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비중 낮춰달라"…풍력업계, 입찰 앞두고 개정 요구[국산 해상풍력 위기]⑦

한예주 2024. 6. 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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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중 해상풍력 3GW 입찰 전망
현행 고정가격 경쟁입찰제 개정 요구
가격 비중 낮추고 국내 공급망 점수 높여야
인허가에만 평균 6년 안팎 걸려
해상풍력발전법 통과되면 절반으로

국내 해상풍력 시장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업계는 현행 경쟁입찰제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가격 항목의 배점을 낮추고 국내 공급망 점수를 높게 매기는 등 국산 업체들이 보다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올해 4분기 해상풍력 추가 입찰을 앞두고 정부에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가격 60점 배점 너무 높아"…7월에 입찰 방식 달라지나

풍력업계의 관심은 올 하반기 예정된 입찰 방식이 어떻게 달라질지 여부에 쏠려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18.3GW의 풍력 설비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매년 사업자 선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해엔 10월에 입찰을 공고하고 12월에 결과 발표가 나왔다. 올해도 비슷한 일정으로 입찰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입찰 물량은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엔 1.5GW 규모로 진행한 입찰에 2.1GW가 몰렸고 이 중 1.4GW가 낙찰됐는데, 올해엔 3GW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최근 정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서 해상풍력 비중을 늘리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선 현재 60점인 전기 공급가격 비중을 50점 미만으로 떨어뜨리고, 16점인 국내 공급망 기여 항목과 4점인 국내 사업 실적 등을 높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중국산 제품을 사용하는 이유는 '가격'이기 때문에 해당 부분의 비중을 줄이면 국산 제품을 더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전기 공급가격의 비중이 높아지고 입찰 상한가도 비공개로 전환돼 업체들은 무조건 입찰 단가(원가)를 낮추기 위해 값싼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며 "자국산 소재·부품 우대 조치도 폐지된 상황에서 제도 자체를 수정하지 않으면 입찰 때마다 낙월이나 고창과 같이 중국산을 사용하는 프로젝트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경제효과 항목을 구체화하는 방안도 업계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은 아직 초기 단계로, 산업경제효과 평가 방법이 세분화되지 않았다. 풍력용 강재와 하부구조물 등 주요 부품 및 원자재의 국산화 여부를 평가항목에 반영해 국내 공급망 사용을 장려하자는 것이다.

입찰 규모가 더 커진 만큼 올해 입찰 공고가 나기 전까지 가이드라인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오는 7월쯤 (풍력 고정가격 입찰경쟁제 수정)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며 "작년보다는 국내 업체에 유리한 평가항목을 추가하고 가격 비중을 줄이는 방식으로 항목이 수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입찰 결과 등을 보고 고칠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가격과 비가격지표 등을 어떻게 가져갈지 종합적으로 보고 있다"며 "7월에 입찰 관련해서 물량이나 시기, 내용 등을 발표하기 위해 현재 작업 중"이라고 답했다.

인허가 앞당기는 해상풍력특별법 통과돼야

입찰제도 개선과 함께 관련 특별법 처리도 시급하다. 해상풍력 사업을 시작하려면 국내 사업자는 최대 10개 부처에서 집행하는 29가지 법률에 따른 인허가를 중앙정부·자체로부터 각각 받아야 한다. 개별 사업자가 주체가 돼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는 탓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구조다. 사업자가 입지발굴, 사전조사 등 단계별 사업 인허가를 마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6년 안팎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해상풍력특별법이 발의된 바 있다. 해상풍력특별법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입지를 발굴하고 주민·어업인 수용성이 확보된 환경친화적 발전지구에 대해 각종 인허가 등 사업 지원을 위한 행정 절차를 마련하는 게 골자다. 특히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평균 34개월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아 업계의 기대를 모았다.

이는 풍력 강국인 덴마크의 '에너지청'을 벤치마킹한 법안이다. 1990년대부터 해상 풍력을 본격화한 덴마크는 공사에 따른 각종 규제와 주민 보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른바 원스톱숍으로 불리는 '에너지청'을 만들었다. 개별 사업자 입장에서는 인허가와 관련된 모든 기관과 일일이 따로 협의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된다. 덴마크 에너지청에 따르면, 원스톱숍을 통해 해상풍력 인허가를 받는 데 걸리는 소요 기간은 평균 34개월 정도로,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보다 늦게 해상풍력 시장에 뛰어든 대만도 정부 주도 방식을 선택해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정부가 계획에 맞춰 개발사를 선정하고 인허가 기간 단축을 위한 원스톱숍 마련 등을 통해 개발기간 최소화를 추진한 결과다.

하지만 이 법안은 지난 21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업계에선 새로 출범한 22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시간 낭비가 적잖다는 불만이 크다.

또 다른 풍력업계 관계자는 "해상풍력특별법에 따라 인허가 기간이 단축된다면 풍력 산업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21대 국회를 넘지 못하면서 글로벌 수준을 따라가기엔 사실상 늦었다고 본다"며 "가격경쟁을 유도하는 현행 입찰 방식을 개선하고 기자재 국산화를 위해 기자재 사용에도 일부 제한을 두는 등 국내 해상풍력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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