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레바논 국경까지 공격 시사…가자 휴전안은 표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가자지구 휴전안에 대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모두 아직 동의하지 않은 가운데, 이스라엘은 친(親)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가 활동하는 레바논까지 직접 공격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로이터통신·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4일(현지시간) "헤즈볼라가 최근 며칠 동안 전력을 강화하고 자국에 대한 공격 강도를 높이고 있다"며 "우리는 광범위한 훈련으로 북쪽 국경을 따라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결단의 시간'에 다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전시 내각도 이날 분쟁이 격화된 북부 국경 상황을 논의했다.
헤즈볼라와 밀접한 레바논 매체 알 아크바르도 이날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위협이 담긴 외교적 메시지를 전달받았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영국이 이 같은 우려를 구체적으로 표명했고, 이달 중순에 이스라엘 공세가 시작될 것이니 전쟁에 대비하라고 조언했다. 다만 공격 기간과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할레비 참모총장의 발언은 지난 3일 헤즈볼라가 발사한 로켓과 무인기(드론)으로 이스라엘 북부 지역에 대형 산불이 번지면서 나왔다. 레바논 국경 근처에 거주하는 이스라엘인 대다수는 몇달 전에 대피한 터라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해 전쟁이 발발한 이후로 이스라엘 북부 접경지에서 무력 도발을 이어왔다. 이에 대응해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를 타격하고 군인들을 북부 지역에 밀집시켜 훈련을 지속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 중부와 남부에서도 지상 작전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날도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구호 물품 배달을 돕던 경찰관 2명을 포함해 최소 19명이 사망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휴전안은 하마스와 이스라엘 모두 동의하지 않아 표류 중이다. 오사마 함단 하마스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영구적인 휴전, 가자지구서의 (이스라엘군의) 완전한 철수, 그에 따른 진지한 (수감자) 교환 협상을 보장하지 않는 휴전안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이스라엘 전시 내각에서도 휴전안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극우 정치인들은 '하마스 섬멸 없이는 휴전도 없다'며 연정 탈퇴는 물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해임까지 거론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31일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에 새 3단계 휴전안 수용을 촉구했다. 이 안에 따르면 1단계에서는 6주 동안 전쟁을 멈추고, '적대 행위를 영구적으로 종료하는 2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협상'을 한다. 이어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와 모든 인질 석방(2단계), 가자 재건 계획(3단계)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미국 하원은 4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지도부에 대해 동시에 체포영장을 청구한 국제형사재판소(ICC)를 제재하는 내용의 법안을 가결 처리했다. ICC 검사장이 가자지구 전쟁을 강행하는 네타냐후 총리를 상대로 체포영장을 청구한 게 발단이 됐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는 ICC 검사의 결정에 반대하나 제재 부과는 적절하다고 보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여당인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원을 통과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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