용들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형태로 마련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적 부풀리기 논란은 지난해 새 회계제도가 적용된 직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에도 보험사들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에 금감원과 금융위는 주요 계리적 가정에 대한 통일된 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며 회계처리 방식에 일부 공통 기준을 제시했다. 실손보험의 계리적 가정 산출 기준으로 경험 통계 등 객관적 지표를 활용하고, 보험료 산출 방식의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했으며, 무·저해지 보험 해약률 가정에 대한 산출 기준을 제시하는 등 다섯 가지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당시 가이드라인으론 해법이 되지 못한 모양새다.
논란의 원인을 보험사들이 제도 변화를 예상하지 못한 결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 1월 보험연구원에서 발표한 ‘IFRS17 영향분석과 성과지표 연구’에서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한국과 동일하게 IFRS17을 시작한 유럽 보험회사는 2016년부터 시행한 유럽감독 기준(Solvency Ⅱ)으로 부채 시가평가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라며 “국내 보험회사는 일반회계제도와 건전성제도가 동시에 도입돼 제도 변화의 모습을 충분히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내는 할인율이 해외 제도보다 높게 설정돼 있고, 기존 내재가치 방법과 달리 보험계약마진은 보험위험만 고려하여 산출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재무제표상 보험계약마진의 직접적인 사용보다는 일정 부분 조정하여 산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4일 “지난해 IFRS17이 새로 도입된 이후 한차례 진통을 겪었지만,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다시 한번 보험사 실적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라며 “기존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제도를 일시에 도입한 만큼 과도기를 겪을 수밖에 없지만, 보험사 실적을 이전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업계도 새 회계제도 도입에 대비해 오랜 시간 준비해 온 만큼, 국민들의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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