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가능성 석유·가스, 삼성전자 시총 5배"?... 사실일까

박성우 2024. 6. 5. 11: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정부의 '기습 영일만 발표' 내용 둘러싼 의문점 두 가지

[박성우, 김지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서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브리핑에서 공개된 유망구조 도출지역이 표기된 이미지.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 인생 첫 국정브리핑에 전국이 들썩이는 모양새다. 직접 나서 발표한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소식 때문이다.
6월 3일 하루만 해도 윤 대통령,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언론에 이 사안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하루 동안 나온 내용을 종합하면 아래와 같다. 
 
"이번 정부 들어 기존 동해 가스전 주변, 특히 심해 지역에서 석유·가스 부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2023년 2월 그간 축적된 동해 심해 탐사자료를 세계 최고 수준 심해 기술평가 전문기업인 미국 Act-Geo사(社)에 심층 분석해 줄 것을 의뢰." - 산업통상자원부 자료

"경북 포항 영일만에서 최소 35억 배럴,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 및 가스가 매장된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물리 탐사 결과가 나왔다." - 윤석열 대통령

"최대 매장 가능성 140억 배럴의 가치는 삼성전자 총 시총의 5배 정도다. 그중 3/4가 가스, 석유가 1/4로 추정된다." -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장관

그런데 정부의 발표 내용을 따져봤더니 의문이 가는 대목이 도출된다.

용어의 정의부터

먼저 용어 정의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 정부가 포항 영일만에 있을 가능성을 점친 석유·가스는 '탐사자원량(Prospective Resources)'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배포 자료에 따르면 이는 "물리탐사 자료 해석을 통해 산출된 유망구조의 추정 매장량으로 아직 시추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시추를 진행해봐야 석유와 가스가 얼마나 있는지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있다. 탐사자원량 중 시추를 통해 확인된 것을 '발견잠재자원량(Contingent Resources)'이라고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발견잠재자원량 중 개발·투자계획이 승인된 석유·가스 자원량을 '매장량(Reserves)'이라 부른다. 현재 정부가 발표한 최소 35억 배럴, 최대 140억 배럴의 자원은 '탐사자원량'이다. '매장량'이라고 표현하면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 쉽다. 

[의문①] 석유 탐사자원량 최대치는 35억 배럴? 42.2억 배럴?
 
 지난 3일 <중앙일보> 인터넷판에 실린 기사 <동해 석유 35억배럴, 베트남·말레이 수준…변수는 경제성·채산성>.
ⓒ 중앙일보 누리집 갈무리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의 3일 설명에 따르면 가스의 탐사자원량은 최소 3.2억~ 최대 12.9억 톤, 석유의 탐사자원량은 최소 7.8억~최대 42.2억 배럴이다. 그런데 아리송한 대목이 있다.

"최대 매장 가능성 140억 배럴" 중 석유는 1/4 정도(25%)라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단순 계산하면 140억 배럴의 1/4은 35억 배럴이다. 그러나 앞서 서술했듯 정부가 발표한 석유의 최소-최대 탐사자원량은 각각 7.8억 배럴-42.2억 배럴이다. 35억 배럴과 42.2억 배럴 사이에 7.2억 배럴의 오차가 존재한다. 이미 몇몇 언론 매체가 "동해 석유 35억 배럴"이라는 표현을 기사에 썼다.

윤 대통령의 첫 국정브리핑의 소재인 만큼 정부의 정확한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석유 탐사자원량의 최대치는 35억 배럴인가, 42.2억 배럴인가. 

이에 대해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석유 탐사자원량 35억 배럴이란 수치는 단순하게 표현한 값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7개 석유·가스 매장이 유망한 곳이 있는데 지역 분포와 심도(압력) 차이가 모두 다르다"라며 "각각의 차이에 근거해 석유의 경우 최소 7.8억 배럴에서 최대 42.2억 배럴이라는 추정치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연결된 산업통상부 관계자도 비슷한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가스·석유가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탐사자원량이 추정된다는 것과 그 비중이 대략 가스 75%, 석유 25%라는 것이 이번 발표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최초인 국정브리핑에서 '유전 발견'이란 뉴스를 깜짝 발표하면서 대통령과 주무부처 장관이 중요한 수치 부문을 상당히 단순화해 언급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의문②] 최대 가치가 삼성전자 시총의 5배, 2262조라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 참석해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매장량의 최대 추정치의 가치가 "삼성전자 총 시총의 다섯 배 정도"라는 안 장관의 발언도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현재 삼성전자 시총은 452조5000억 원으로 5배면 2262조5000억 원가량이다.

가스와 석유의 매장량 최대 추정치를 각각 12.9억 톤과 42.2억 배럴으로 가정하고, 2024년 6월 현재 1톤당 국제 LPG 가격인 580달러와 1배럴당 두바이유 가격인 81.91달러를 대입해 계산해봤다. 계산 결과, 가스의 가격은 약 1029조 원이었고, 석유의 가격은 약 472.5조 원으로 둘을 합쳐도 약 1501.5조 원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언급한 삼성전자 시총의 5배와는 761조 원가량 차이가 난다. 게다가 이번에 전국민이 알게 된 영일만 석유·가스 수치는 확인된 것이 아닌, '가능성' 즉 탐사자원량이므로 실제 가치는 이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삼성전자 시총의 5배라고 한 금액과 석유·가스 거래가의 계산상 차이가 있다'는 질의에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매장량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는 시추를 해봐야 아는 것인데, 국민들께서 이해하기 편하게 어느 정도 비교 차원으로 설명한 것"이라고 답했다. 큰 규모를 설명하기 위한 비유 차원이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3일 경북 포항 영일만 바다가 잔잔한 물결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날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를 발표했다. 2024.6.3
ⓒ 연합뉴스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금융계... "지도력 희화화 가능성" 점친 조갑제

정부의 대대적인 깜짝 발표가 나왔지만 '경제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 3일 메리츠증권은 '우리나라에서 가스가 나온다면?'이란 제목의 이슈 리서치를 통해 "발표된 자원량은 미국 액트지오사에 의뢰한 결과로, 실제 매장량(회수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양)과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면서 "만약 사업이 시작되더라도 채굴 원가가 경제성 있을지도 불확실"하다고 봤다. 또한 "시추 이전까지는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며 "민간 혹은 외국 자본도 개발에 참여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고도 평했다.

1976년 박정희 정권 당시 포항 영일만 석유 발견 발표 내용을 취재해 비판적인 논문을 게재했다가 신문사에서 해고당하고 중앙정보부에 불려가 조사받은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또한 평가를 내놨다. 조 대표는 "아무런 합리적 근거도 없이 포항 앞바다에 매장량 140억 배럴의 초대형 유전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발표를 해 한국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예고했다"고 혹평했다.

그는 "초대형 유전을 발견하는 데는 통상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린다. 내년 상반기에 결과가 나온다면 그것은 '더 팔 필요가 없다. 이런 데선 경제성 있는 유전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결론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윤석열 대통령 지도력은 희화화될 가능성이 대유전 발견 가능성보다 훨씬 높다"고 힐난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