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불가피한 선택" VS "성급하고 어리석은 결정"

국민의힘 "강대강으로 나가야"
민주당 "남북한이 더 불안정해질까 우려"

정부가 전날(4일) 9.19 군사합의의 효력을 모두 정지했다. 여야 간 입장 차이가 크다. 태영호 전 국민의힘 의원은 9.19 군사합의의 효력 정지를 두고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지만,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성급하고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윤석열 정부의 패착'이라고 말했다.

태영호 전 의원은 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9.19 군사합의의 효력 정지로 휴전선 일대에서의 군사적 긴장의 우려가 높아진 것과 관련해 "남북 간에는 예측 가능성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정부가 빨리 대응 수칙 만들어야 우발적인 충돌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태 전 의원은 정부가 확실하게 강에는 강으로 맞서야 도발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겠다고 밝히자마자 5시간 만에 (북한이) 꼬리를 내린 것 아닌가"라며 "우리가 굽어들었다면 꼬리를 내리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9.19 군사합의 효력이 앞으로 복원될 여지가 있다고도 내다봤다.

반면 부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서는 군사합의 효력 복원이 상당히 어렵다고 봤다. 그는 "오물 풍선과 관련해 탈북단체에서 몇십 배로 대응한다고 그랬다. 완충지역에서 크고 작은 도발, 그리고 우리가 예상치 못한 도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부 의원은 "북한은 도발 하더라도 어떤 제도를 파기하겠다고 한 적 없는데 정부는 이걸 파기하겠다, 효력 정지를 한다. 이는 제도의 기본적 취지를 모르고 하는 성급하고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본다"라고 했다.

그는 또 "실질적으로 제도, 대화, 협력의 중요성도 국가안보를 이루는 한 축인데 강대강만 생각하는 건 국가안보를 담보하겠다는 거 아니다"라며 "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해서 싸우겠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라고 설명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도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9.19 군사합의는 접경지역에서 우발적인 충돌을 막기 위한 조치였는데 효력 정지한다는 건 윤 정부의 패착"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라며 "윤 정부가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으니까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안보를 정치적인 수단으로 활용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라고 했다. 김 의원은 "확성기 방송을 우리가 재개한다면 북한은 거기에 대한 대응 도발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강대강' 전략으로 나가다 보면 남북한이 점점 더 불안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에서 날려 보낸 1000여개의 오물 풍선을 두고 앞으로의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앞으로 더한 것을 날려 보낼 수 있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부 의원은 "지금은 단순히 오물 풍선이지만 다음에는 더 강한 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상당히 우려스럽다"라면서 "대법원 판례를 보면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전단 살포 행위를 중지시킬 수 있다는 판례도 있다. 이런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김 의원도 오물 풍선은 새로운 형태의 도발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오물 풍선으로 끝날 것이 아니다. 북한은 우리의 허점을 알아냈을 것"이라면서 "만약 풍선에 폭발물이나 화학무기 등이 있었다면 큰 피해로 올 수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정부나 군에서는 이와 관련한 조치나 매뉴얼도 없다"라며 "군사 대비 태세를 강화하면서 평화를 만들어가는 작업을 해야 되는데 그러한 작업을 전혀 하고 있지 않으니 국민들이 너무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