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 선수→한화 데뷔전 포수' 김경문 감독과 재회 최재훈…"지금은 좀 내려놓으신 것 같다" [현장인터뷰]
(엑스포츠뉴스 수원, 유준상 기자) 스승과 제자가 다시 만났다. 사령탑이 첫 경기에 나선 날, 주전 포수는 공·수 활약으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한화 이글스 최재훈이 6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김경문 감독에게 승리를 안겼다.
최재훈은 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의 시즌 7차전에 7번타자 겸 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2타점 1볼넷 1득점을 기록하면서 팀의 8-2 승리를 견인했다.
2회초 첫 타석에서 볼넷으로 걸어 나간 뒤 득점까지 올린 최재훈은 4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 3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하지만 경기 중반 이후 기회를 놓치지 않으면서 중요한 점수를 만들었다.
최재훈에게 기회가 찾아온 건 팀이 4-1로 앞선 6회초 2사 1·2루였다. 최재훈은 볼카운트 1볼 1스트라이크에서 김민수의 3구를 공략해 좌전 안타를 때려냈고, 그 사이 2루주자 안치홍이 홈을 밟았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최재훈은 한화가 6-2로 리드하고 있던 8회초 1사 1·2루에서 이상동을 상대로 좌중간 2루타로 2루주자 노시환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상대의 추격 의지를 꺾는 점수였다.
경기 후 최재훈은 "여러 코치님께서 많이 말씀해 주셨다. 우중간을 보고 치라는 조언을 들었고, 또 공도 오래 볼 수 있다 보니까 올핸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재훈은 선발 황준서를 비롯해 장민재, 한승혁, 김범수, 박상원, 김규연까지 무려 6명의 투수와 호흡을 맞췄다. 무엇보다도, 황준서가 3이닝 4피안타 6사사구 2탈삼진 1실점으로 부진한 만큼 포수 입장에서도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최재훈은 "점수 차가 벌어지면서 투수들에게 그냥 가운데에 던지라고 얘기했다. 자신 있게 던지지 못하면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황)준서도 보면 볼이 많아졌고 제구도 흔들리더라. 마운드에 올라가서 피하지 말고 루키처럼 던지고, 또 후회 없이 내려오라고 했는데 그게 잘 안됐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마운드 위에서 (황준서의) 가슴을 두 번 때렸는데, 한 번 더 때리면 혼날 것 같았다. 준서의 표정이 안 좋았는데, 준서에게 '계속 맞아야 성장하는 것이고 피하다 보면 자신의 공을 던지지 못한다'고 말하니까 내게 '죄송하다'고 얘기했다. 그래서 준서에게 '내가 잘못했을 땐 네가 내 가슴을 때려도 된다'고 했는데, 알겠다고 하더라(웃음). 준서가 정말 좋은 투수인데, 좀 편하게 던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경문 감독이 한화 지휘봉을 잡은 뒤 처음으로 선수단을 이끈 가운데, 최재훈은 경기 전 사령탑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과거 최재훈은 2008년 육성선수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하면서 김 감독을 처음 만났다. 사령탑이 '포수 출신'인 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던 최재훈이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린 최재훈은 "해외 캠프에 같이 갔는데, 육성선수와 경험이 적은 선수들은 한국으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오기가 생기셔 뭐라도 보여주고 가야겠다는 마음에 어깨를 보였는데, 날 캠프에 남기더라. 팀이 육성선수를 등록할 수 있는 게 6월 1일이었는데, 감독님께서 날 보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5월부터 계속 1군 선수단과 동행했다. (김경문 감독님은) 내게 고마운 감독님"이라고 설명했다.
오랜만에 김경문 감독을 만난 느낌은 어땠을까. 최재훈은 "감독님은 웃으면서 잘하라고 하신 건데, '너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해서 그랬는지 좀 무서웠다. 감독님께 무섭다고 하니까 '내가 널 때리기라도 했니'라고 하시더라(웃음). 감독님께서 경기할 때 편하게 해주시고, 또 많이 응원해 주시다 보니까 선수 입장에서도 덩달아 힘이 난 것 같다. (감독님의 말씀대로) 잘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임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카리스마가 있는 분이라 다가가기가 좀 어렵기도 했고 말을 거는 게 힘들었는데, 지금은 좀 내려놓으신 것 같다. 선수들을 편하게 해주시고, 더 많이 응원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니까 더 힘이 났다. 이제는 편안하게 감독님과 얘기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사진=수원, 김한준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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