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서 시작된 기괴한 동맹, 이재명 그 길은 가지마라
[남기업 기자]
▲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종부세 상담 광고지. 2022.1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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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지난달 31일 종부세를 폐지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기획재정부가 다주택자 중과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방향을 정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이에 뒤질세라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총선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공제 금액을 12억 원에서 16억 원으로 올리는 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런 흐름에 시민 사회와 여론이 좋지 않자 민주당은 '언급 자제'로 선회한 것처럼 보이지만, 종부세 후퇴에서는 여당과 정부뿐만 아니라 야당까지 하나가 되어서 움직이는 것이 분명하다.
일종의 여와 야를 초월한 '종부세 후퇴 연맹'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윤석열 정부에서 진행된 종부세 감면의 역사에서 확인된다. 윤석열 정부에서 진행된 종부세 감면은 사실 21대 국회에서 180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동의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2022년 정기국회 때 세율을 인하(0.6~6.0%→0.5~5.0%)한 것도, 조정대상지역 2주택 및 3주택자(과표 12억 원 이하) 중과를 폐지한 것도, 주택분 종부세 기본공제금액 인상(6→9억 원, 1세대 1주택자는 11→12억 원)한 것도, 3억 원 이하의 지방주택은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도 민주당이 동의해 줬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이 기이한 것은 종부세 완화·폐지 논의가 민주당 '발'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가 종부세 감세를 주도했고 민주당은 동의해 주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면 22대 국회에서는 이것이 뒤집힌 것이다. 총선 전에는 윤석열의 부자 감세에 맹공을 퍼붓던 민주당이 총선이 끝나자마자 인구의 1%도 안 되는 부동산 부자들이 부담하는 종부세를 깎아주자는 주장을 먼저, 그것도 적극적으로 꺼냈으니 이율배반이라 아니할 수 없다.
양 당 합의로 주택분 종부세 인원 78.7만명, 세액 2.4조원 감소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2022년 양 당의 종부세 감세 '합의'로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부담자는 2022년 119.5만 명에서 40.8만 명으로, 무려 78.7만 명(65.8%)이 감소했고, 결정 세액은 2022년 3.3조 원에서 0.9조 원으로, 2.4조 원(71.2%)이 줄어들었다. 그런데 여기서 실거주 1주택자 종부세를 폐지하거나 과세 기준을 끌어 올리면 어떻게 될까? 주택분 종부세는 더욱 줄어들게 될 게 뻔하다. 민주당이 그토록 반대하던 명백한 부자 감세다!
게다가 지금 완화하려는 방향은 조세의 대원칙인 공평 과세 원칙에 맞지 않는다. 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발의한다고 알려진 대로 1세대 1주택자들에 대한 과세 기준을 12억 원에서 16억 원(시가 약 21억 원)으로 올리면 공시가격 15억 원 1주택자는 종부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는데, 4억 원짜리 3채(합계 12억 원)를 보유한 사람은 종부세 대상에 포함되는 불공평이 발생한다. 거기서 더 나가서 1주택자를 폐지하면 100억 원짜리 1주택자는 종부세를 한 푼도 안 내지만, 30억 원짜리 주택을 3채(합계 90억 원)를 보유한 사람은 중과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1세대 1주택 완화든 1주택 폐지든 공평과세 원칙에서 크게 벗어난다는 것이다.
한편 종부세 완화·폐지는 단순히 부자 감세 차원에서만 바라볼 일이 아니다. 종부세는, 정확히 말해서 보유세는 부동산 투기가 노리는 불로소득 규모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변수다. 다른 변수에 변동이 없으면, 보유세 강화는 부동산 기대수익률을 떨어뜨린다. 그러므로 종부세를 완화·폐지하면 부동산 기대수익률과 부동산 투기의 가능성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당연히 민주당이 해소하겠다고 하는 불평등이, 그것도 부당한 원인에 의한 불평등이 커진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야 종부세 폐지를 목표로 내건 정당이었으니, 다시 말해서 부동산 과다보유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걸 한국 사회가 다 알고 있으니 종부세 완화·폐지 시도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민생을 강조하고 불평등 해소와 국토균형발전을 절박한 과제로 제시하는 민주당이 민생을 악화시키고 불평등과 지방소멸을 더 심화할 것이 뻔한 종부세 완화·폐지 언급을 먼저 했으니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민주당은 대체 왜 이러는 걸까? 굳이 이해한다면 종부세 대상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종부세 감세로 지지율이 얼마나 상승할지 모르지만―사실 나는 지지율 상승에 별로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본다― 이 지점에서 민주당은 결단해야 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나라 전체를 더 망가뜨리면서 지지율 상승을 꾀할 것인지, 아니면 나라 전체를 살리면서 더 많은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모색할 건지를. 민주당은 후자의 길을 용감하고 지혜롭게 가야 한다. 그 길이 민주당이 그렇게 강조하는 '노무현의 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인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추도식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2024.5.23 [공동취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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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후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때도, 박근혜 정부 때도 종부세 완화에 대해서 일관되게 호응해 왔다. 다시 말해서 지금 보여주는 종부세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당은 돌아가야 한다. 노무현의 길로. 부동산 투기와 맞서는 정신, 힘이 부족하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밀고 나가 새 길을 만들어내는 그 투지를 배워야 한다.
이미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부동산 불로소득이 불평등 심화를 비롯한 만악(萬惡)의 근원임을 반복해서 설파했다. 사람들이 1주택을 넘어 다주택자가 되려는 이유, 1주택이라도 자신은 지방에 세 살면서 가격이 앞으로 더 많이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서울의 집을 전세 끼고 사려는 이유, 사용하지도 않을 부동산을 보유하려는 이유는 기대수익률이 다른 자산보다 높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재명 대표는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걸 바로잡아야 나라의 미래가 열린다는 것도 잘 알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에 했던 자신의 종부세 완화 언급도 철회·반성하고 종부세를 둘러싼 민주당의 논란을 잠재우는 동시에 민주당의 방향을 확정해야 한다. 리더십은 바로 이럴 때 필요한 것이다.
노무현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장기주의'다. 참여정부 초대 정책실장을 지낸 경북대 이정우 명예교수가 강조하듯이 참여정부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단기 부양이 아니라, 나라 전체의 구조와 체질을 바꾸는 장기주의를 채택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보유세다. 보유세는 단번에 높일 수 없고 점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노무현 정부는 종부세를 도입하고 재산세 공시가격의 시가 반영률과 과표 현실화율을 점진적으로 상향해서 2017년까지 보유세 전체를 강화하는 입법화에 성공하는데,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이와 같은 노무현의 장기주의와 집요한 자세를 배워야 한다.
두 번째 배워야 할 것은 보유세 강화를 창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보유세는 다른 세금보다 저항이 엄청나게 크다. 몸에 쓴 약이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는 종부세수 전액을 기초 지자체의 교부금으로 분배하는 창의적인 방법을 도입한다. 적극적 지지층을 만들어서 후퇴를 막기 위함이다. 물론 이것은 예상했던 것과 달리 잘 작동하지 않았다. 해서 고민이 필요하다. 기본소득과 연계하는 방안이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종부세 완화·폐지는 민주당이 갈 길이 아니다. 혼란스러우면 당원 주권이 새로운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으니, 당원들의 의견을 구해보라. 물어보나 마나일 것이다. 민주당 당원들의 바람은 두 가지다. 하나는 나라를 망국(亡國)으로 끌고 가는 윤석열 정부와 맹렬하게 싸우라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사회 대개혁에 대한 청사진을 세우고 용감하고 지혜롭게 전진하라는 것이다. 민주당의 반성과 변화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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