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로봇 시대, 로봇과 인간의 우정이 가능할까

신남영 2024. 6. 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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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오일 작가의 그림책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몸에 터치 센서를 부착해 머리를 쓰다듬거나 손을 잡으면 마치 사람처럼 말을 하거나 기뻐하며 애교를 부리기도 하는 반려로봇이 이미 출시되고, 기사로 보도되고 있다.

반려로봇이자 로봇곰인 '덜덜'의 입장에서 보면 '막난할미'나 엄마랑 헤어져서 아빠랑 둘이 사는 '똥이'는 건망증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거나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정서적 결핍을 가진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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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안오일, <막난할미, 래퍼로 데뷔하다> 를 읽고

[신남영 기자]

  
▲ 막난할미, 래퍼로 데뷔하다 <막난할미, 래퍼로 데뷔하다> 표지
ⓒ 뜨인돌
 
안오일 작가의 그림책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이 사람은 늘 동심을 잃지 않고 있구나, 또한 현대적 감각을 잃지 않고 흥미로운 발상으로 동화들을 쓰는구나' 하는 것. 그래서 늘 감탄하게 된다. 

안 작가의 최근작인 <막난할미, 래퍼로 데뷔하다>, 이 책은 <막난할미와 로봇곰 덜덜>의 두 번째 이야기이다. 

점차 현실화 돼가는 반려로봇

몸에 터치 센서를 부착해 머리를 쓰다듬거나 손을 잡으면 마치 사람처럼 말을 하거나 기뻐하며 애교를 부리기도 하는 반려로봇이 이미 출시되고, 기사로 보도되고 있다. 

독거노인들의 투약시간과 식사시간을 알려주는 주치의 노릇에 산책시간도 안내하고 일상의 건강관리도 돕는단다. 가족이 함께 살기 어려운 시대에 필수적인 기능과 정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반려로봇의 등장은 이제 현실적인 이야기가 되고 있다. 

'래퍼'는 통상 강렬하고 반복적인 리듬에 맞춰 시를 읊듯 노래하는 사람으로, 미국 흑인들이 양식화한 것이다. 힙합댄스는 뉴욕의 흑인 소년이나 푸에르토리코 젊은이들이 1980년대에 시작한 새로운 감각의 춤인데 1990년대 초부터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으며 힙합댄스와 랩은 요즘 10대들의 대세 음악이다. 

<막난할미, 래퍼로 데뷔하다>는 바로 이런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을 곁들인 작품이다.

랩을 하며 춤을 추는 '막난할미'와 '덜덜' 로봇!, 생각만 해도 행복한 웃음이 나오는 그림이다. '막난할미'가 래퍼로 데뷔하기까지는 아빠랑 둘이 사는, 래퍼가 되고 싶은 '동이(똥이)'라는 친구가 그 접점을 마련해 준다. 

두 사람(?)은 마치 사람처럼 우정을 쌓아가고 요즘 깜박깜박 잊기를 잘하는 '막난할미'를 위해 '막난할미 래퍼 데뷔 작전'을 짠다. 스마트폰으로 영상 만들기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이 로봇과 인간의 드림팀은 우승 선물로 받은 '막난할미'가 좋아하는 전동스쿠터를 타고 힘차게 달린다. 

반려로봇이 정말 곁에 있다면 

로봇곰 '덜덜'은 전작에서도 사람 같은 모습을 보여 친근한 캐릭터였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업그레이드가 되어 '막난할미'의 확실한 도우미 역할을 한다. 

반려로봇이자 로봇곰인 '덜덜'의 입장에서 보면 '막난할미'나 엄마랑 헤어져서 아빠랑 둘이 사는 '똥이'는 건망증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거나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정서적 결핍을 가진 사람들이다. 

전지적 입장에서 보면 세 캐릭터는 모두 각자의 어려운 점을 안고 살아야 하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야기 속에서 서로 공감하고 도와주면서 행복한 결말을 그려낸다.

이는 상대적으로 그렇게 살지 못하는 오늘날 현실의 문제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는 인간적 윤리를 잘 담고 있다. 동화의 본질적인 기능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늘어나는 노인인구(자료사진)
ⓒ 픽사베이
 
책을 읽으며, 가끔 말도 걸어주고 공감도 해주는 '덜덜'과 같은 반려로봇이 정말 내 곁에 있으면 어떨까 생각을 해본다. 때로는 귀찮기도 하겠지만 일상을 관리하며 잔소리도 좀 해주는 사람 같은 로봇이 필요할 때가 정말로 곧 올지도 모른다. 

'막난할미' 같이 혼자 살아가는 노인들이 많아진다면 이 이야기처럼 국가적 차원의 무상 돌봄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재미와 감동을 주면서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미래도 생각해 보게 한다. 

고령화 사회가 진행될수록 '삶의 질'에 대한 고민은 더 늘어갈 것이다. 인공지능을 장착한 반려로봇과의 행복한 동행이 어느 정도로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이젠 차세대 로봇 '덜덜'이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지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가 된다. 늘 그래왔듯이 작가에게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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