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뽈터뷰] 고요한 ① FC서울 20년 원클럽맨에게 부진의 이유와 부활할 방법을 묻다

윤효용 기자 2024. 6. 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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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윤효용 기자= FC서울의 정점과 추락을 모두 함께한 '원클럽맨' 고요한은 박주영도, 데얀도 없는 현재 스쿼드의 마지막 퍼즐을 기다린다. 


서울에서 고요한보다 많은 경기를 뛴 선수는 없다.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K리그에서만 366경기 34골 30도움을 기록했다. 강팀 서울에서 남긴 기록이다. K리그 우승 3회(2010, 2012, 2016)를 비롯해 FA컵과 두 차례 리그컵(2006, 2010)에서 우승했다. 


지난달 14일 서울 유스팀 코치로 변신한 고요한을 새 직장 서울 오산고에서 만났다. 20년치 이야기를 다할 수는 없기에 원클럽맨과 FC서울, 멀티플레이어, 대표팀, 은퇴 이후의 삶 다섯 주제로 나눠 인터뷰를 가졌다. 이번 편에서는 원클럽맨과 FC서울에 대한 고요한의 생각을 전한다.


▲ 메시도 못한 원클럽맨을 내가


고요한(오른쪽에서 세번째, FC서울). 서형권 기자

Q 20년을 FC서울에서만 보냈습니다. 어렸을 때 원클럽맨이 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A 아니요. 해본 적은 없어요. 사실 계약을 했을 때가 5년 계약이었어요. 그 5년을 이 FC서울에서 버틸 수 있을까 생각을 좀 많이 했었고, 5년 버티고 또 1년, 1년 이렇게 버텨가면서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던 것 같아요.


Q 프로 입단이라는 꿈이 이루어졌을 때 기분은?


A 테스트 봤을 때가 15살, 입단은 17살이었어요. 사실 꿈을 꿨어요. 3일 동안 테스트를 보고 집에 내려갔는데 제가 챔피언스파크에서 훈련하는 꿈을 꾸더라고요. 그래서 예감이 좋았어요. 그 꿈을 꾸고 나서 FC서울과 가계약을 하게 됐고요.


Q FC서울에도 신고식 같은 문화가 있었나요?


A 저는 없었죠. 그 당시에는 이렇게 어린 선수들을 많이 뽑은 상태여서 특별히 그런 문화 같은 건 없었어요. (기)성용이는 고등학교 때 들어왔고, 청용이, 그리고 배해민이라는 친구와 제가 동갑으로 같이 들어왔어요.


Q 어린 입단 동기들끼리 서로 의지했겠네요.


A 그렇죠. 저도 집이 멀었고 유일하게 이런 친구들이랑 이야기하고 노는 게 삶이었던 것 같아요. 부모님들은 떨어져 있으니까, 의지할 곳은 친구였던 것 같아요.


Q FC서울의 전성기도 이끌고 잘 성장한 세대 같은데, 처음에도 그런 기대감이 있었나요? 


A 없었죠. 일단은 '살아남자'라는 생각이 제일 컸던 것 같고, 해민이, 청용이 등 몇몇은 알았지만 또 다른 분들은 몰랐거든요. 훈련해 보면서 '다들 정말 공 잘 차는구나' 생각했어요. 가끔씩 1군 형들과 연습 경기를 하거나 대학교 팀들과 경기를 뛰었어요. 그러면서 경쟁력을 확인했고 '조금은 해볼 만하다'라면서 자신감을 가졌던 것 같아요.


고요한. 서형권 기자

Q 공을 참 잘찬다고 생각했던 선수는?


A 청용이. 정말 영리하게 찼어요. 되게 말랐는데도 공을 차는 걸 보면서 '진짜 잘 차는 구나' 느꼈어요.


Q 데뷔전은 어땠나요?


A 전남과의 경기였어요. 그때 공이랑 제 앞에 있는 수비수만 딱 기억이 나요. 원래는 다 살피면서 축구를 해야 되잖아요? 그때 너무 긴장을 많이 했던거죠. 그래도 데뷔전 치고는 썩 나쁘지 않았어요.


Q 20년 동안 이적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을 거 같은데요.


A 제가 깊게 생각했던 팀은 세 팀 정도 있었어요. 어렸을 때 경기에 많이 출전하지 못했을 때 아는 분이 경남에 와서 한 번 경험하고 준비를 해보자고 하셨어요. 이렇게 제의가 왔는데, 그냥 서울에서 한 번 해보겠다는 생각에 거절했어요. 또 한 번은 중동에서 오퍼가 왔어요. 그때는 생각보다 그렇게 흔들리지 않았어요. 서울과 다투면서까지 나가고 싶진 않았거든요. 월드컵 끝나고 또 한 번 제의가 있었죠. 30대 초반에 왔는데, 그때 팀이 너무 상황도 안 좋았고, 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Q 원래 낭만파인가요?


A 결론적으로는 낭만파가 됐네요.


Q 해외 원클럽맨 중 애착이 가는 선수도 있나요?


A 솔직히 (리오넬) 메시는 안 떠났으면 했어요. 메시가 바르셀로나에서 떠날 때 가장 마음이 아팠어요. 다른 선수가 아니라 메시잖아요. 


Q 한 팀에서만 뛰어서 오히려 아쉬움도 있나요?


A 물론 아쉬운 부분도 많죠. 정말 열심히 해서 해외로 한 번 진출해봤으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생각도 해봐요. 근데 결과적으로는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함께 했기 때문에 제가 은퇴하고 나서의 삶도 이 팀에서 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행이죠.


▲ 원클럽맨이 말하는 FC서울 부활 방안


고요한. 서형권 기자

Q 수많은 시즌 중 가장 기억이 남는 시즌은요?


A 2012시즌과 2013시즌. 그 때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성적이 좋았던 시기라 꼽으신 건가요?) 사실 아쉬움 때문에 그렇죠. AFC 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 시즌이잖아요. 리그 우승한 건 기분 좋게 생각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 우승컵을 못 든 게 너무 아쉬워요.


Q 2013년 ACL 우승하기 vs 월드컵 한 번 더 가기. 한 가지 결과를 바꿀 수 있다면?


A (오래 고민하다가)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월드컵은 나가 봤으니까.


Q 서울의 전성기뿐 아니라 부진도 함께 했는데, 부진에 빠진 이유는 어떻게 진단하나요?


데얀이라는 선수가 떠났잖아요. 그만큼 골을 넣어줄 수 있는 선수가 들어온 것도 아니었죠. 우리 팀 플레이는 여전히 좋지만 골을 넣어줄 수 있는 선수가 없었기 때문에 이겨야 할 경기도 비기면서 팀이 부진해지지 않았나 생각해요.


Q 수많은 감독도 거쳐 갔는데, 골게터 부재가 감독들을 힘들게 했나요?


A 그렇죠. 결과적으로 어떤 전술을 하든 골로 마무리를 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했어요. 물론 골을 넣어주는 선수들은 늘 있지만 한 시즌에 20골, 30골씩 넣어줄 수 있는 선수가 없기 때문에 조금 힘들지 않았나 생각해요. 합류했을 때 기대를 품었던 선수는 사실 많죠. 좋은 공격수가 너무 많았어요. 스트라이커 자리는 외국인 선수가 워낙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 선수가 살아남는 건 더 힘들었던 거 같아요. 


고요한(왼쪽), 박주영(오른쪽). 서형권 기자

Q 김기동 감독이 왔는데,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서울의 부활 방안은 무엇인가요? 


A 아까 그 질문과 비슷한 거 같아요. 스스로 골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의 존재. 도움도 많이 받아야 되겠지만 혼자서도 플레이 하면서 20골 이상 넣어줄 수 있는 스트라이커가 있으면 더 좋은 위치로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Q K리그에서 FC서울에 데리고 오고 싶은 공격수가 있나요?


A 스트라이커로 따지면... 무고사? 주민규 선수도 필요할 거 같아요.(전방에서 싸워주고 공을 지켜줄 수 있는 공격수인가요) 네. 그리고 득점왕도 계속 타고 있죠. 중요한 건 골입니다.


Q 선수 생활을 하면서 함께 해서 영광이었다고 생각하는 선수는?


A 몰리나도 있고, (박)주영이형도 있고. 저희 팀에 거쳐간 선수들 중에서 솔직히 너무 좋은 선수들이 많았어요. 대표팀 갔을 때도 같이 뛰었던 선수들이 워낙 훌륭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 선수들과 같이 축구했다는 것만으로도 되게 영광이에요. 


Q 그렇다면 1순위 감독님은 누구인가요?


A 최용수 감독님과 신태용 감독님이에요. (월드컵에 발탁 때문인가요?) 그게 제일 크죠. 저의 능력을 알아봐 주셨기 때문에 월드컵을 나갈 수 있었어요. 너무 감사하죠.


Q FC서울에서 20년 뛰면서 함께 한 수많은 감독과 선수 중 베스트 11를 뽑아보자면?


A 일단 감독님은 최용수 감독님. 골키퍼에는 김병지 삼촌. 그 당시에 실제로 삼촌이라고 불렀습니다. 왼쪽에 아디, 그 다음 김진규, 김주영, 차두리 형. 그리고 미드필더에는 하대성, 기성용. 오른쪽에 고요한, 포워드에 박주영, 공격형 미드필더 몰리나, 왼쪽에 이청용.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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