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하이웨이’ 옆에 배터리·세탁기 공장…북미 공략의 첨병
LG 테네시 공장 가보니
축구장 크기의 35배에 달하는 24만7000㎡ 부지에 들어선 공장에선 전기차용 배터리셀을 만들고 있다. 공장 내부는 미국 등 어느 나라 언론에도 공개된 적이 없다. 어떤 설비를 사용하고, 설비를 어떻게 배치하는지 등이 모두 기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LG의 장비와 설비 기술로 생산된 배터리는 GM의 프리미엄 브랜드 캐딜락의 첫 전기차 ‘리릭’에 탑재됐다. LG의 배터리를 탑재한 리릭은 1회 충전으로 465㎞(국내 기준)를 달린다. GM 측 최고책임자인 크리스 드소텔스 공장장은 1억원이 넘는 자사의 첫 고급 전기차에 LG의 배터리를 쓴 이유에 대해 “LG는 오랜 경험과 차별화된 기술을 갖춘 최고의 파트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얼티엄셀즈 제2공장의 연간 생산 목표는 50기가와트시(GWh)다. 3세대 배터리 60만대분에 해당한다. 김영득 제2공장 법인장은 “최근 전기차가 일시적 수요 정체를 겪고 있지만, (전기차)침투율이 낮은 북미 시장은 장기적인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얼티엄셀즈 공장에서 북쪽으로 140㎞ 떨어진 클라크스빌에서는 LG화학이 7만6000㎡의 부지에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다. LG화학은 이 공장에서 2026년 양산을 시작해 2028년부터 고성능 배터리 60만대 생산에 필요한 6만톤의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를 생산할 계획이다. 미국 내 최대 규모다. 이 공장은 인공지능(AI)이 접목된 스마트팩토리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또 환경규제에 대비해 처음부터 100% 재생에너지로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LG화학 관계자는 테네시에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집중한 배경에 대해 “테네시는 조지아, 앨라배마 등 글로벌 완성차 회사가 위치한 8개 주와 경계를 맞대고 있는 완성차 생산의 요충지”라며 “LG는 GM 외에도 글로벌 10대 완성차 업체 8곳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가 구축하고 있는 ‘배터리 벨트’ 현장에서 다시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자 ‘LG 하이웨이’란 표지판이 나왔다. 테네시 주 정부가 붙여준 5.5㎞ 고속도로다. 고속도로 끝에는 LG의 슬로건에서 따온 ‘라이프스 굿(Life’s good)’이란 이름의 도로가 나왔고, 그 옆으로 125만㎡의 부지에 조성된 LG전자의 세탁기 공장이 보였다.
2018년 가동을 시작한 세탁기 공장의 생산 라인엔 스스로 공정을 터득하는 ‘딥러닝’ 기술이 적용된 로봇으로 가동되는 설비가 배치돼 있다. 그리고 설비 사이사이를 무인운반차(AGV) 170여대가 돌아다니며 필요한 자재와 부품들을 자동으로 공급하고 있었다.
LG전자의 테네시 공장은 2018년 1월 미국 가전사인 월풀이 삼성과 LG전자에 급격하게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자 트럼프 1기 행정부가 한국산 수입 세탁기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한 데 대한 대응 성격으로 가동됐다.
이후 국내 업체들은 품질 경쟁력을 앞세워 지난해 2월 종료된 세이프가드 기간 동안 오히려 미국 내 점유율, 총매출, 고용 인원, 급여 등 주요 성과지표를 개선했다. LG전자 테네시 공장의 손창우 법인장은 “통상 이슈가 생겨 또 다른 생산지를 마련해야 한다면 냉장고, TV 등 다른 제품도 이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테네시=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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