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컷] ‘고질라 -1.0’의 불편한 소거법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배경의 ‘고질라’ 영화가 미국을 흔들었다. 지난 1일 넷플릭스를 통해 출시된 ‘고질라 -1.0(마이너스 원)’(사진)이다.
고질라 출시 7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작품으로, 지난해 12월 북미 개봉해 제작비의 8배 가까운 글로벌 매출을 올리며 일본어로 된 고질라 영화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올 초 아카데미 시각효과상도 받았다.
1998년부터 고질라를 자체 리메이크해온 미국에선 ‘고질라 -1.0’을 두고, 2억 달러대 할리우드판 고질라 영화들과 비교도 안 되는 저예산이지만 “역대 최고 고질라 영화”란 호평이 나온다. 할리우드판 고질라가 고대 괴수들의 대결 중심의 블록버스터로 변모해왔다면, ‘고질라 -1.0’은 1954년 원작 속 고질라의 기원에 충실했다. 미국의 핵무기로 인해 패전한 일본에 방사능 괴물 고질라가 출몰한 배경을 강렬한 특수효과와 어울려냈다.
실패한 가미카제(자살특공대) 파일럿 등 전직 군인들이 고질라에 맞서 자경단을 결성한다. 일본 군부의 생명 경시 풍조를 비판하는 반전(反戰) 영화를 자처하지만, 일본의 침략·식민지배 역사는 조금도 언급하지 않는다. 일본인들의 무고한 희생만을 강조한다.
한국 반응은 미국과 사뭇 다르다. 왓챠피디아에선 이런 리뷰도 나왔다. “가해의 역사는 말끔히 지우고 끊임없이 재생산해내는 피해자 코스프레” “패자의 트라우마를 고질라를 물리치는 영화로 극복하는 자위가 안타깝다”….
야마자키 타카시 감독은 전작 ‘영원의 제로’(2013)에서도 일본 전범 역사 부정주의자의 가미카제 조종사 이야기를 감상적으로만 담았다. 자국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에게마저 “거짓말 덩어리”라 비판 받았다.
역사적 사실을 교묘하게 소거한 영화는 역사를 왜곡해 관객에게 보여준다. ‘고질라 -1.0’ 호평이 착잡한 이유다.
나원정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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