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국가의 품격은 기억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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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은 또 하나의 휴일 정도로 가벼이 여길 대상이 아니다.
한국 사회가 직면한 현실 문제를 타개할 방안이 그 속에 녹아 있다.
현충일은 그런 날이다.
우리는 해마다 현충일을 맞이하지만, 그날의 사연에 관해 모르는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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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은 또 하나의 휴일 정도로 가벼이 여길 대상이 아니다. 한국 사회가 직면한 현실 문제를 타개할 방안이 그 속에 녹아 있다. 우리보다는 나를 앞세우는 게 당연하게 느껴지는 세상, 공동체의 일에 무관심한 사회는 국가적인 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사회의 원심력이 강해질수록 연결 고리는 느슨해지고, 결국 끊어지는 운명에 처한다.
현충일을 관통하는 희생과 헌신이라는 단어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멈춤과 쉼 그리고 성찰은 개인을 넘어 사회에도 필요하다. 사회 전체가 잠시 숨을 고르고, 뒤를 돌아보는 시간. 현충일은 그런 날이다. 그날은 어떤 이의 삶과 죽음 그리고 역사의 굴곡을 품고 있다.
나보다는 우리를 앞세운 어떤 이의 선택은 때로는 국가의 안위를 구하는 행동으로 승화한다. 우리는 그들을 영웅이라 한다. 세상이 모두 아는 유명인으로 기억되기도 하지만,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채 외롭지만 숭고한 삶으로 체화하기도 한다. 현충일이 다가오면 왠지 몸과 마음을 경건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가. 그런 마음을 품는 것 자체가 공동체의 기반을 단단하게 하는 실천이다. 느슨해졌던 마음가짐을 다잡고자 한다면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우리는 해마다 현충일을 맞이하지만, 그날의 사연에 관해 모르는 게 많다. 현충일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장병과 순국선열들의 충성을 기념하는 날이다. 1956년에 6월6일을 추모의 날로 정했고, 1970년 공휴일로 지정됐다. 6월6일 유래와 관련해서는 망종(芒種) 연관설이 힘을 얻는다. 망종은 곡식의 종자를 뿌려야 할 적당한 시기라는 의미의 24절기 중 하나다. 고려 시대부터 망종을 전후로 전몰장병 합동 제사를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충일은 본래 한국전쟁 희생자에 초점을 맞춘 날이었지만, 임진왜란 등 역사 속 국란과 일제강점기 시절 애국선열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현충일과 관련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이라는 단어는 유사한 의미처럼 사용되지만, 엄밀히 말하면 다르다.
순국선열은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싸우다 숨을 거둔 이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일제 강점기 시절 독립운동과 관련이 깊다. 실제로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순국선열은 일제의 국권 침탈에 항거하다 순국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호국영령은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킨 명예로운 영혼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한국전쟁 등 국란 상황에서 나라를 위해 싸우다 숨을 거둔 이들을 지칭한다.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의 뜻을 기려야 하는 이유는 역사의 교훈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국란은 다시 겪지 않을 과거의 일이라 말하기 어렵다. 만약 우리가 다시 국란을 겪게 된다면 내 한 몸 던질 이는 얼마나 될까. 미래를 생각하면 암담한 마음이 들지만,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회의 느슨해진 연결 고리를 다시 이어가는 여정, 국가는 그 길을 인도해야 한다.
"국가의 품격은 국가가 누구를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해 현충일 추념사 가운데 이 대목에 해답이 담겨 있다.
류정민 사회부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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