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세종병원서 희귀 심장병 환자들 심장이식 ‘새 삶’
인천세종병원은 중증 심장질환으로 수년간 고통받던 환자들이 체계적인 관리와 심장이식 수술을 받고 새 삶을 찾았다고 5일 밝혔다.
A씨(42)는 3년 전 다리 골절로 서울의 한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수술 전 검사에서 심장 및 혈관에 이상이 발견됐다. 전신 마취 시 쇼크 위험이 있어 정밀 검사와 치료를 먼저 받은 뒤에야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수술 후 6개월여간 거동이 불편해 회복은 더뎠다. 호흡곤란, 기침, 흉통 등이 심해 다시 병원에 입원해야 했을 정도다. 이때 확장성 심근병증을 진단받았다. 심장이 커지면서 심장 기능이 떨어지며 심부전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A씨는 입원 기간 중 증상이 악화돼 인천세종병원으로 전원했다. 약물 치료로는 호전이 없어 기계가 심장 기능을 대신하는 좌심실보조장치(LVAD) 삽입술을 받은 뒤 최근 심장이식을 받고 회복했다.
B씨(19)는 2년 전 고등학교 재학 중 갑작스레 발목 부종과 호흡곤란 증상을 보여 경기 수원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경과가 악화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고 A씨와 같은 확장성 심근병증을 진단받았다.
B군은 인천세종병원으로 전원한 뒤 체내 혈액에 기계 장치로 산소를 공급하는 에크모를 달고 중환자실에서 버티다 최근 심장이식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B씨는 “갑자기 찾아온 희귀 심장병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심장이식센터가 있는 인천세종병원에서 체계적인 관리와 이식수술까지 받고 마침내 회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 환자의 공통점은 그동안 문제 없이 살다가 갑자기 희귀 심장질환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비가역적 심근병증의 원인은 대부분 알려지지 않았지만 확장성 심근병증 환자의 20∼48%에서 가족력이 있고 연령에 의존해 발병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전신 유전 질환에 따라 2차적으로 발병하기도 한다. 가족성 확장성 심근병증처럼 특정 유전자변이로 확장성 심근병증만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중증 심부전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것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특발성인지, 가족성인지 감별하기 위해 3대에 걸친 가족력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 중에 설명되지 않은 급사가 있었거나 심부전, 심장이식, 부정맥, 뇌졸중 등 증상이 있었다면 확인이 필요하다.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은 “모든 종류의 심장질환은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그 상황이 중하다”며 “이전에 비해 심부전의 약물과 수술적 치료는 크게 발전했으나 비가역적 확장성 심근병증 중에서 회복되지 못하는 환자들도 분명 존재하는 만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치료에도 불구하고 입·퇴원을 반복하는 경우 심장이식이나 LVAD와 같은 적극적인 치료에 대해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중증 심부전을 적극적으로 보는 의료기관을 찾아 치료받는 게 중요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의 체계적 심장치료 시스템은 중증 심부전 환자들이 수년간 병마와 사투를 벌이다 새 삶을 찾는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역이다.
심장이식 수술은 뇌사 심장 공여자가 있어야 가능하다. 4시간 이내에 심장을 이어야 하는 등 신속함 역시 생명이다. 수술 자체는 물론 수술 전 이식 대기기간을 비롯해 수술 후 회복 관리를 위한 심장내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중환자의학과, 감염내과,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와의 협업 역시 필수다.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는 신속함과 협업은 물론 다른 병원에서 보기 드문 24시간 전문의 상주 시스템도 갖췄다. 지난 2017년 개원 이후 1000례가 넘는 심장 수술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심장이식 수술과 LVAD 수술 성공률과 유지율 모두 100%다.
김 센터장은 “심장이식은 각 진료과의 신속하고도 유기적인 협업체계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병원 전체가 움직여야 가능하다”며 “앞으로도 심장이식은 물론 모든 심장질환 치료 전·후 환자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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