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학 목사의 우보천리] 저출산, 이젠 정말 뭔가 해야 할 때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0.72명을 기록하더니 올해 1분기(1~3월) 출산율은 또다시 0.76명으로 집계됐다. 1분기가 가장 출산율이 높고 후반부로 갈수록 줄어드는 것을 생각하면 올해는 0.6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로스 다우섯 뉴욕타임스 컬럼니스트는 올 초 “한국의 출산율은 14세기 유럽을 덮친 흑사병이 몰고 온 인구 감소를 능가하는 결과”라고 했다. 일본의 경제지 ‘머니1’은 연초에 인구 감소로 인한 한국경제의 저성장 추세를 언급하면서 ‘한국은 끝났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기도 했다. 외국은 한국을 보며 난리인데 우리만 평온하다.
일각에서는 “인구가 줄어드는 게 꼭 나쁜 것은 아니지 않은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생각해보면 인구가 덜 태어나는 것이 낫지 않냐.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에 속하는 우리나라로서는 경쟁이 그만큼 덜 치열해지고, 삶의 환경이 좋아질 수도 있지 않냐”고도 말한다. 하지만 이는 무지의 소치다. 저출산 문제는 그저 인구감소 문제만이 아니라 고령화와 연결되면서 인구의 구성비 자체가 질적으로 달라진다는 데 있다. 노동가능 인구의 감소는 말할 것도 없다. 국방의 의무를 감당할 인력, 심지어 수혈할 수 있는 사람까지 없어져 국가라는 공동체 자체가 기능장애를 겪다가 소멸하게 되는 상황이 저출산 문제다.
저출산의 이유로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로 과도한 경쟁에 남들보다 뒤처질까 불안해하면서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비정규직 비율은 41.4%다. 조금 나아졌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보면 최악의 수준이다. 그만큼 정규직으로 안정된 삶을 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니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것이다.
둘째는 높은 인구밀도에서 오는 주거비 부담이다. 셋째는 결혼과 출산의 가치관 변화 때문이다. 농경사회 때만 해도 생의 주기에서 결혼과 출산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하지만 산업사회 이후 특히 선진화된 사회로 갈수록 결혼과 출산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됐다. 심지어 한국사회의 젊은이들에게는 ‘해서는 안 되는 것’이 돼가고 있다. 경력이 단절되고 육아 비용이 많이 들며 이 과정에서 삶의 행복을 앗아간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여성들 사이에서 “최악의 단어가 ‘경단녀’(경력단절여성)”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그런데 이런 국가적 위기 앞에서 문제해결에 앞장서야 할 정치권은 여야가 서로 소모적인 정쟁에 여념이 없다.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는 헌법 제10조를 생각해 보면 사랑과 결혼과 출산 육아라는 인간의 가장 소중한 행복을 박탈당한 젊은이들 편에선 입법부와 행정부 전체가 책임방기요 탄핵감이라 할 수 있겠다.
국가는 말한다. “지난 18년 동안 38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아무 효과가 없었다”고. 그런데 실상 이 380조원도 OECD에선 평균 이하다. 세계 10대 경제강국이 2013년 부산 세계인구대회에서부터 공개 예고된 저출산 재앙을 두고 평균이하로 재정을 썼다는 것은, 그 효과는 불문하고 일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지금이라도 국가와 국민, 그리고 교회에 이르기까지 위기를 직시하고 뭔가를 해야 한다. 국가는 스웨덴처럼 노사정대합의를 이끌어 내 비정규직을 줄이는 등의 노동구조를 만들어 내고 출산과 육아가 가능한 기업구조를 만들어 내거나, 캐나다처럼 출산 가정에 피부에 와닿는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을 주거나, 미국처럼 대대적으로 이민을 개방해 이민자의 나라로 만들어 가거나, 프랑스처럼 국가가 팔을 걷어부치고 다양한 가족구조를 허용해서 출산을 장려해야 한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생육과 번성은 하나님의 축복이요 명령이다.(창 1:28) 국가에만 책임을 맡기지 말고 수시로 결혼과 출산의 성경적 가치관을 가르쳐 젊은이들을 계도함은 말할 것도 없고, 출산에 따른 장려금을 적극 지원하고 육아와 탁아제도를 교인 뿐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해 만들어 줘야 한다. 지금은 정말 뭔가를 해야 할 때다.
이상학 새문안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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