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제도권 내 진입 새로운 전기 맞은 기독대안학교… 성경적 세계관에 기반한 교육과정 개발 시급
30여년의 역사를 지닌 기독대안학교의 출발은 대부분 미인가 교육기관이었다. 그러다 4년 전 ‘대안교육기관법’ 제정으로 법 테두리 안에 들어오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이른바 ‘기독대안교육 2.0’ 시대를 연 것이다. 교육과정의 자율성과 학교운영의 안정성을 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동시에 기독인재를 양성하는 세밀한 교육과정의 개발과 관련 법·제도 정비 등 뒤따라야 할 개선 과제도 많다.
4일 한국기독교대안학교연맹에 따르면 기독대안학교의 역사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교회의 부흥이 정점에 달하던 때다. 기독교 계열의 유아대안학교, 중등대안학교, 고등대안학교가 줄줄이 생겨났다. 2002년부터는 기독초등대안학교가 설립됐다. 일반 대안학교에선 신앙교육이 불가능했지만 일반 교육에 더해 신앙교육을 병행하는 기독대안학교가 잇따라 생겨났다.
다만 법과 제도가 미비해 대다수가 미인가 학교였다. 미인가인데 학교 명칭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고발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영리 목적의 학원도 내지 않는 부가가치세를 내야 하는 압박은 압박대로 견뎌야 했고 급식비 등 받아야 할 각종 지원은 받지 못한 세월이 20년 넘게 이어졌다.
기독대안학교에 있어서 2020년은 기념비적인 해다. 당시 국회에선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이 통과됐다. 골자는 미인가 기독대안학교도 ‘등록’만 하면 법 테두리 안으로 들어와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혁재 한국기독교대안학교연맹 이사장은 “마치 호적을 얻은 것처럼 대안학교가 또 하나의 교육의 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며 “학교 운영의 안정성이 담보됐고 사회적 책임도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기독교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학교운영이 법적으로 가능해졌다는 점이 큰 진전이다. 대안교육기관법에선 학교에 운영위원회를 설치하도록 돼 있다. 교원, 학부모 대표 등이 운영위를 구성해 학칙, 예결산, 교육과정 등을 심의한다. 즉 학교 교육과정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것이다. 운영위에서 종교교육을 결정·시행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기독교 정체성도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기독대안교육 2.0시대로 나아가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성경적 세계관에 기반한 자체 교과서 개발이 절실하다. 그동안 많은 기독대안학교는 해외의 대안교육 교재를 도입했지만 대부분 적응하지 못해 실패했다. 교계와 협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성경적 교재를 개발하는 게 첫걸음이라는 제안도 있다.
체계적인 기독교육과정 개발도 요구된다. 제대로 된 기독교육과정이 없다 보니 일부 기독대안학교는 일반 학교처럼 국영수 중심의 교육에 치우치는 등 공교육을 따라가고 있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기독대안학교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한국교계의 협력이 필수다. 이상찬 별무리학교 교장은 “교계가 다음세대의 경건한 교육을 위해 기독대안학교의 중요성을 인지해야 한다”며 “교계의 재정적 심리적 지원이 있어야 교육의 본질과 정체성을 지켜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교계가 기독대안학교를 선교지로 바라보는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대안교육기관법과 관련된 하위법 정비도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세법 개정이다.
김신아 전 우리기독학교 교장은 “다른 교육기관과의 형평에 맞춰 학부모가 낸 학비가 일정 부분 공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소득세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국회에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공교육 시설에서 학생들이 다치는 경우 보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도 대안교육기관에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밖에 지방세특례제한법, 학교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 요금 감면을 위한 수도법 시행령 등에 대한 개정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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