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효과 제대로네…라팍, 이제는 ‘홈런 맛집’
삼성라이온즈파크는 박병호(38)를 위한 맞춤구장인가.
2016년 개장한 삼성의 홈구장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홈에서 담장까지의 거리가 중앙은 122.5m, 좌우는 99.5m다. 잠실구장(중앙 125m, 좌우 100m) 다음으로 크다. 하지만 외야 담장 모양이 부채꼴이 아닌 팔각형 형태다. 그래서 좌우중간의 경우 다른 구장에 비해 거리가 짧다. 홈런 팩터(홈런이 나오는 비율을 다른 구장과 비교한 수치)도 매년 최상위권이다.
그런데 삼성은 새 구장을 지은 뒤 오히려 ‘홈런 적자’를 봤다. 안방에서 기록한 홈런보다 상대 팀에게 내준 홈런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8시즌을 치르면서 홈런이 피홈런보다 더 많았던 건 2019년과 2021년 두 차례뿐이다.
2019년(홈런 72개-피홈런 71개)은 사실상 ‘본전’에 가까웠고, 2021년(82개-70개)에만 홈런으로 이득을 봤다. 시즌 29홈런 중 21개를 라이온즈파크에서 기록한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의 활약 덕분이었다. 그해 자유계약(FA)선수로 영입한 오재일도 25개 중 15개를 대구에서 쳤다. 그러나 2022년(60-79)과 지난해(53-63)에는 삼성이 홈에서 기록한 홈런보다 상대 팀에게 허용한 홈런이 더 많았다. 그래서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부임한 이종열 단장은 라이온즈파크의 담장 높이를 올리는 걸 심각하게 고려했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왼손 거포 김영웅(21)이 부쩍 성장했고, 만년 기대주 이성규(31)도 장타력을 뽐내고 있다. 그 결과 지난달 28일까지 삼성은 홈구장인 라이온즈파크에서 33개의 홈런을 치고, 피홈런 32개를 기록했다. 그런데 지난달 29일 박병호가 트레이드로 삼성에 합류하면서 장타력이 더욱 좋아졌다.
박병호는 특히 이적 후 첫 경기부터 홈런을 치더니 최근 5경기에서 3개의 아치를 그리는 상승세다. 홈에서 다섯 경기를 치르는 동안 삼성이 뽑아낸 홈런은 9개. 이 기간 허용한 홈런은 5개였다. 박병호 합류 후 홈런 마진이 +1에서 +5로 바뀌었다. 이 추세라면 삼성은 라이온즈파크 개장 이후 가장 좋은 홈런 마진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박병호는 KT에선 타격 슬럼프에 빠져 좀처럼 선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박병호 스스로 ‘은퇴까지 생각했다’고 말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박병호는 삼성 유니폼으로 갈아입자마자 장타를 펑펑 터뜨리고 있다. 예민한 성격인 박병호가 편하게 마음을 먹고 방망이를 휘두른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양준혁 해설위원은 “선수가 팀을 옮기는 건 반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더구나 라이온즈파크는 박병호에게 잘 맞는 구장인 듯하다. 타자친화적인 구장이라는 점에서 박병호는 분위기를 바꿀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했다.
삼성은 그동안 오른손타자 갈증에 시달렸다. 간판타자 구자욱과 팀내 홈런 1위 김영웅은 모두 왼손타자다. 류지혁 역시 우투좌타다. 오른손 투수 상대 타율은 0.274로 나쁘지 않았지만, 왼손 투수 상대 타율은 0.257로 리그 평균에 못 미쳤다.
그런데 좌타자 오재일이 떠나고 우타자 박병호가 오면서 삼성의 공격은 짜임새를 갖추게 됐다. 1루수인 박병호와 오재일의 수비 실력은 막상막하다. 그런데 오른손타자 박병호가 가세하면서 삼성은 균형감 있는 타순 구성이 가능해졌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그동안 왼손타자 비중이 높다 보니 상대 팀의 왼손 투수가 나오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박병호가 합류하면서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흡족해했다.
삼성은 이만수·양준혁·이승엽·심정수 등의 거포를 배출했던 명문 구단이다. 팬들도 홈런이 늘어나면서 환호하고 있다. 양준혁 위원은 “삼성은 오래전부터 홈런으로 승부를 거는 시원한 야구를 했다. 라이온즈파크가 생긴 뒤 오히려 장타력 부재로 고민했는데 김영웅의 성장에 이어 박병호의 합류로 팀 분위기가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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