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김, 한인 첫 美상원의원에 성큼…뉴저지 민주당 후보 확정
앤디 김(41)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 한인 2세로는 첫 연방 상원의원 진출에 성큼 다가섰다. 4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민주당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서 승리해 이 지역의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로 확정되면서다.
김 의원은 이날 뉴저지주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개표율 89%를 기록한 밤 12시 기준 35만4456표(74.8%)를 얻어 노동운동 지도자 파트리샤 캄포스-메디나(7만6174표ㆍ16.1%), 시민단체 활동가 로런스 햄(4만2975표ㆍ9.1%)을 꺾고 상원의원 후보에 선출됐다. 이날 뉴저지주 공화당 예비선거에서는 커티스 버쇼 후보가 1위로 선출됐다. 이로써 김 의원이 오는 11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원 본선거에서 승리해 당선되면 235년 미 의회 역사상 상원에 입성하는 최초의 한국계 미국인이 된다.
김 의원은 이날 승리 확정 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놀라운 승리에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8개월 동안 우리가 이룬 성과는 놀라웠다. 이제 변화를 위해 우리의 운동을 이어갈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한인 이민 2세로 보스턴에서 태어나 뉴저지 남부에서 자란 김 의원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국무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일했고 2018년 뉴저지 제3구에서 하원의원에서 당선됐다.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포인트 차이로 승리한 지역에서 현직 의원이던 톰 맥아더 후보를 1%포인트 차로 꺾은 결과였다. 당시 뉴저지주 최초의 아시아계 연방 하원의원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김 의원은 이 지역에서 내리 3선을 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9월 뉴저지주 현역인 밥 메넨데스 상원의원이 뇌물 혐의로 재판에 회부되자 상원의원 선거에 출사표를 냈다. 이후 9개월 만에 상원의원 후보 자리에 오른 것은 부패 정치, 기득권 정치에 맞서 싸우며 시민 정치를 표방해 온 김 의원의 노력이 거둔 승리로 평가된다. 뉴저지주 민주당은 당 후보 선출 경선에서 당 지도부가 지지하는 후보들을 투표용지에서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일렬로 모아 놓는 이른바 ‘카운티 라인 시스템’을 운영해 왔는데, 김 의원은 “비민주적인 지역 정치 기득권의 표상”이라며 폐기 소송을 냈고 연방법원은 지난 3월 그의 주장을 받아들여 해당 투표용지의 사용을 금지하는 가처분 명령을 내렸다.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 직후 넥타이를 맨 김 의원이 무릎을 구부린 채 묵묵히 바닥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이 미 언론에 보도돼 ‘성실한 공복’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앤디 김의 본선 승리 가능성도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뉴저지주는 등록 민주당원 비율이 57%로 등록 공화당원(41%)에 비해 많은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꼽힌다. 1972년 이후 치른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50여 년간 수성에 성공한 곳이다.
다만 현역 메넨데스 의원이 11월 본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뜻을 밝힌 점이 변수다. 메넨데스 지지표가 민주당 표를 잠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한 달째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아온 메넨데스 의원에 대한 1심 결과는 이달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원의 부모 김정한ㆍ장재순 씨는 모두 경남 밀양 출신으로 약 50년 전 미국으로 이민했다. 부친 김정한씨는 MIT와 하버드대를 거쳐 미국에서 유전공학 박사가 돼 암ㆍ알츠하이머 연구에 일생을 바친 입지전적 인물로 알려져 있다. 뉴저지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시카고대를 졸업한 김 의원은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2009년 이라크 전문가로 미 국무부 근무를 시작했다. 2011년에는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의 전략 참모를 지냈으며, 2013∼2015년에는 국방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각각 이라크 담당 보좌관을 역임했다.
김 의원은 이날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20여년 전 이 길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상원의원 선거 도전은 상상도 못 했다”며 “저는 여전히 우리가 이 나라를 치유하고 망가진 것을 고칠 수 있다고 믿는다. 저는 제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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