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프리즘] 세종보를 그만 괴롭혀라

김방현 2024. 6. 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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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방현 내셔널부장

세종시 금강에 있는 세종보(洑)가 정상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세종보 수리를 마치고 조만간 물 담기를 시작하겠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4월 수문을 완전히 개방한 지 6년 만이다. 당초 지난달 물 담기를 하겠다고 했지만, 늦어지는 분위기다. 오랫동안 방치된 세종보는 망가진 상태였다. 수리 비용만 30억원 이상 들었다고 한다.

세종보는 세종시의 핵심 인프라인데도 수난을 당해왔다. 세종보는 노무현 정부가 행정수도를 건설하면서 계획했다. 행복도시건설청이 2007년 6월 행정도시 개발계획을 발표하면서 “수변 경관, 휴식공간 제공 등을 위해 보를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탄생 배경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과 상관이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 세종보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9월 완공됐다. 이게 불행의 씨앗이었다. 이후 좌파 진영은 세종보를 다른 4대강 보와 한 묶음으로 취급했다. 수질이 오염되고 환경이 파괴된다며 보를 없애라고 했다. 문 정권은 이에 호응했다.

세종시 금강에 있는 세종보가 재가동을 눈앞에 두고있다. 문재인 정부가 개방하고 방치한 지 6년여만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세종보에 물을 담지 못하면서 세종시도 어려움을 겪었다. 수변 경관이 사라진 것은 물론이고 물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서다. 세종시 도심을 관통하는 하천과 휴식 공간인 세종호수공원·국립세종수목원 등에는 물을 하루에 2만여t씩 공급해야 한다. 용수가 부족해지자 금강에 자갈로 임시 보를 만드는 등 이해하기 힘든 일이 잇따랐다. 또 100억원을 들여 새로운 취수원 확보에 나섰다. 심장이 고장 나자 온몸의 혈액 공급에 문제가 생긴 것과 비슷했다. 세종보에 설치된 수력발전시설도 놀렸다. 이 시설에서는 연간 1만1000여 명이 쓸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세종시는 세종보에 다시 물을 담으면 금강에 여러 관광 시설을 만들 계획이다. 금강 이응다리(보행교)에 있는 선착장 2곳을 활용해 도선(渡船)을 운항하고, 수상 레저용 보트를 띄운다. 수륙양용 카트 운행도 검토중이다. 이렇게 되면 세종시 금강은 물이 찰랑찰랑해지면서 서울 한강변처럼 멋진 장면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부 세력은 세종보를 계속 괴롭힐 태세다. 환경단체는 최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종보 재가동을 중단하고, 30년 전으로 후퇴시킨 물 정책을 정상화하라”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는 야당 소속 세종시 국회의원 2명과 조국혁신당 의원 등도 참석했다. 민주당 소속인 세종시의회 의장도 수질오염 등을 거론하며 세종보 가동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10여년 전과 달라진 게 없는 모습이다.

문명사회는 늘 치수(治水)를 고민해왔다. 세종보도 금강의 중요한 치수 대책으로 생겼다. 세종보를 방치함에 따른 문제도 많은 국민이 봐왔다. 치수를 소홀히 한 결과였다. 이제 세종보를 그만 괴롭혔으면 좋겠다.

김방현 내셔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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