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세상] 우울한 여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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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B는 우울하다.
매사 부정적인 자신이 너무 싫고, 불안하고 어두운 성격이 너무 싫어서 더 우울해진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사람들은 '늘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해' '좋은 감정으로 가득한 게 바람직한 상태야' '온전하고 완벽하게 도덕적이어야 해'라는 자기 규칙에 얽매여 있는 경우가 많다.
날씨가 맑은 날, 흐린 날이 있는 것처럼 부정적인 생각, 즉 자신에 대해 비판하고, 비난하고, 비하하는 생각이 떠올라도 억지로 이 생각을 교정하려고도 싸워서 없애려고도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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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B는 우울하다. 매사 부정적인 자신이 너무 싫고, 불안하고 어두운 성격이 너무 싫어서 더 우울해진다. 자신이 혐오스럽다고 말한다.
B의 말을 들어보면 자신에 대해 평가하고 판단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자신의 감정조차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저는 우울해하는 제가 정말 싫어요’ ‘이런 사소한 일로 왜 이렇게 불안해하는지 한심해요’ ‘이 정도도 견디지 못하고 상처받는 내가 싫어요’라고 말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 마음속에는 자신을 판단하는 속삭임이 늘 따라다닌다. ‘그렇게 느끼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불안해하지 마’하는 식으로 교정하고 싶은 마음의 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조언은 대개 도움이 되기보다는 자기비판, 자기 비난, 자기 학대로 이어지기 쉽다. ‘나는 우울한 사람이야’ ‘나는 불안한 사람이야’ ‘나는 상처에 취약한 사람이야’라는 자기 개념을 만들어 가두어 버린다. 그래서 마음의 문제는 비교하고 분석하고 판단하고 조언하기보다는 바라보고 알아차리고 관찰하라는 거다.
즉 마음의 문제를 다루려면 분석과 판단의 모드에서 관찰 모드로 전환이 필요하다. 감정, 생각을 관찰해서 알아차리고 보듬어주자. 감정이나 생각을 고요하게 바라봐 주자. 긍정적인 감정, 생각, 부정적인 감정, 생각 모두 그냥 있는 그대로. 자신에게 비판적인 사람들은 ‘늘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해’ ‘좋은 감정으로 가득한 게 바람직한 상태야’ ‘온전하고 완벽하게 도덕적이어야 해’라는 자기 규칙에 얽매여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긍정적이고 좋고 완벽한 상태라는 게 존재하기나 한단 말인가? 우리의 마음은 늘 변화무쌍하게 달라지고,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나 상황도 항상 달라지는 데 말이다. 이런 규칙을 통해 보는 자기는 부족하고 형편없어 보이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관찰할까? 마음을 평가, 판단하지 말고 가만히 놔 둬보자. 흙탕물이 담긴 물병을 가만히 놔두면 서서히 맑아지는 것처럼 흔들지 말고 고요하게 그냥 있어 보자. 그때 어떤 것이 튀어 오르는지, 어떤 감정이 느껴지는지 지금, 여기서 느낌과 감정을 헤아려 보자. 자신에게 친절해 보자.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받아들인다면 어떤 감정이 나타날까? 아마 두려움이나 분노, 억울함, 복수심 이것들도 그냥 받아들이자. ‘넌 충분히 그럴 수 있어’라고 말해주자.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던 공감의 말을 스스로 자신에게 건네보자. 하늘의 구름처럼 변화무쌍한 감정을 그냥 그대로 바라보자. 날씨가 맑은 날, 흐린 날이 있는 것처럼 부정적인 생각, 즉 자신에 대해 비판하고, 비난하고, 비하하는 생각이 떠올라도 억지로 이 생각을 교정하려고도 싸워서 없애려고도 하지 말자. 싸우고 논쟁하면 할수록 그 생각이 줄지 않고 더 달라붙는 성질이 있다. 마치 거인과의 줄다리기에서 힘을 아무리 써도 이길 수 없듯이 들러붙는 생각 역시 떼어내기 힘들다.
대신 이런 생각을 관찰해보자. 학대하는, 부정적인 내면의 목소리를 어떤 물건이라고 상상해 보자. 눈을 지그시 감고 내면의 목소리가 몸 밖에 실재하는 무엇이라고 떠올리면서 ‘어떤 모양일까? 무슨 색일까? 몇 도인가? 뜨겁나? 차갑나? 따뜻한가? 얼마나 큰가 작은가?’라고 이미지화해보자. 그리고 이것을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내던지지 말고 주머니에 넣고 있자. 어떤 물건 하나를 주머니에 넣고 있다고 걷거나 뛰거나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못 하지 않는다.
단지 불편할 수는 있어도, 그냥 불편함을 받아들이자. 누구나 자기 몫의 짐을 갖고 있듯이. 누구도 완벽하게 홀가분하고 가볍지는 않다. 사는 게 그렇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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