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술자리, 관광 중심 일정'... 대구 달서구의회 국외출장 논란
[조정훈 backmin15@hanmail.net]
▲ 대구 달서구의회 의원들은 지난 5월 14일부터 6박8일 일정으로 호주와 뉴질랜드 출장을 다녀왔다 |
ⓒ 달서구의회 |
지방의회 의원들의 외유성 국외 출장 논란이 잇따르는 가운데 대구 달서구의회 의원들이 공무국외연수 중 술판을 벌이고 관광과 쇼핑 중심의 일정을 즐기고 왔다는 불만과 지적이 구의회 내부에서 제기됐다.
<오마이뉴스>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달서구의회 도시환경위원회·복지문화위원회·기획재경위원회 소속 구의원 12명과 의회사무국 직원 3명 등 15명은 지난달 14일부터 21일까지 6박 8일 일정으로 호주·뉴질랜드 연수를 다녀왔다.
이들은 '달서구에서 추진 중이거나 추진 예정인 역점시책사업 관련 우수사례를 비교견학해 보다 나은 사업추진을 도모하고, 직면한 사회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주요정책방향을 모색'한다는 목적으로 연수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경비는 5700여만 원으로 1인당 381만 원이었다. 이중 350만 원은 달서구의회에서 부담하고 나머지 31만 원은 의원 개인이 각각 부담했다. 의원들은 또 각자 회비 20만 원을 추가로 모아 경비에 보태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달 14일 오전 달서구 학산공원에서 25인승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그런데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동 중 버스에서 일부 의원이 술잔을 돌리기 시작했고 점심시간에 들른 식당에서도 술자리가 이어졌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도 식사 때 맥주와 와인 등이 제공됐다. 이 과정에서 '술을 자주 마신 의원들은 공금을 더 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국외연수인데... 사진촬영만 하고 끝?
연수 프로그램 대부분 관광성 일정으로 진행됐다는 불만도 나왔다. 실제로 일정표를 보면 간담회 등 업무 관련 소통을 나눈 곳은 시드니 총영사관을 제외하면 노인복지센터와 어린이집 등 2곳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일정 13곳은 단순 방문으로 기념사진만 찍었다.
시드니에 도착한 15일엔 공식 일정으로 양털 건조장이 친환경 미래도시로 바뀐 그린스퀘어 지역을 방문했는데, 가이드의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블루마운틴 국립공원으로 이동해 관광을 즐겼다.
둘째 날에는 시드니 총영사관과 시드니의 한 어린이집을 방문한 후 과거 화물 하역장으로 쓰였던 바랑가루(Barangroo)에 들러 사진촬영을 하고 크루즈에 탑승해 시드니 항만을 감상하며 저녁을 먹었다.
토요일인 18일에는 뉴질랜드로 이동해 세계 8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는 '와카토모 반딧불동굴'을 관광하고 '와카레와레아'라는 곳으로 옮겨 온천욕을 즐겼다. 일요일인 19일에도 삼림욕을 즐긴 뒤 방문지인 로토루아 방문자 인포메이션센터와 로토루아 시청에서 사진을 찍고 관광을 즐긴 후 호텔로 향했다.
일정 마지막 날인 20일에는 로토루아 노인 복지센터를 공식 방문했다. 한 의원은 "시설이 낡고 복지 수준이 우라나라보다 못했다"며 "오히려 뉴질랜드에서 우리나라에 노인복지를 보기 위해 견학을 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들은 뉴질랜드 공무국외연수를 이유로 '사일로공원을 방문해 시멘트 사일로 시설의 문화시설로의 재생사례를 통해 월배차량기지 이전 후적지 개발방안을 모색'한다고 밝혔지만 사일로공원에서도 사진촬영만 진행했다.
▲ 대구 달서구의원들이 지난 5월 14일부터 6박8일 일정으로 다녀온 호주와 뉴질랜드 해외연수 일정표 일부 내용 |
ⓒ 조정훈 |
김해철 의장 "간담회 마련해 사실 파악할 것"
이번 공무국외연수를 추진한 정순옥 단장은 잦은 술자리 지적과 관련해 "술을 마신 분들에게 물어보라"며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 제가 드릴 말씀은 없다"고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이어 "나는 술을 안 마시지만 기호식품이니까"라며 "쇼핑센터 방문도 팩트가 아닌 것도 있는데 편파적인 이야기만 듣고 기사화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해명했다.
또 술자리를 가졌다고 지목된 한 의원은 "술을 절대 마시지 않았다"며 부인했다.
이같은 외유성 출장 논란에 대해 김해철 달서구의회 의장은 "알려진 내용과 의원들의 이야기가 다른 부분이 있다. 음주 관련해서는 거론된 의원들의 이야기가 다르다"며 "간담회를 마련해 사실을 파악해 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논란이 됐던 지방의원들의 해외 연수를 없애고 문제가 된 연수에 대해서는 소요된 경비를 환수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사진만 찍고 온 일정 등에 소요된 경비는 즉각 환수해야 한다"며 "문제가 된 의원들에 대해서는 윤리특위에 회부해 징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런 조치가 없다면 법적, 행정적 수단으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도 "공무국외연수라고 해서 의정활동에 반영하라고 예산을 편성하고 반영한 것인데 실질적으로 놀러갔고 술자리를 벌인 것은 달서구민들에게 망신"이라며 "구민들에게 사과하고 의원들이 사용한 예산을 전부 환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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