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한국에 우크라 살상무기 지원 요구 안해…인도적 지원도 소중"
"나토는 한국에 살상 무기를 제공하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정치적 지원 뿐 아니라 인도적 지원도 매우 중요합니다."
크리스티안 메스자로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무안보정책부 파트너십·국제국장은 지난달 30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9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계기에 진행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주권 국가인 한국이 전적으로 결정할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헝가리 출신의 메스자로스 국장은 현재 나토의 국제 협력 네트워크 구축 업무 등을 맡고 있다.
한국은 나토 회원국이 아니지만, 나토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4개 파트너(AP4,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중 하나다. 다음 달 워싱턴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까지 윤석열 대통령은 3년 연속으로 초청받아 참석한다. 다음은 메스자로스 국장과의 일문일답.
Q : 한국과 나토 간 협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AP4는 나토에 어떤 의미인가.
A : 아주 긴밀한 파트너다. 유럽-대서양과 인도-태평양에서 우리가 직면하는 도전과 위협의 상호 연관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무모한 행위는 나토에도 분명히 위협이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규범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은 나토의 연례 사이버방어 연합훈련에 처음 참여했는데, 향후 대테러, 군비 통제, 신기술 분야에서도 협력하고자 한다.
Q : 나토는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한국이 '살상 무기'를 지원하길 원하나. 한국의 기여가 늘어야 하나.
A : 나토는 한국에 무기를 달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주권 국가로서 한국이 결정할 일이다. 또 한국의 정치적 지원 뿐 아니라 인도적 지원도 중요하다. 우크라이나의 안보가 한국의 안보에도 중요하다는 인식에 따라서 이런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
Q : 나토에 대한 포탄 직접 지원은 어떤가.
A : 역시 한국이 결정할 문제다. 다만 나토 회원국과 한국 간 국방 분야 협력 확대,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모두 환영할 일이다.
Q : 나토의 방위비 증가를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나.
A : 앞서 나토 사무총장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미국은 나토의 헌신적이고 확실한 동맹으로 남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미국이 나토에 중요한 만큼 나토도 미국에 중요하다. 나토는 미국의 이익과 영향력을 배가시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럽 동맹국과 캐나다가 국방비를 충분히 지출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나토 회원국의 3분의 2가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국방비에 지출한다는 목표를 달성했다.
Q : 북한은 최근 군사정찰위성을 쏘고 오물 풍선을 날려 보내며 탄도미사일 도발도 이어간다.
A : 나토 회원국은 북한의 무모한 행위를 꾸준히 규탄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역내뿐 아니라 유럽-대서양 지역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나토는 북한의 위협에 맞서 역내 파트너들과 굳건히 연대하고 있다.
Q : 북·중·러 밀착이 우려스럽다.
A : 북·러 군사 협력으로 인태 지역뿐 아니라 대서양까지 불안정해졌다. 한편 중국은 이중용도 물품을 제공하며 러시아의 전쟁 경제를 지원한다. 또 국제무대에서 러시아를 정치적으로 지지하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발 허위 정보(disinformation)를 퍼뜨린다. 나토 사무총장이 최근 "중국이 무력 분쟁을 계속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 이유다.
Q :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끌어낼 수 있을까.
A : 중국은 북·러와 밀접한 관계이기 때문에 양국이 군수품·탄약 거래를 중단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를 이행하도록 촉구할 책임이 당연히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의 태도와 관련해 나토는 계속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며 관여하고 있다.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를 존중하고 유엔 헌장을 준수하길 바란다.
Q : 나토는 2022년 전략개념에서 중국을 '도전'으로 규정했다.
A : 중국은 나토의 적(adversary)이 아니다. 그러나 중국의 일부 정책·행동이 끼치는 영향에 대해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중국은 투명하지 않은 방식으로 군을 현대화하며 무기를 개발한다. 중국은 주요 인프라를 건설·매입하면서 남중국해를 지배하기 위해 강압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나토는 중국의 정책·행동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한편 중국이 나토의 핵심 임무를 막아서지 않도록 면밀히 준비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하고자 한다.
Q : 대만 해협 유사시 나토가 개입할 가능성이 있나
A : 나토 회원국은 (대만 인근) 중국의 군사 훈련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영토 분쟁은 국제법에 따라 강압적이지 않고 평화로운 방식으로 해결돼야 한다. 대만 해협은 반도체 산업 등 측면에서 나토 회원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매우 중요하다.
Q : 핵무장 여론이 높은 한국에선 나토식 핵공유도 논의되는데…
A : 내가 언급하긴 적절치 않다. 핵무기가 있는 한 나토는 '핵 동맹'으로 남을 것이란 말만 하겠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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