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 내고 10만원짜리 공연본다...재정난 지자체, 지역 화폐로 돈풀기 나섰다

위성욱, 신진호, 최모란, 백경서 2024. 6. 5. 11:3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통시장에서 경기도 지역화폐로 결제하는 모습. 사진 경기도

지역 화폐 관련 정부 지원 예산은 줄었지만, 자치단체는 오히려 자체 예산을 투입해 인센티브나 캐시백 혜택을 늘리고 있다. 1만원을 쓰면 10만원짜리 공연을 볼 수 있게 하거나 다른 지역 주민에게도 할인 혜택을 준다. 충전 한도를 일정기간 수십만원 늘려주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지역 화폐가 지역 경제 활성화에 효과가 있는지 따져 봐야한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편성한 지역 화폐 예산은 지난해 3525억원에서 올해 3000억원으로 525억원이 줄었다.

5일 전국 각 자치단체에 따르면 경기 수원시와 용인시는 오는 8월까지 지역 화폐인 ‘수원페이’와 ‘용인와이페이’ 인센티브 지급률을 기존 6%에서 7%로 늘린다.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월 충전 한도도 기존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확대한다. 충전 한도액인 50만원을 수원페이 계좌에 입금하면 상향된 인센티브 지급률에 따라 3만5000원이 추가된 53만5000원이 충전되는 식이다.

과천시는 오는 8월까지 한시적으로 지역 화폐 ‘과천토리’ 할인율을 6%에서 7%로 상향하고, 카드형 지역 화폐의 1인당 구매 한도도 30만원에서 70만원으로 상향 조정한다. 하남시는 같은 기간 지역 화폐인 ‘하머니’의 구매 한도를 월 2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상향하고 할인율도 기존 6%에서 7%로 올린다. 이천시와 여주시도 8월 말까지 지역 화폐 인센티브를 6%에서 7%로 늘리기로 했다.

세종시 지역화폐 여민전 모습. 중앙포토
성남시가 발행하는 성남사랑상품권(지역화폐) 모습. 사진 성남시

세종시는 민·관 협력 배달 앱 ‘당겨요’에서 지역 화폐 ‘여민전’으로 결제 시 지급했던 추가 캐시백(5%) 혜택을 계속 제공하기로 했다. 앞서 시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배달 앱 ‘당겨요’에서 여민전으로 결제 시 12% 캐시백(기존 7%)을 지원하는 한시적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최근 행정안전부 주관 지역사랑 상품권 정책사업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 3600만 원을 확보하면서 추가 캐시백 지급 혜택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지역 화폐 사용 대상을 확대한 지역도 있다. 전남 나주시는 오는 6월부터 타 지역 거주자가 금·토·일요일에 지역에 와서 나주사랑상품권을 이용하면 즉시 5%를 적립해 주는 '지역 화폐 캐시백(Cashback)'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는 행정안전부 주관 '지역사랑상품권 정책 지원 사업' 공모에 선정된데 따른 것으로, 국비 3200만원을 포함 총사업비 5500만원이 투입된다.

대구시는 고교 입학축하금을 '대구로페이'로 지급하기로 했다. 대구시는 올해 입학축하금 지원대상을 기존 ‘셋째 애 이상 자녀’에서 ‘둘째 애 이상 자녀’로 확대했다. 둘째는 30만원, 셋째 이상은 50만원이다. 신청 기간은 지난 3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다. 사용처는 의류·문구·서적·안경·신발·가방 등 학업 증진을 위한 곳에 한정된다.

부산시는 지역 화폐인 ‘동백전’ 활성화를 위해 이달부터 캐시백 비율을 늘리거나 새로운 이벤트를 도입한다. 우선 이달부터 12월까지 연간 10억원 이하 매출을 올리는 가맹점에서 동백전으로 결제하면 월 30만원 한도에서 7%를 캐시백으로 지급한다. 지난달까지 지급한 캐시백 5%에서 2%를 추가한 것이다.

2020년 부산지역 화폐인 동백전 광고모델 이시언씨가 부산 광안리에서 광고영상을 찍고 있다. 사진 부산시

또 동백패스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최고 4만5000원을 동백 전으로 환급해 주었는데 8월부터는 월 3만원 이상 동백 패스 사용자가 동백 전을 활용해 다른 가맹점을 이용하면 추가로 5% 캐시백을 더 받을 수 있게 됐다.

부산시는 ‘부산청년만원문화패스’도 도입했다. 청년 5000명(1985~2006년)을 선착순으로 뽑아 1만원으로 11만 원대 공연을 볼 수 있는 사업이다. 오는 7월1일부터 동백 전 앱에서 신청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지난 5월 중순부터 ‘다자녀교육지원포인트’도 시행하고 있다. 신청일 기준 부산에 3개월 이상 주소를 둔 세대로, 2006~2017년생 자녀가 있는 가정이 대상이다. 두 자녀가 있으면 30만원, 세 자녀는 50만원의 포인트가 주어진다. 이 지원금으로 독서실 사용료나 학원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8월부터 다자녀교육지원 포인트 대상자는 동백 전을 사용하면 추가 5%의 캐시백을 더 받을 수 있다.

한편 지난해 말 공개된 부경대 김정환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연구팀의 ‘동백전·편의점 가명(假名) 정보 결합 사례 분석’에 따르면 동백전으로 편의점에서 소비되는 품목 중 술·담배를 구매하는 데 쓰는 비율이 총 결제금액의 59%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역 화폐 예산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소상공인을 실질적으로 돕는 곳에 지역 화폐를 써야 예산 운용 효율이 높아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화폐 사용 관련 CU 안내문. 중앙포토

염명배 충남대 명예교수(경제학과)는 “자치단체가 지역 화폐 인센티브나 캐시백을 늘리는 것이 실제 해당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효과에 대해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면서 “돈을 푸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돈이 어디로 가는지 끝까지 추적해 선순환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세종·수원·대구=위성욱·신진호·최모란·백경서 기자 we.sungwook@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