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손님만 몰래 해줄게요" 외국인 여권으로 한국인 면세해 주는 K뷰티샵

심성아 2024. 6. 5.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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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오후 3시께 서울 중구 명동의 화장품 가게 거리.

직원들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제품을 보여주며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손님을 모았다.

이날 서울 중구 명동과 동대문역사공원역,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일대의 화장품을 판매하는 사후 면세 사업장 15곳 중 6곳에서 외국인을 위한 택스프리 혜택을 적용해주겠다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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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직원 여권 도용해 면세 적용
해외로 물품 반출 안 해도 마땅한 처벌 없어

“코리안 뷰티, 한 번 보고 가세요!”

지난달 31일 오후 3시께 서울 중구 명동의 화장품 가게 거리. 직원들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제품을 보여주며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손님을 모았다. 매대에 진열된 화장품에 관심을 보이자 한 직원이 가격과 제품에 관해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는 조금 어눌한 한국어로 “한 장에 6000원인 마스크팩을 ‘외국인 택스프리(tax free)’를 적용해 5700원에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택스프리’에 대해 자세히 물으니 관광객들이 깜빡하고 놓고 간 여권이나 베트남 출신 직원의 여권을 스캔해 할인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 중구 명동과 동대문역사공원역,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일대의 화장품을 판매하는 사후 면세 사업장 15곳 중 6곳에서 외국인을 위한 택스프리 혜택을 적용해주겠다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2024 서울환대주간(Seoul Welcome Week 2024)’ 봄맞이 외국 손님 환영 행사가 열린 5월3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외국인들이 관광 및 쇼핑을 즐기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공공연하게 타인의 여권을 도용해 내국인에게 마치 할인해주듯 탈세를 유도하는 사후 면세 사업장들이 우후죽순 늘고 있다. 여권법에 따르면 타인 명의의 여권을 사용하거나 양도·대여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일부 화장품 가게 직원들이 말한 ‘택스프리’는 ‘즉시 환급형 사후 면세제도’다. 외국인 관광객이 면세점에서 1만5000원 이상의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 물품 대금에 포함된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를 출국 시 공항·항만 등지의 택스프리 환급창구를 통해 환급해주는 사후 면세제도와 달리 즉시 환급형 사후 면세 제도는 매장에서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가 차감된 금액으로 결제할 수 있다.

외국인이 출국 전 택스프리 창구를 들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내 사후 면세사업장은 지난해 기준 1만9934개로 집계된다.

현재 정부는 즉시 환급 제도를 확대해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내국세 환급이 적용된 물품 판매금액은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19년 2조7406억원, 2020년 3895억원, 2021년 591억원, 2022년 4970억원으로 주춤하더니 2023년 2조4317억원으로 크게 성장해 회복세를 보였고, 올해의 경우 4월까지 집계된 금액만 1조2255억원으로 나타났다. 관세청도 즉시 환급의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기존 즉시 환급 1회 거래가격의 한도를 50만원 미만, 총액 250만원 이하로 제한하던 것을 1회 거래가격 100만원 미만, 총액 500만원 이하로 늘렸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들의 편리성을 늘리는 만큼 불법 행위에 대한 감시망도 촘촘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제도의 도입 취지에 따라 외국인 관광객은 국내에서 구입한 면세 물품을 3개월 이내에 국외로 반출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고 해서 마땅히 처벌할 수 있는 근거는 전무한 실정이다. 물품을 기간 내에 반출하지 않은 외국인이 다시 한국에서 물품을 구매할 시에 즉시 환급을 적용해 주지 않는 게 전부다. 키오스크나 모바일을 통해서도 물품반출을 확인받을 수 있는 탓에 세관의 감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전문가들은 촘촘한 감시는 어렵더라도 불법 행위가 근절되도록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준규 경희대 경영대학 명예교수는 “매년 1%도 안 되는 기업들이 세무조사를 받지만, 세무조사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언젠가 조사받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는다”며 “이와 비슷하게 1년에 1~2번이라도 감시하면 마음 놓고 불법행위를 하진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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