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비·제조업·고용 '트리플 약세'…경기 하강이냐, 골디락스냐
소비·제조업 둔화에 노동시장도 냉각
경기 하강 우려 속 금리 인하 기대 상승
미국의 4월 구인 건수가 두 달 연속 감소해 3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소비, 제조업 경기 부진에 이어 노동시장 냉각까지 감지되며 미 경제 둔화 시그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인플레이션 과열을 뒷받침했던 고용이 식어가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시장은 미 경제가 본격 하강 국면에 빠질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골디록스' 국면을 이어갈지를 주목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미 노동부가 공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4월 구인 건수는 805만9000건으로 집계돼 2021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837만건)를 하회한 것은 물론 전월(835만5000건) 보다도 줄어든 수준이다.
업종별로는 헬스케어·사회지원 부문에서 20만4000건이 줄어들며 구인건수 감소를 주도했다. 주·지방정부 교육에서도 구인건수가 5만9000건 줄었다. 반면 사교육 서비스 부문에서는 5만건 늘었다. 채용률은 3.6%로 전월(3.5%) 대비 소폭 상승했다. 자발적 퇴직자 비율은 2.2%로 전월(2.1%)보다 소폭 올랐다.
미국 구인건수가 두 달 연속 감소해 3년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노동시장이 서서히 냉각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인플레이션 과열을 자극했던 노동시장이 식어가면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Fed가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내릴 가능성을 66% 넘게 반영하고 있다. 하루 전 59%대, 일주일 전 45%대에서 상승했다.
라자드의 로널트 템플 수석 시장 전략가는 "Fed가 완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증거가 축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Fed의 누적된 고강도 긴축 여파로 최근 미 경기 하강 신호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날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공개한 5월 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7로 전문가 예상치(49.8)와 전월 수치(49.2)를 모두 밑돌았다. 제조업 PMI가 50보다 낮으면 경기 위축을 의미하는데 미 제조업 PMI는 두 달 연속 위축 국면을 이어갔다. 다만 같은 날 S&P글로벌이 발표한 5월 제조업 PMI는 51.3으로 확장 국면이었고, 예상치 역시 상회해 지표 흐름이 엇갈렸다.
소비는 둔화했다.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지난 4월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개인소득과 실질 개인소비는 전월 대비 각각 0.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는 미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해 경기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제조업, 소비에 이어 고용 지표까지 둔화 시그널이 확인된 가운데 투자자들이 미 경제가 골디록스 국면을 이어갈지, 본격 하강 국면을 맞을지를 경계감 속에 주시하고 있다. 시장은 현재 고용 상황은 침체를 우려할 정도로 냉각되지는 않았다고 판단한다. 뉴욕증시는 전날 제조업 지표 부진으로 인한 경기 하강 우려에 하락했지만, 이날은 투자자들이 경기 둔화 가능성보다 금리 인하 기대에 반응하며 소폭 상승 마감했다.
시장은 미 경기와 금리 전망에 대한 추가 단서를 찾기 위해 7일 공개될 노동부의 5월 비농업 고용 보고서를 주목하고 있다. 5월 비농업 신규 고용은 전월 대비 18만5000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월에는 17만5000건 증가해 예상치(24만3000건)를 밑돌았다. 과열된 고용 시장까지 진정되면 소비 둔화, 인플레이션 하락세가 빨라질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이와 관련해 "고용 증가분이 12만5000~17만5000건을 유지하면 골디록스 범위에 들어가지만 이를 하회하면 경기 침체 가능성이 보다 부각될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세븐 리포트 리서치 설립자인 톰 에세이는 "골디록스 지표가 나온다면 지난주 변동성이 확대된 증시가 지속 안정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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