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화 방안 찾고 인허가 절차 간소화해야"[국산 해상풍력 위기]⑧

한예주 2024. 6. 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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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제언
"우회적으로라도 국산화 유도해야"
"에너지 안보 등 명분으로 WTO 위반 회피할 수 있어"
정책 일관성과 신뢰 회복 필요
"정부 주도 계획입지제도 도입돼야"
"인허가 창구도 단일화해야"

전문가들은 국내 해상풍력 육성을 위해선 일본이나 영국과 같은 해외 사례들을 참고해 국제 통상 규정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세밀하게 국산화 조항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이슬기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5일 "국산화 비율을 노골적으로 명시하는 건 통상 분쟁 우려가 있다"면서 "어렵더라도 산업경제효과 항목을 강화해 주요 부품을 국산을 쓰는 업체에 가점을 주는 등 우회적으로라도 국산화를 유도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국산화비율(LCR)을 재적용하는 게 좋지만 경제구조 특성상 정부가 적극 나서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 연구위원은 "직접적인 LCR 이외 방식을 통해 자국산기자재(LC) 강화를 도모하되 경매제도 내 LC 요소 도입과 국내 풍력 관련 표준·인증제도 등의 간접적인 전략으로 기자재 국산화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해상풍력발전기. [사진=아시아경제DB]

주요국이 국내산 부품 요건 등을 명시적·우회적으로 도입하는 상황에서 우리 역시 이 흐름을 어느 정도는 따라갈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통상분쟁 우려에 지레 저자세로 나가선 안 된다"며 "에너지 안보나 기후위기라는 명분을 들어 WTO 위반 가능성을 어느 정도 회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풍력업계 관계자는 "경매든 입찰이든 경제성 논리에만 치우치면 국가 기간산업을 타국에 내주는 꼴이 된다"며 "타국은 자국 내 공장 보유, 일자리 창출, 유지 보수 방안 등을 통해 외국 기업의 시장 진입을 최소화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도 직간접적인 지원을 통해 선순환구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격경쟁을 유도하는 현행 입찰 방식을 개선하고 기자재 국산화를 위해 해외 기자재 사용에도 일부 제한을 두는 등 국내 해상풍력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상풍력 산업을 전략적으로 어떻게 육성할지 고민해 공급망 구축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승문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많은 국가가 해상풍력을 가장 중요한 정책이자 성장동력으로 여겨 보급과 산업 공급망 연계를 고민하고 있는데, 우리는 정부의 정책 일관성과 명확성이 없어 투자조차 일어나기 힘든 환경"이라며 "향후 동북아에서 수십기가와트(GW)의 많은 해상풍력 물량이 계획되고 있는 만큼 설치선은 어떻게 할지, 공급망은 어떻게 만들지 정부의 정확한 정책 시그널과 목표가 수립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우리 정부도 해상풍력 인허가를 한 번에 검토할 수 있는 단일 창구 구축을 통해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는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상풍력 보급에 속도가 나기 위한 해결 방안으로는 '정부 주도의 계획입지제도'와 인허가 창구 단일화가 제안됐다. 해상풍력의 계획입지제도란 정부가 발전에 적합한 구역을 선정하고 이 구역의 환경생태, 어업활동, 경제성 분석,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등을 직접 진행하는 방식을 말한다. 현재 전력 사업자가 직접 이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것과 비교해 사업 진행의 속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방안이다.

양예빈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지금의 해상풍력 인허가 구조에서는 따로따로 일일이 받아 비효율적이고 불확실성이 크다"며 "과거 산업단지가 조성될 때도 인허가 기간이 오래 걸렸지만 많은 기업들과 지자체의 요구에 따라 정부가 산업단지 규제개선 방안 등을 내고 관련 절차를 간소화하는 특례법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런 사례가 해상풍력에도 하루빨리 도입돼야 한다"고 했다.

양 연구원은 "지난해 말부터 해상풍력 관련 특별법이 제정될 것이란 분위기가 있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며 "기존에 사업을 확보한 사업자를 지원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하는 등 여전히 과제가 남아있어 결국 해상풍력 보급 확대가 목적인 만큼 계획입지제도 도입 및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을 위해 관련 법이 신속히 통과돼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풍력 사업은 초기부터 막대한 규모의 자금이 투자돼야 하는 만큼 세제 혜택, 보조금 지급 등 지원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제기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선 다수의 실적 확보가 중요하지만 국내 실적은 풍력 발전 강국에 비해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연구개발(R&D), 설비 투자를 위해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차입하고 있어 자금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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