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반도체와 K팝의 미래, 괜찮을까

김준엽 2024. 6. 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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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컴퓨텍스 2024'는 인공지능(AI) 시대에 대만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톱 10에는 스트레이 키즈(3위), 투모로우바이투게더(7위), 뉴진스(8위) 등 4팀의 K팝 아티스트가 포진됐다.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 간의 갈등으로 인한 대중들의 피로감도 장기적으로 K팝에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다.

전 세계 K팝 팬들이 이번 사태를 지켜보고 있고, 그 파장은 나비 효과처럼 커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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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엽 문화체육부장


올해 ‘컴퓨텍스 2024’는 인공지능(AI) 시대에 대만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이 전시회는 해마다 대만에서 열리는 IT 전시회다. 1월 미국에서 열리는 CES, 9월 독일에서 열리는 IFA보다 규모나 관심도 가 떨어지는 행사였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엔비디아, AMD, 퀄컴, 인텔 등 내로라하는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컴퓨텍스를 찾아 AI 반도체 신제품을 꺼내 들었다.

그만큼 AI, 특히 AI 반도체에서 대만이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걸 보여주는 현상이다. 중심에는 파운드리 세계 1위 TSMC가 있다. 대만은 TSMC를 중심으로 반도체 생태계를 촘촘하게 구축해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수요를 빨아들이는 중이다.

한국 기업들은 최전선에서 밀려난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최근 10년간 지켜봐 온 모습과는 너무 다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CES에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기업들은 주인공이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CES의 ‘헤드라이너’(공연을 대표하는 가수) 같은 존재였다. CES에서 삼성전자 부스는 과거 일본 소니가 쓰던 곳이다. IT업계의 패권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 업체 부스에서는 국내 제품의 디자인을 베낀 걸 버젓이 전시한 것도 현장에서 CES를 지켜보며 소위 ‘국뽕’이 차오르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

반도체 절대 강자였던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밀리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마트폰은 애플과 중국 업체의 공세에 고전 중이다. 장밋빛 미래만 있는 줄 알았는데, 어느새 미래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반도체, 스마트폰 못지않게 K팝도 전성시대다. 방탄소년단(BTS)은 비틀스 이후로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다른 K팝 스타들의 인기도 대단하다. 그룹 세븐틴은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의 ‘2023년 글로벌 아티스트 차트’에서 테일러 스위프트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톱 10에는 스트레이 키즈(3위), 투모로우바이투게더(7위), 뉴진스(8위) 등 4팀의 K팝 아티스트가 포진됐다.

그런데 올해 들어 우려스러운 신호가 감지된다. 우선 르세라핌의 ‘코첼라 라이브 논란’이다. 세계 최대 음악 시장인 미국에서 한국 아이돌 그룹이 본격적으로 무대에 서는 건 이제 시작 단계다. 그런데 노래 실력을 두고 논란이 생기는 건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아이돌이 ‘보는 음악’을 지향한다지만, 음악은 기본적으로 듣는 것이다. 기본이 안 되면 전 세계 팬들을 설득할 수 없다.

한국 아이돌 육성 시스템은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춤, 노래 등이 완성되지 못하면 데뷔에 5~6년이 걸리기도 한다. 적어도 3세대 아이돌까지 라이브 무대를 두고 논란이 생겼던 기억은 나지 않는다. 외형적 성장에만 취해 기본을 잃지 않았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 간의 갈등으로 인한 대중들의 피로감도 장기적으로 K팝에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다. 엔터 기업이 일반 기업과 다른 점은 팬덤과 이미지가 매출과 강한 연관관계를 갖는다는 점이다. 일반 기업에서 경영진 간에 갈등이 있다고 한들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오면 매출엔 영향이 없다. 하지만 엔터 업계에서 팬덤끼리 서로 손가락질을 하며 싸우면 피해는 고스란히 아티스트에게 돌아간다. K팝 시장은 국내에 국한하지 않는다. 전 세계 K팝 팬들이 이번 사태를 지켜보고 있고, 그 파장은 나비 효과처럼 커질 수도 있다.

김준엽 문화체육부장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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