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한그루는 벤츠 한대값"…소호리 '참나무숲' 탄생의 비밀
김윤호 2024. 6. 5. 10:50
울산시 외곽인 울주군 상북면 소호리에는 초등학교 운동장 2~3개 크기(5.9ha)인 숲이 있다. 수령 60살 된 참나무, 40살 전나무, 도토리를 맺는 상수리나무 등 90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룬 '소호 참나무숲'이다.
이 도심 변두리 참나무숲이 지난해 말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산림청)에 이어 최근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됐다. 울산시 측은 최근 참나무숲 속에 100대 명품숲과 국가산림문화자산 선정을 기념하는 입·간판을 세웠다고 5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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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 참나무숲엔 '독일'과 얽힌 특별한 사연이 있다. 참나무숲에 들어서면 1984년 4월 30일 소호리산림경영협업체가 세운 한독사업 종료기념비가 눈에 띈다. 한국과 독일이 산림 분야에서 최초로 협업해 조성한 숲이라는 뜻이다.
독일과의 특별한 인연
소호 참나무숲엔 '독일'과 얽힌 특별한 사연이 있다. 참나무숲에 들어서면 1984년 4월 30일 소호리산림경영협업체가 세운 한독사업 종료기념비가 눈에 띈다. 한국과 독일이 산림 분야에서 최초로 협업해 조성한 숲이라는 뜻이다.
백년숲 사회적협동조합에 따르면 소호 참나무숲과 독일이 인연을 맺은 것은 19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숲 일원은 민둥산이었다. 일제가 전쟁 물자로 나무를 베어가고 이후 6·25 전쟁, 난방·취사용 벌채 등으로 남아있는 나무가 없었다. 정부는 치산녹화사업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독일을 선진화한 임업 기술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백년숲 사회적협동조합 측은 "한국을 돕기로 한 독일 기술자들은 휴전선과 거리가 먼 남쪽이면서 녹화사업을 했을 때 나무가 곧고 크게 자랄 수 있는 곳을 선정해야 한다고 했고, 그렇게 해서 처음 찾은 곳이 소호 참나무숲 일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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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된 참나무 한그루는 벤츠 한 대 값이다'
이후 독일 기술자 80여명이 민둥산 살리기에 참여했다. 이들은 우선 주민이 숲 가꾸기에 참여토록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한새롬 백년숲 이사장은 "사업지 일대는 국유림보다 사유림이 많고, 당시엔 묘목을 땔감으로 그냥 베어버리는 일이 흔했다"며 "주민에게 나무의 소중함을 알리고, 나무 가꾸는 방법을 교육했다. 독일 산림청장이 '200년 된 참나무 한그루는 벤츠 한 대 값이다'는 말을 전하면서 숲가꾸기 참여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주민은 하나둘 호응하기 시작하자 본격적으로 나무 심기에 들어갔다고 한다. 참나무는 곧고 굵게 자라야 값어치가 있다. 그런데 제대로 심고 키우지 못해 비딱하게 자라기 일쑤였다고 한다. 독일 기술진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전나무를 사용했다.
참나무 사이 사이에 전나무를 심었다. 나무와 나무 사이 공간이 좁아지니 참나무는 옆으로 가지를 뻗지 않고 곧게 잘 자랐고 결국 숲은 보기 좋게 울창해졌다. '한독 공동 숲살리기' 프로젝트는 이렇게 10년간 이어졌다. 결국 1984년 민둥산은 울창한 숲으로 탈바꿈했다. 나무를 소중하게 심고 다루는 등 주민들이 함께 참여한 소호 참나무숲의 성공 모델은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한국 산림녹화 역사가 울산 산골짜기 숲에 담겨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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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부터 숲속 상설 전시회
지난달 30일 소호 참나무숲에선 백년숲 사회적협동조합이 주관한 ‘한독 산림협력 50주년 토론회-한독숲포럼'가 열렸다. 김종관 전 한독산림사업소장이 '기후위기·지방시대, 한국 숲의 미래상'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면서 과거 숲살리기 과정 등을 소개했다. 지난해 6월엔 베를린 주 독일대사관에서 소호 참나무숲 사진 등 숲살리기 기록이 소개돼 주목을 받았다. 올해 하반기부턴 소호 참나무숲 속에 한독 숲살리기 이야기를 주제로 한 상설 전시회가 열릴 예정이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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