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민경배 (3) 잔악한 일제의 전횡 견뎌내고 해방 맞이한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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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하 한국교회에서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연극을 하면서 지내는 것이 큰 축제였다.
그런데 묘한 것은 성탄인데도 성탄 연극보다는 모세의 홍해 도하 연극을 더 많이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나는 해방 되고 얼마 후부터 신앙이 돈독했던 아버지 민상기 장로의 권고로 장연의 동부교회에, 매일 등교하기 전 혼자서 새벽 기도하러 다녔다.
여름이나 추운 겨울이나 새벽 일찍 일어나서 냉수마찰하고 교회에 가서 기도하고 내려오기를, 월남하는 1948년 4월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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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말씀 중 목사님 끌고 가기도
해방 후 신앙 돈독한 아버지 권고로
매일 등교 전 혼자 새벽기도 다녀
일제하 한국교회에서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연극을 하면서 지내는 것이 큰 축제였다. 그런데 묘한 것은 성탄인데도 성탄 연극보다는 모세의 홍해 도하 연극을 더 많이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한국교회의 무서운 출애굽 곧 일제로부터의 탈출 해방을 연극을 통해 상징적으로 북돋우고 있었다.
그런데 1943년도 크리스마스 때의 일로 기억된다. 예배당에는 예배 때마다 일본 형사가 뒷자리에 꼭 2인씩 검색차 와 앉아 있었다. 그런데 목사님이 설교하면서 “만왕의 왕이신 우리 주님이...” 하는 말씀이 나오는 찰나에 “기미 다마레”(일본어로 ‘너 닥쳐’)라고 소리치더니 구둣발로 강대상에 두 형사가 뛰어 올라가서는 목사의 두 팔을 뒤로 묶고 끌어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더구나 찬송가에서 이른바 일제 국체에 저촉된다고 생각되는 찬송가 구절을 먹물로 다 지우라고 공포했다. 다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무서운 폭정 아래서 다른 길은 없었다. 예배는 먼저 동방요배라고 해서 일본 천황이 있는 동경 궁성 쪽을 향해 무릎을 꿇고 절을 하고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 교회당은 다 징발됐다. 내가 다니던 장연 동부교회는 징수돼 무서운 헌병파견대 건물로 쓰였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대개 다섯 가지 형태로 대응했다. 하나는 순교다. 주기철 목사 같은 이가 대표적이다. 둘째는 낙향이다. 시골이나 낯선 곳에 가서 숨어 사는 형태다. 정일선 같은 이가 그렇게 했다. 세 번째는 외국 망명이다. 만주 중국 일본 등으로 피란 간 셈이다. 만주 봉천의 박형용이 그 대표다. 넷째는 친일 부역이다. 시세를 따라 적극적으로 그런 전시체제에 협력한 부류들이다. 정춘수 채필근이 그러했다. 다섯째로는 일제 말기 단말마적인 그 시련 속에서 십자가는 떼어지고 찬송가는 먹칠하고 동방요배를 하고 일제 국가를 부르고서야 예배를 시작하는 그런 처절한 분위기라 할지라도 그 상처받은 예배당에 나갈 수만 있다면 출석해서 찬송가 부르고 기도하고 예배드린 무리가 있었다. 정인과가 그 대표적 인물이다. 나는 역사적으로는 이런 형태의 예배라 할지라도 할 수만 있다면 참여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리고 그런 이들이 무너진 교회를 지켜온 이들이라고 믿는다.
그러다가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연합국에 무조건 항복하고 한국이 해방됐다. 천황이 신격에서 인간으로 격하되고 전국의 신사들이 다 불태워지거나 파괴됐다. 하지만 그 해방의 감격은 잠시, 38선이 남북을 가르고 북쪽에는 광폭한 소련군이 진주하고 남한에는 우리의 영원한 우방이 될 미군이 일본군 무장 해제를 위해 진주한다.
내가 살던 장연은 북한이다. 김일성의 공산주의 국가가 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1948년 9월 9일 선포되고 남한에서는 유엔의 선거 시행으로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출범한다. 곧 대한민국은 유엔 곧 세계의 승인과 독려를 받으며 건국한다.
나는 해방 되고 얼마 후부터 신앙이 돈독했던 아버지 민상기 장로의 권고로 장연의 동부교회에, 매일 등교하기 전 혼자서 새벽 기도하러 다녔다. 여름이나 추운 겨울이나 새벽 일찍 일어나서 냉수마찰하고 교회에 가서 기도하고 내려오기를, 월남하는 1948년 4월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했다.
정리=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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