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CEO 발언 뜯어보니…"경쟁 유도 전략" [백브리핑]
삼성전자 HBM3, AMD에 공급 시작
HBM 엔비디아 테스트 통과 여부가 핵심
[한국경제TV 김동하 기자]
<앵커>
백브리핑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증권부 김동하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제 사실 국내 증시를 들썩이게 만든 소식이 있었습니다.
바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발언이었는데요 이 부분 먼저 짚어주시죠.
<기자>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3곳은 모두 HBM을 우리에게 제공할 것이다. 우리도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제품이 최대한 빨리 테스트를 통과해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어제 대만 현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최근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HBM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이에 대한 해명에 직접 나선 건데요.
발열과 전력 소비 문제가 있었다는 구체적인 외신 보도와 관련해서도 황 CEO는 "그런 이유로 실패한 것이 아니다. 또, 삼성과의 작업은 잘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어제 이같은 소식과 함께 그간 부진하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급등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요?
<기자>
네 맞습니다. 사실 그간 삼성전자는 악재가 연이어 겹치면서 주가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지난달 24일부터 6일 연속 순매도에 나선 외국인은 3조 원 가까이 삼성전자 주식을 팔았는데요.
올해 연말 '10만 전자' 가능성까지 점쳐졌던 회사의 주가는 어느새 '7만 전자'까지 내려앉았습니다.
하지만 어제 엔비디아 CEO의 발언과 함께 삼성전자는 시간 외 거래에서 2.5%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일단 국내 언론에서는 보도가 엔비디아 CEO가 직접 "삼성전자 HBM 제품 엔비디아에 공급할 것" 이렇게 나왔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쏠리고 있는 것 같은데요.
반도체 산업 관계자와 증권가에서는 이번 엔비디아 CEO의 발언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일단,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와 달리 당장 증권가에서는 이번 엔비디아 CEO의 발언을 HBM 납품처 확대를 위한 경쟁 유도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공급된다'라는 제목의 국내 언론과 달리 해외 언론에서도 '삼성전자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게끔 노력한다' 정도의 뉘앙스로 받아들이고 있는데요.
그만큼 이번 젠슨 황 CEO의 발언은 삼성전자의 HBM 제품을 직접 나서 인증하기보다는 현재 엔비디아를 둘러싼 산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에 가깝다는 설명입니다.
회사가 이러한 전략에 나선 이유는 어려운 HBM 품질 인증 과정으로 엔비디아가 추가 공급처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인데요.
HBM 품질인증을 위해서는 1,000시간의 긴 테스트 시간이 소요되고 또, 기존에 발생했던 다양한 퓨즈 이슈들 이외에도 새로운 문제점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결국 까다로운 품질 이슈를 제대로 통과하는 제조사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찾기 어려운 겁니다.
실제로 최근 들어 엔비디아는 주력 제품을 HBM3로 구성된 호퍼 GPU가 아닌 HBM3E로 구성된 블랙웰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HBM3에 대한 수요는 점차 감소하고 있고 SK하이닉스 역시 HBM3E로의 생산 전환을 대부분 완료한 상태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에서 SK하이닉스에 HBM3 추가 주문 문의를 하는 등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HBM3 납품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신호들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앵커>
결국 이번 엔비디아 CEO의 발언이 장기적인 주가 상승을 가지고 오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지지부진한 주가를 탈출하려면 HBM 테스트 통과 여부가 필수적이어 보이는데요. 문제는 HBM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회사가 또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요?
<기자>
네 맞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품질 인증 시점이 예상과 달리 지연되고 불량 지적 요인이 누적됨에 따라 제조사 입장에서는 최근 두 가지 문제점에 봉착하고 있다는데요. 바로 인증받지 못한 생산라인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악성 재고와 엔비디아의 불량품 리콜 요구입니다.
테스트 통과 및 본격적인 제품 납품이 지연될수록 올해 하반기 재고자산평가손실와 충당금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는 건데요. 결국 이를 위해서 빠른 시일 내 품질과 수율 관리에 착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동하 기자 hdk@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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