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이 자초한 9·19 효력 정지…긴장 관리 대책도 고민해야

2024. 6. 5. 00:3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잇따른 오물풍선 등 집중 도발에 맞서 정부가 4일 국무회의에서 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 정지를 결정하자 조창래 국방부 정책실장이 후속 조치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연합뉴스]


오물 풍선 살포 등 집중 도발에 맞대응 조치


무력도발 대응 넘어 근본적 평화 방안 모색을


정부는 어제 국무회의에서 9·19 남북 군사합의 전체의 효력을 정지하는 안건을 상정해 심의·의결했다. 북한이 최근 오물 풍선 살포,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탄도미사일 18발 발사 등 집중 도발을 강행한 데 따른 맞대응 조치로 볼 수 있다. 9·19 군사합의의 전면적 효력 정지는 물론 북한이 자초했다. 하지만 정부는 향후 북한의 기습적·국지적 무력 도발 등에 만반의 대비책을 세워 국민을 안심시켜야 할 상황이기도 하다.

이번에 효력이 정지된 9·19 군사합의는 2018년 9월 19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채택한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다. 이 합의서는 남북의 상호 적대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당시 문 정부는 항구적 평화가 온 것처럼 자신만만해 했다.

하지만 북한은 문 정부 시절부터 9·19 군사합의를 수차례 위반했고 다양한 도발 행태를 보여 왔다. 2020년 6월에는 개성공단에 있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고, 최근에는 남북을 연결하는 주요 도로에 지뢰를 매설하며 적대감을 드러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을 수시로 발사해 유엔 결의를 보란 듯 위반했다. 9·19 군사합의는 문 정부 시절에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11월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자 윤석열 정부는 9·19 군사합의의 일부 조항에 대해 효력을 정지시켰다. 그러자 북한은 9·19 군사합의의 전면 폐기를 선언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번에도 9·19 군사합의의 전면 폐기가 아니라 전체 효력 정지 카드를 뽑아 일말의 여지를 남겨 두었다.

국방부는 9·19 군사합의로 제약받았던 모든 군사 활동을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조만간 군사분계선(MDL) 5㎞ 이내에서 포병 훈련이 가능해졌고, 북방한계선(NLL) 인근 서북 도서에서 해상 사격 훈련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위한 준비도 진행 중이다. 이번 조치에 반발해 북한이 기습적인 국지 도발 등을 감행할 우려가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2010년 3월의 천안함 폭침과 11월의 연평도 포격 도발뿐 아니라 2015년 8월에는 목함지뢰 도발을 일으킨 전례가 있다. 특히 민간단체가 6일 대북전단 살포를 예고하고 있어 조건부로 오물 풍선 살포를 중단한 북한이 조만간 또다시 살포에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부는 9·19 군사합의 전체의 효력 정지 조치에 따른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비해 철통같은 경계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군사적 대비책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민이 마음 놓고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북한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뿐 아니라 궁극적 평화 정착을 위한 창의적 방안도 다각도로 모색해야 할 시간이다.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