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도너번의 마켓 나우] 정치의 핵심은 통계가 아니라 스토리
전 세계가 올해 수많은 선거를 치른다. 선진국들은 대체로 후한 경제성적표를 받았다. 3년 전 호황에 비해 소비자 지출 증가율이 둔화했지만, 소비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 놀랍게도 인플레이션 둔화는 실업률 증가 없이 달성됐다.
정치인들은 경제 통계를 무기로 삼는다. 경제가 잘 돌아간다면 유권자도 행복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유권자는 경제 숫자들을 불신하는 경향이 있다. 경제 데이터가 표로 이어지지 않으면 정치인들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은 당연히 정치적 문제다. 소비자들은 식료품이나 연료 등 자주 구매하는 품목으로 인플레이션을 판단하기 쉽다. 안타깝게도 소비자가 자주 구매하는 품목들은 가격 상승 폭이 대체로 큰 편이다. 이에 반해 TV 가격이 내렸다고 인지하는 소비자는 드물다. 성공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둔화했다고 주장하는 정치인들은 “그렇다면 왜 1년 전보다 물가가 더 올랐죠?”라는 회의적인 질문을 받게 된다. 유권자들은 예전의 물가 수준을 기억하고 있으며 과거보다 현재의 가격이 높다는 데서 불공평함을 느낀다.
임금이 물가보다 빠르게 상승한다면 그나마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상쇄할 수 있겠지만, 유권자는 임금이 높아진 건 자신의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할 뿐 정치인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는다. 전반적인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믿고 있는 유권자들이 “더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현재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 나는 더 열심히 일해야 돼”라고 생각하는 상황은 결코 정치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많은 정치인은 자신들의 정책이 효과가 있다는 증거로 강한 GDP 성장률 같은 수치를 인용하길 좋아하지만, GDP는 유권자를 설득하기가 매우 어려운 숫자다. 생활 수준이 아니라 생산량을 측정하는 GDP는 추상적이고 부정확하기 때문이다. GDP가 약간 줄었다가 다시 약간 높아지더라도 대부분의 유권자는 일상 생활 수준 측면에서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결국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의 체감 인식이다. 1980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로널드 레이건(사진 오른쪽)은 유권자들에게 “4년 전보다 지금 살림살이가 더 나아졌나요?”라고 물었다. GDP 기준으로는 “그렇다”가 답이었지만, 유권자들은 GDP 데이터에 동의하지 않았고 지미 카터 대통령은 재선에 실패했다.
딱딱한 경제 통계에 의존하는 정치인은 성공 가능성이 작다. 선거에서 표를 가져오려면 경제 상황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따라서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경제 스토리가 중요하다. 스토리와 현실이 일치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말이다.
폴 도너번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성형해서라도 이건 만들라"…주역 대가의 돈 부르는 관상 | 중앙일보
- "개XX야" 교감 뺨 때리고 침 뱉었다…초3이 벌인 충격 만행 | 중앙일보
- “욕망에 충실한 엄마가 낫다” 정신과 의사 상식파괴 육아팁 | 중앙일보
- 대학 총장만 3번째인 야구선수…박노준 이끈 '1만개 전화번호' [안혜리의 인생] | 중앙일보
- "포르노 보는 것 같았다"…마돈나 콘서트 관객, 소송 제기 | 중앙일보
- '혼자 떠난다' 글 남기고 잠적…"신성훈 감독을 찾습니다" | 중앙일보
- 러시아 '비장의 무기' 꺼냈다…첫 자폭드론 '개구리' 위력 보니 | 중앙일보
- 앞글자만 읽어보니 '탄핵만답이다'…尹 겨냥 추미애 6행시 | 중앙일보
- 일왕도 박수 치며 "대단하다"…일본 홀린 25세 박하양의 연주 | 중앙일보
- '셔츠룸' 뭐길래…강남서 전단지 수십만장 뿌린 일당 붙잡혔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