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종량제 추진했더니 살해협박…그때 YS 결단 있었다"
1994년 12월 전국 각지에서 쓰레기 버리기 대소동이 벌어졌다. 이듬해 1월 1일자로 시행되는 ‘쓰레기수수료종량제’ 전국 시행을 앞두고서다.
쓰레기를 버리는 만큼 돈을 내도록 정책이 바뀌자 전국 곳곳이 쓰레기 무단 투기로 몸살을 앓았다. 하지만, 종량제가 시행된 지 30년이 된 지금은 전세계가 인정하는 성공적인 환경 정책으로 꼽힌다. 일본과 대만도 한국 사례를 참고해 제도를 개선하거나 도입했다.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종량제 정책 주역으로 꼽히는 심재곤 환경인포럼 대표를 만났다. 도입 당시 환경처 폐기물정책과장이었던 심 대표는 “사표를 품고 다니며 사생 결단으로 정책을 추진했는데, 아파트 쓰레기 집하장에 득실대던 바퀴벌레나 쥐를 보기 어려울 만큼 환경이 개선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살해 협박 당하면서도 종량제 추진한 공무원
199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의 쓰레기 문제는 심각했다. 1인당 생활 쓰레기 배출량은 1985년 514㎏에서 1991년 778㎏까지 증가했다. 쓰레기량이 급증하면서 매립지와 소각장 부족은 만성적인 사회 문제가 됐다. 쓰레기 종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심 대표는 “이미 가구당 폐기물 수수료가 있었지만, 일정 수수료를 내면 마음껏 쓰레기를 버릴 수 있었기 때문에 정책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면서도 “종량제 시행은 가계와 기업의 저항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부담이 큰 정책이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환경처 내부의 반대가 극심했다. “잘 안 되면 책임을 어떻게 질 거냐”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현실성 부족을 이유로 반대했고, 시민단체들도 수수료만 오르고 또다른 봉투 쓰레기를 양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심 대표는 당시 환경운동연합 최열 사무국장(현 환경재단 이사장) 등 일부 환경단체와 학계 등에서 말하는 종량제 도입이 옳다는 확신을 가졌다. 배출량에 비례하지 않으면 수수료를 올려도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YS 결단, 환경처→부로 승격시키며 지원
김 전 대통령은 정책 재가에 그치지 않고 힘을 계속 실어줬다. 환경처가 1995년 종량제 시행과 함께 환경부로 승격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종량제 도입 과정에서 시민들은 혼란과 불편을 겪기도 했다. 자영업자들의 폐기물 부담으로 음식값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에 대해 심 대표는 “시범 지구에서 먼저 정책 성과를 확인하고 시민 사회와 언론도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차츰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고 정책 수용성이 올라간다”며 “당장의 불편 사항으로 인한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사회 전체의 이익을 생각하면 결국 그게 모두의 이익으로 돌아간다는 걸 국민도 안다”고 말했다.
“쓰레기 정책 대대적 리모델링 필요”
하지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량이 늘면서 1인당 배출량도 2022년 446㎏을 기록하는 등 반등하고 있다. 재활용률도 정체돼 다시 한번 쓰레기 정책에 강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 대표는 “종량제 시행 후 30년이 흘렀고 쓰레기 정책도 대대적인 리모델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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