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로’ 열렸지만… 전공의 대표는 “안 돌아갑니다” 강경

김유나,이정헌 2024. 6. 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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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공의 사직서를 수리하며 재취업 퇴로를 열어줌과 동시에 복귀하는 이들을 향해 수련환경을 전면 개편하겠다는 출구전략을 내놨다.

정부는 4일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내렸던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을 해제하겠다며 전공의의 전향적 복귀를 기대하고 있지만 의료 현장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이날 환자단체들은 정부의 사직서 수리 허용을 계기로 전공의들이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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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면담 요청에 아무도 호응 안 해”
“조용한 복귀 상당수 나올 것” 관측도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4일 의료 관계자가 비상구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 정부는 이날 전공의와 소속 수련병원에 내린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 등을 철회하고 면허정지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정부가 전공의 사직서를 수리하며 재취업 퇴로를 열어줌과 동시에 복귀하는 이들을 향해 수련환경을 전면 개편하겠다는 출구전략을 내놨다. 정부 결정이 전공의 복귀를 얼마나 끌어낼지를 놓고 의료계 전망은 엇갈린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달라진 건 없다”며 전공의 복귀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정부는 4일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내렸던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을 해제하겠다며 전공의의 전향적 복귀를 기대하고 있지만 의료 현장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박 위원장은 정부의 행정명령 철회 방침에 “퇴직금은 준비가 되셨겠죠”라며 “이제는 뭐라고 하든 궁금하지도 않다. 응급실로 돌아가진 않을 겁니다. 잡아가세요”라고 SNS에 적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였던 박 위원장이 수련병원으로 복귀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서울 한 상급종합병원 레지던트 3년차 전공의도 “수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3·4년차) 전공의들은 그동안 수련기간이 아깝기 때문에 고민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전공의 수련 자체를 포기하려는 움직임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가 사직서 수리 방침을 밝힌 직후 이뤄진 수련병원별 전공의 내부 투표에서도 돌아가지 않겠다는 응답이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병원장에게 사직서 수리 권한을 주고 기대감을 표했지만 정작 사직 여부를 두고 전공의와 개별면담해야 하는 수련병원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또 진료유지명령 등 행정처분이 사라진 상황에서 이미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가 복귀를 위한 면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

‘빅5’ 대형병원 중 한 곳의 병원장은 “(명령 해제로) 전공의가 복귀할 수 있을지 예단하기 어렵다”며 “지금 전공의들은 전체가 같이 움직이는 것인지,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것인지조차 파악되지 않는 상황인데 이번 결정이 과연 전체를 움직이게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의 한 대학병원장도 “전공의와 교수들이 같이 면담을 하자고 했는데도 일단 반응이 없고 아무도 호응을 하지 않는 상황이어서 사직서 수리를 계기로 움직일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복귀한 전공의에 대한 구제 방안을 함께 내놓은 만큼 ‘조용한 복귀’를 택하는 전공의가 상당수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전공의가 요구한 7대 요구안 가운데 정부가 ‘의대 증원 백지화’를 제외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의 요구에 대해 의료개혁추진단을 통해 완수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더 이상 버틸 명분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은 “복귀하는 사람이 꽤 많을 수 있다고 본다”며 “정원 철회도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사직서 수리까지 정부가 열어뒀기 때문에 의사를 그만둘 것도 아니라면 본인이 손해를 감수하며 싸워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직서 제출을 위해 교수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복귀하는 전공의들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이날 환자단체들은 정부의 사직서 수리 허용을 계기로 전공의들이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환자들이 오래 고통받은만큼 전공의들도 복귀에 앞서 환자와 국민들을 향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나 이정헌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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