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김, 한인 첫 美상원의원에 성큼…뉴저지 민주당 후보 확정

김형구 2024. 6. 5.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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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김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 지난 3월 4일 뉴저지주 파라무스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장 밖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앤디 김(41)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 한인 2세로는 첫 연방 상원의원 진출에 성큼 다가섰다. 4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민주당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서 승리해 이 지역의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로 확정되면서다.

김 의원은 이날 뉴저지주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개표율 89%를 기록한 밤 12시 기준 35만4456표(74.8%)를 얻어 노동운동 지도자 파트리샤 캄포스-메디나(7만6174표ㆍ16.1%), 시민단체 활동가 로런스 햄(4만2975표ㆍ9.1%)을 꺾고 상원의원 후보에 선출됐다. 이날 뉴저지주 공화당 예비선거에서는 커티스 버쇼 후보가 1위로 선출됐다. 이로써 김 의원이 오는 11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원 본선거에서 승리해 당선되면 235년 미 의회 역사상 상원에 입성하는 최초의 한국계 미국인이 된다.

김 의원은 이날 승리 확정 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놀라운 승리에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8개월 동안 우리가 이룬 성과는 놀라웠다. 이제 변화를 위해 우리의 운동을 이어갈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한인 이민 2세로 보스턴에서 태어나 뉴저지 남부에서 자란 김 의원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국무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일했고 2018년 뉴저지 제3구에서 하원의원에서 당선됐다.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포인트 차이로 승리한 지역에서 현직 의원이던 톰 맥아더 후보를 1%포인트 차로 꺾은 결과였다. 당시 뉴저지주 최초의 아시아계 연방 하원의원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김 의원은 이 지역에서 내리 3선을 했다.

앤디 김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 지난 3월 4일 뉴저지주 파라무스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김 의원은 지난해 9월 뉴저지주 현역인 밥 메넨데스 상원의원이 뇌물 혐의로 재판에 회부되자 상원의원 선거에 출사표를 냈다. 이후 9개월 만에 상원의원 후보 자리에 오른 것은 부패 정치, 기득권 정치에 맞서 싸우며 시민 정치를 표방해 온 김 의원의 노력이 거둔 승리로 평가된다. 뉴저지주 민주당은 당 후보 선출 경선에서 당 지도부가 지지하는 후보들을 투표용지에서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일렬로 모아 놓는 이른바 ‘카운티 라인 시스템’을 운영해 왔는데, 김 의원은 “비민주적인 지역 정치 기득권의 표상”이라며 폐기 소송을 냈고 연방법원은 지난 3월 그의 주장을 받아들여 해당 투표용지의 사용을 금지하는 가처분 명령을 내렸다.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 직후 넥타이를 맨 김 의원이 무릎을 구부린 채 묵묵히 바닥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이 미 언론에 보도돼 ‘성실한 공복’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앤디 김의 본선 승리 가능성도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뉴저지주는 등록 민주당원 비율이 57%로 등록 공화당원(41%)에 비해 많은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꼽힌다. 1972년 이후 치른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50여 년간 수성에 성공한 곳이다.

뇌물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밥 메넨데스(오른쪽) 미국 연방 상원의원이 3일(현지시간) 뉴욕 연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AP=연합뉴스

다만 현역 메넨데스 의원이 11월 본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뜻을 밝힌 점이 변수다. 메넨데스 지지표가 민주당 표를 잠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한 달째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아온 메넨데스 의원에 대한 1심 결과는 이달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원의 부모 김정한ㆍ장재순 씨는 모두 경남 밀양 출신으로 약 50년 전 미국으로 이민했다. 부친 김정한씨는 MIT와 하버드대를 거쳐 미국에서 유전공학 박사가 돼 암ㆍ알츠하이머 연구에 일생을 바친 입지전적 인물로 알려져 있다. 뉴저지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시카고대를 졸업한 김 의원은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2009년 이라크 전문가로 미 국무부 근무를 시작했다. 2011년에는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의 전략 참모를 지냈으며, 2013∼2015년에는 국방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각각 이라크 담당 보좌관을 역임했다.

김 의원은 이날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20여년 전 이 길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상원의원 선거 도전은 상상도 못 했다”며 “저는 여전히 우리가 이 나라를 치유하고 망가진 것을 고칠 수 있다고 믿는다. 저는 제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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