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저출생부 '박정희 모델'로 간다…"전 부처 저출생 예산 심의 검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신설 계획을 밝힌 부총리급 저출생대응기획부(저출생부)에 전 부처의 저출생 예산 심의 및 집행 관리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각 부처에서 저출생 예산을 편성할 시 저출생부와 협의를 거쳐야 하며, 이후 돈을 제대로 썼는지 사후 감독을 받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5일 통화에서 “저출생부가 저출생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예산 관련 권한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당정 간 논의를 거쳐 정부조직법 개정안 법안을 곧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저출생부 모델은 박정희 정부 당시 주요 산업 정책의 예산 심의와 집행 권한을 함께 갖고 있던 경제기획원(EPB)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설치했던 경제기획원이 관련 부처의 컨트롤 타워로 중공업에 첨단 산업까지 고성장을 이끌어왔다”며 “경제기획원 같은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설치해 아주 공격적이고 강력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기겠다”고 말했다.
이런 구상이 현실화되면 저출생부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다. 현재는 연구개발(R&D) 예산에 한해서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예산 1차 심의·편성권이 있다. 과기부 심의를 거쳐 기획재정부가 예산에 반영하는 식이다. 저출생 예산은 R&D예산보다 규모가 훨씬 더 크고, 복지부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 다수 부처에 망라돼 있다. 저출생부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두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다만, 향후 당정 간 논의 과정에서 예산 사전 심의 권한보다 한 단계 낮은 예산 조정 및 협의 권한을 저출생부에 부여하는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수십년간 저출생 정책에 수십조원을 쏟아부었지만, 눈에 띄는 효과는 없었다”며 “예산 심사 단계부터 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기획 역할을 저출생부가 맡아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고 했다.
당정은 저출생부의 규모를 크게 키우진 않겠다는 방침이다. 저출생 예산과 기획 및 인구 정책 등에 초점을 두고 현재는 각 부처에 산재한 관련 부서를 선별적으로 떼오겠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저출생부가 여성가족부를 흡수하는 방안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저출생부 신설에 적극 협력하겠다”며 저출생 관련 여·야·정 협의체를 제안한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생과 관련한 야당의 협력에는 언제든 문을 열어놓을 것”이라고 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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