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행동 게임단 어려움 이해… ‘분배금 더 늘리겠다’ 약속”

이다니엘 2024. 6. 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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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시에이팅] 이정훈 LCK 사무총장
이정훈 LCK 사무총장이 지난 30일 서울 강남구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지난 스프링 시즌을 보낸 소회를 밝히고 있다. 윤웅 기자


속절없던 서버 마비 공격부터 적자 운영에 허덕여온 게임단의 집단행동까지. 국내 최고 인기 e스포츠 리그인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는 올봄 다소 어수선한 시간을 보냈다. 수개월이 흐른 지금은 괜찮은 걸까. LoL e스포츠를 총괄하는 이정훈 사무총장을 만나 팬들의 궁금증을 풀었다.

-지난 1월 리그 소속 게임단들이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성명을 냈다. 지금은 어떤 상황인가.

“2021년 프랜차이즈 리그를 출범하고 매달 1회씩 10개 팀 대표와 만난다. 대부분 팀이 비용은 많이 드는데 수익이 안 나서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는 말씀을 하신다. 방 안의 코끼리랄까, 실제로 리그 운영사와 팀이 가장 의견 불일치를 보인 건 리그 가입비 문제다. ‘라이엇 게임즈가 1000억원(팀당 100억) 꿀꺽 했다’는 말도 있지만 실제로 그 돈을 본 적은 없다. 분할 납부를 하고 있고, 팬데믹 등의 문제로 융통성 있게 조정했다. 남은 가입비를 모두 면제해달라는 일부 팀의 요구가 있었고, 저희는 최대한 조정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 논의 중에 성명이 나왔다.

성명으로 외부에 문제가 알려지는 바람에 해결해야할 이슈의 본질이 흐려진 건 유감이었다. 일례로 10개 팀 중 소위 상위권 팀과 하위권 팀은 이해관계가 완전히 상반된다. 각 팀과 개별적으로 논의해야 할 사안이 훨씬 많다. 뭉뚱그려서 공동 성명문이라고 나왔는데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팀이 있고 별도 연락해 ‘우리 팀의 생각은 다르다’고 말한 팀도 상당수 있다. 물론 팀들이 힘든 상황이란 점은 전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한다. 지금은 팀들과 원만히 대화하고 있다. 분배금을 더 늘리겠다고 약속했고 대부분 만족했다.”

-구체적인 팀 구제책은 무엇인지.

“성명과 별개로 얼마 전 존 니덤 글로벌 e스포츠 대표가 프로팀들과 공존 방안을 발표했다. 그간 LoL e스포츠는 기성 스포츠의 비즈니스 모델을 상당 부분 따라갔는데 이제는 대회를 통해 창출하는 게임의 부가가치가 코어임을 인정하고 게임 매출을 팀들과 나누기로 했다.”

-봄 시즌 디도스 공격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여러 기술적 가설을 세우고 현장에서 대응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러다보니 관중 없는 녹화 중계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팬들께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꼭 드리고 싶다. 오프라인 서버를 왜 구축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있지만 비용 문제는 결코 아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장단점이 뚜렷하다. 대회 클라이언트가 항시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진행했을 때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팀은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연습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디도스 공격이 들어왔을 때 방패를 들어 딱 막아내는 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장사가 잘되는 카페에 매일 500여 명이 와서 1000잔의 커피를 준비해 왔는데 누군가 갑자기 의도적으로 10만 명을 보내면 감내하기 어려운 것과 같다. 팬들께서 저희가 대비할 여력이 있는 회사라고 기대하고 있다. 비용을 아끼지 않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회 현장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했다고 판단한다. 선수와 스트리머가 겪는 불편이 여전하다. 솔로랭크를 하는 중 방해를 받고 스크림(연습경기)도 원활히 할 수 없다. 문제 해결을 위해 기술팀과 긴밀히, 정말 열심히 협조하고 있다. 또 수사기관과 공조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강구하고 있다.”

-LCK가 하향 추세라는 평가도 있는데.

“체감상 그렇게 느낄 수 있지만 수치로 보면 한 번도 꺾인 적이 없다. 올해 봄 리그만 하더라도 평균 분당 시청자 수(AMA)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결승전은 중국 중계가 막혔음에도 역대 2위를 기록했다. 게임 또한 국내에서 매우 잘되고 있다.”

-한국 팀이 국제대회에서 잇달아 우승하며 다른 지역 인기가 식고 있다는 관계자들의 얘기가 있다. 스타크래프트처럼 갈라파고스화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 리그 책임자 입장에서 너무 잘해도 고민인 듯하다. 라이벌인 중국의 경우 확실히 작년에 한국이 우승한 여파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얼마 전 다른 지역 e스포츠 책임자들과 회의를 했는데 놀랍게도 올해 봄 시즌 수치가 모든 지역에서 급상승했다고 한다. LoL e스포츠가 내리막이라는 얘기는 수긍하기 어렵다.”

-‘돌고 돌아 티젠(결국 티원-젠지가 결승전에서 붙는다는 풍자)’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팀 간의 투자 양극화로 팬들은 흥미가 떨어지고 피로감이 있다고 말한다.

“이 부분은 리그에서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고 문제라고도 여기지 않는다. 약 2년 반 정도 이런 추세가 지속됐는데 어느 스포츠에서든 이 정도 기간 강팀이 주도하는 양상이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위적으로 손을 대기보다 중하위권 팀들의 어려움은 무엇인지, 어떻게 더 투자하도록 유인할지를 고민하는 편이다.”

-10년 후 LoL e스포츠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면.

“e스포츠는 게임을 매개로 하는 스포츠 활동이다. 그런 관점에서 LoL의 지속 가능성을 봐야 하는데 10년 전과 비교해 지금의 LoL은 완전히 다른 게임으로 진화했다. 때문에 저는 앞으로의 10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꼭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지 않더라도 10년 뒤엔 세대를 아우르는,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야구팬인 제가 직접 야구를 하지 않더라도 계속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챙겨보는 것과 같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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