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에게 '2평짜리 목공소'가 필요한 이유

민종원 2024. 6. 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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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김준호, <나의 2평짜리 베란다 목공소>

[민종원 기자]

사람마다 하고 싶은 일이 있고, 해야 할 일이 있으며,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했다. 그 중에서, 누구랄 것 없이 사람이 살면서 가장 많이 하게 되는 것은 아마도 해야 할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 할 수 있는 일이란 이 둘 사이의 어디쯤 일테고. 어쨌거나, 사람의 꿈은 그 사람의 삶을 살아숨쉬게 하는 그 무엇이다.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 사이 

주중에는 직장인으로 주말에는 목공작가로 살아가는 김준호는 '나의 2평짜리 베란다 목공소'(책 제목)를 '세상에서 가장 마음이 편해지는 곳'(부제)으로 여기며 살아간다.

"누가 시키거나 떠밀려서가 아닌, 스스로 선택하고 가꾼 일이 주는 기쁨이 컸다"(137쪽)는 그는 베란다 목공소에서 작업을 하다보면 나무가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생각하게 된다고 말한다. "세상이 정해놓은 고정된 틀이 아닌 삶이라는 백지에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지 탐구하고 싶다"(138쪽)는 생각을.
 
 책표지
ⓒ 민종원
 
그의 생업은 상담이다. 상담 책상을 두고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과 마주앉아 그들의 사정과 요청을 듣고 그들을 돕는 일을 하며, 그 외 많은 시간을 의자에 앉아 보내는 주말 목공작가. 때로는 안타까워하고 때로는 더 좋은 정보를 알려주려 하면서, 그는 상담하러 온 이들의 의자에 앉아 그들의 삶을 그리고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같은 모양과 같은 재질의 의자에 앉은 것인데도 그들의 의자에 앉으면 느껴지는 불편함은 당장 해야만 하는 일들에 묻힌 그들의 펼치지 못한 그 무엇이 느껴지기 때문일까. 2평 목공실에서 그의 앞에 놓인 나무가 "나에겐 자신다운 결이 있냐고. 그 결에 솔직하냐고. 스스로를 돌이키며 다짐하게 된다"(138쪽)는 그의 고백에 아마도 그가 상담해주었던 그들의 아직 못 핀 삶도 담겨있으리라.

'나의 2평짜리 목공소'가 필요하다

책 <나의 2평짜리 베란다 목공소>는 한때 외식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사람, 그리고 지금은 어느덧 10년 이상 자신의 옛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또다른 예비 창업자들의 요구, 아니 사정, 아니 사실은 삶을 들어주고 함께 고민해주는 어느 주말목공작가의 자전적 책이다.

이런 에피소드도 있다. 작가가 목공 작업 중에 너무도 어이없는 실수들을 계속 하게 돼, 어느날인가는 목공 장인 선생님께 자신이 왜 말도 안 되는 실수를 반복하는지를 물어보았단다.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한 번에 다 끝내려고 하니까 그렇지. 30분쯤 쉬었다 다시 해봐. 그러면 보여."

그러면 길이 보인단다. 한 번에 끝내려는, 당장 한 번에 결과물을 어떻게든 만들어내려는, 돌아보면 무언가에 급히 떠밀리듯 하다가 만든 실수. 그건 무슨 이유에선지 외면하며 서둘렀던 그 마음들이 가득했던 때문이겠다. 그의 브랜드 이름이 '슬로우 우드 라이프(Slow Wood Life)이고 일하는 책상에도 '쉼표'라는 이름을 준 작품이 있는 것은 다 그런 이유일 테다.

주말 목공작가, 그러니까 주중에는 '해야 할 일'을 하며 한 가정을 이루어 사는 평범한 한 사람인 그는 자신의 작은 주말 목공소에서 다른 이의 삶에 생기와 쉼을 넣어주는 삶을 살고 있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깨달은 자신만의 삶의 길을 조금 담아낸 것이다. 누군가에게 이 삶의 기록과 생각이 꼭 필요한 쉼을 주고 막힌 삶에서 새 길을 보는데 도움이 되고 힘이 되길 바라면서 말이다.

결대로 숨을 쉬는 나무에게서 욕심을 버리는 삶의 균형이라는 중요한 삶의 원칙을 배운다는 그가 이 책을 썼다. <나의 2평짜리 베란다 목공소> 책은 여전히 쓰여지는 그의 삶이고 또 다른 이들의 같은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얇은 이 책이 주는 묵직함이 결코 작지 않아 궁금한 마음에 펼치고 또 다시 펼치며 내 삶도 다시 읽어내보게 된다. 나만의 목공소는 어디인지, 내 버전 '나의 2평짜리 베란다 목공소'를 생각하면서.

덧붙이는 글 | <나의 2평짜리 베란다 목공소>. 김준호 지음. 서울: 더퀘스트, 2024.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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