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원전으론 전력 감당 한계” LNG 사업 베팅하는 석유 공룡들

황민혁 2024. 6. 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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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시대를 지배해온 '석유 공룡'들이 액화천연가스(LNG)에 베팅하고 있다.

탈탄소 시대로 향하는 징검다리로써의 LNG 역할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들은 신재생 에너지보다 더 빠르게 기존 전력계통에 연결할 수 있고, 소형모듈원전(SMR)보다 성숙한 기술인 LNG가 탈탄소 시대로 가는 중간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석유 공룡들은 LNG 사업에 CCS 기술을 붙여 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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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기술력 활용… 탈탄소 시대 속도
포스코인터내셔널 광양 LNG터미널 전경. 포스코인터내셔널 제공


화석연료 시대를 지배해온 ‘석유 공룡’들이 액화천연가스(LNG)에 베팅하고 있다. 탈탄소 시대로 향하는 징검다리로써의 LNG 역할에 주목하는 것이다. LNG 발전은 기존 기술과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 경제적인 동시에 석탄·석유 발전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다. 한국 산업계도 LNG, 그리고 이와 연동된 탄소 포집·저장(CCS), 수소, 암모니아 등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지난 3월 엑슨모빌은 2030년까지 LNG 생산 규모를 연간 4000만t으로 늘리는 계획을 앞당겨 실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람코는 지난해 9월 LNG 관련 첫 해외 투자를 단행했다. 유럽의 쉘 역시 LNG 판매 비중을 지난해 22%에서 2030년 26%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오일 메이저기업들은 신재생 에너지와 원전만으로는 인공지능(AI)의 부상, 전기차 전환 등으로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 이들은 신재생 에너지보다 더 빠르게 기존 전력계통에 연결할 수 있고, 소형모듈원전(SMR)보다 성숙한 기술인 LNG가 탈탄소 시대로 가는 중간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석유 공룡들은 LNG 사업에 CCS 기술을 붙여 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전량 포집해 땅이나 바다에 묻는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생산한 저탄소 천연가스로 수소를 만들면 블루수소가 되고, 이 블루수소를 질소와 결합하면 블루 암모니아가 된다.

국내 기업들도 이런 흐름에 올라탔다. SK E&S는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서 CCS 기술로 저탄소 LNG를 생산하고, 이를 국내에 들여와 블루수소를 생산하려고 한다. GS, 포스코홀딩스, E1 등은 블루 암모니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조선 업계는 증가하는 LNG 수송 수요에 관련 선박 건조 능력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암모니아 및 수소 운반·추진선, 이산화탄소 운반선 등 신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하지만 ‘원전 대 신재생’이라는 정쟁 구도에 매몰된 정치권에서는 LNG 역할에 대한 논의가 실종된 상태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따르면 전체 발전량 중 LNG 비중은 지난해 26.8%에서 2038년 11.1%로 줄어든다. 글로벌 흐름과 국내 전력정책이 엇박자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LNG 업계 관계자는 4일 “원전은 가동, 정지, 출력 조절에 긴 시간이 걸리고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나 시간에 따라 발전량이 오락가락한다”며 “LNG 같은 유연성 전원의 비중이 줄면 전력 수요 변동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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