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은 빛나지만…깊은 접속은 힘든 ‘원더랜드’ [볼 만해?]

장수정 2024. 6. 5.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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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수지와 박보검의 애틋한 로맨스도, 탕웨이의 뭉클한 모성애도 '원더랜드'의 겉핥기식 전개 안에서 빠르게 휘발된다.

'인공지능'을 주제로, 짐작 가능한 질문을 '감성적'으로만 풀어내면서, 심심한 작품이 된 '원더랜드'다.

'인공지능과도 정서적, 감정적인 교감이 가능할까'에 대해 질문하는 이 영화에서, 흔들리며 방황하는 정인의 감정은 곧 '원더랜드'의 메시지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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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박보검→탕웨이, 화려한 라인업으로 주목

배우 수지와 박보검의 애틋한 로맨스도, 탕웨이의 뭉클한 모성애도 ‘원더랜드’의 겉핥기식 전개 안에서 빠르게 휘발된다. ‘인공지능’을 주제로, 짐작 가능한 질문을 ‘감성적’으로만 풀어내면서, 심심한 작품이 된 ‘원더랜드’다.

5일 개봉하는 ‘원더랜드’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시작은 청춘들의 풋풋한 케미로 무겁지 않게 연다. 멀리 떨어져 있어 만날 순 없지만, 그래서 더 애틋하고, 또 풋풋한 정인, 태주의 케미는 마치 한 편의 멜로 드라마를 보는 듯한 재미를 준다. 그러나 두 사람이 여느 커플들과는 관계가 사뭇 다르다는 것이 점차 드러나고, 태주가 ‘원더랜드’ 서비스를 통해 복원이 된 AI(인공지능)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본격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태주가 의식을 되찾고 돌아와 반가운 것도 잠시, AI 태주와 진짜 태주 사이에서 정인이 혼란을 느끼면서 여느 멜로와는 다른 전개가 이어지는 것. ‘인공지능과도 정서적, 감정적인 교감이 가능할까’에 대해 질문하는 이 영화에서, 흔들리며 방황하는 정인의 감정은 곧 ‘원더랜드’의 메시지가 되기도 한다. 차가운 인공지능과의 관계에서 싹트는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하면서 ‘원더랜드’만의 분위기를 구축한다.

정인, 태주 커플 외에도 저마다의 이유로 원더랜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함께 전개된다. 어린 딸에게 자신의 죽음을 숨기기 위해 직접 원더랜드 서비스를 신청한 바이리(탕웨이 분)의 이야기부터 죽은 손자를 복원한 할머니(성병숙 분) 에피소드까지. 여러 인물들의 사연을 통해 AI를 둘러싼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애틋한 모성애로 감동을 유발하는가 하면, 할머니의 헌신을 통해 복잡한 감정을 유발하는 등 다양한 감정을 끌어내며 주제를 향해 착실히 나아간다.

이렇듯 풍성한 감정을 담아내며 ‘감성적인’ SF 영화의 매력을 구현하긴 하지만, 그 이상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여러 서사를 동시에 전개해 나가며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장점은 있지만, 겉핥기식 전개가 이어져 작품에 깊게 몰입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재미는 느낄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이들이 느끼는 혼란들이 짧은 서사 안에 표현이 되다 보니 때로는 캐릭터들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결국 ‘감성’으로 아름답게 포장한, 특별할 것 없는 SF 영화로 느껴지기도 한다. 인공지능을 소재로, 로맨스와 가족 서사를 적절하게 녹여낸 ‘원더랜드’만의 의미가 없지는 않지만, 이 정도의 서사로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을 수 있을지엔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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