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아듀…“‘아이엠뱅크’라 불러달라” [CEO LOUNGE]
금융위원회는 5월 중순 ‘제9차 정례회의’를 열고 대구·경북권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은행업 인가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대구은행으로부터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신청을 받은 이후 민간 전문가로 구성한 외부평가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 인가 요건을 검토한 결과다.
창사 57년 이래 최고 ‘경사’를 주도한 이는 황병우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57)이다. 지난해 은행장 취임 후 올해 초 회장을 겸직하게 된 황 회장은 ‘전략통’이라는 별명답게 주도면밀하게 회사 위상을 높였다.
1998년 대구은행에 입행한 그는 일찌감치 ‘준비된 회장’ 면모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은행원 생활 중 경북대 경제학과 박사 학위를 따는 등 전문성을 높였다. ‘학구파’로 인정받은 그는 DGB경영컨설팅센터장, 기업경영컨설팅센터장, DGB금융 그룹미래기획총괄, 그룹지속가능경영총괄 겸 ESG전략경영연구소장 등을 지내며 지주·은행 내에서 전략 전문가로 두각을 나타냈다.
강력한 추진력도 그의 강점이다. 윤석열정부 들어 종전 시중은행이 독과점 성격이 짙어지면서 보다 건전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는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자 황 회장은 곧바로 TF를 만들고 전국 기자단 대상으로 대구은행이 첫 시중은행 전환 주인공이 돼야 할 이유를 대외적으로 공포했다. 그는 “은행권 경쟁 촉진과 소비자 후생 증대를 위한 메기가 될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악재’도 있었다.
지난해 본점에서 대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 금융당국은 이후 심사 과정에서 내부통제 체계의 적정성을 중점적으로 심사하겠다고 시사했다. 그러자 곧바로 황 회장은 또 내부통제 강화 조치를 진행했다. 증권계좌 임의개설 사고와 관련해서는 업무 단계별 분석을 거쳐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예금 연계 증권계좌 개설 시 ‘알림톡’을 발송해 고객 통지를 강화했다. 이외에 신분증 진위 확인, 계좌 비밀번호 입력 단계 추가, 각 지점 감사 확대 등의 대응책도 만들었다.
더불어 전반적인 준법감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사고 예방 조치 세부 운영 기준’을 마련하고 상시 감시를 확대·체계화하는 등 준법감시 체계도 개편했다. 황 회장은 대구은행 준법감시인에 ‘명령휴가(잠깐용어 참조)’ 권한을 부여하고, 준법감시부 주관으로 영업점 간 교차 점검을 매월 진행하도록 했다. 내부고발 포상금을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대폭 확대하는 식으로 내부고발 제도도 개선했다. 또 대구은행 주요 경영진은 “전사적인 쇄신과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제출했다. 이런 발 빠른 개선의 노력 덕에 결국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시중은행 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인가 발표 후 대구은행은 곧바로 사명 변경 작업에 들어갔다. 핵심 계열사인 DGB대구은행은 최근 개최한 임시 주주총회에서 상호 변경에 대한 정관 개정을 결의하고 ‘iM뱅크’로 사명을 바꿨다. DGB금융지주, 뉴지스탁을 제외한 주요 계열사 사명을 모두 ‘iM’으로 교체했다. ‘iM’은 ‘in the Moment’의 약자로, ‘고객의 관점에서 가장 필요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그룹’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단순히 대구은행만 바꾼 건 아니다.
비은행 계열사 역시 각각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정관 개정을 승인했다. 하이투자증권은 ‘iM증권’, DGB생명은 ‘iM라이프생명보험’, DGB캐피탈은 ‘iM캐피탈’, 하이자산운용은 ‘iM에셋자산운용’으로 변경된다. DGB유페이, DGB데이터시스템, DGB신용정보, 하이투자파트너스도 ‘iM’을 사용한다. 단, 하이투자증권은 일반 주주총회 소집을 위한 내부 절차에 따라 정관 변경을 진행할 예정이다. 뉴지스탁도 핀테크 기업의 특성을 살려 기존 사명을 유지하되, 신규 CI를 적용해 그룹 브랜드와 일체화할 계획이다.
그룹 관계자는 “시중은행 전환과 함께 시중금융그룹으로 변화하면서 고객에게 한발 더 다가가기 위해 브랜드를 일체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황 회장의 추진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소개했다.
다만 DGB금융지주 사명은 아직 교체 여부가 정해지지 않았다. 그룹 관계자는 “지주는 상장사라 통합 브랜딩 차원에서 사명 변경을 하려면 별도 임시 주총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모두 다 바꿔야 할지, 상징적으로 지주는 놔둘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황병우 매직 어디까지?
시중은행 전환 후 DGB금융그룹은 어떤 전략을 펼칠까.
황 회장은 “57년간 축적한 금융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취약계층과 함께하고 지역사회와 동반 성장하는 새로운 시중은행이 될 것”이라며 “확고한 건전성과 내부통제를 바탕으로 은행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종전 인터넷전문은행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준인터넷전문은행’ 역할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사실상 경쟁자로 보겠다는 말이다. 실제 지난해 기준 DGB금융그룹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순이익 격차가 83억원에 불과하다. 시가총액에서도 카카오뱅크는 11조원대 중반인 반면 DGB금융지주는 1조원대 중반으로 10분의 1 수준이다.
이와 관련 시중은행 전환은 호재다. 무엇보다 대출 금리 경쟁력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게 최고 강점이다. 그룹 관계자는 “사명 변경과 함께 시중은행으로 전환되면 금리 경쟁력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다. 대구은행이 발행하는 선순위채권 금리는 시중은행과 비교해 0.04%포인트 높은 수준”이라며 “조달금리가 높아 대출 금리 경쟁력에서 밀렸으나 시중은행으로의 전환 덕분에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니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더불어 전국구, 즉 다른 지역 진출도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6월 초 기준 대구은행 지점은 199개, 이중 대구·경상도를 제외한 지점은 10개 미만이다. 특히 충청도, 강원도, 전라도, 제주도 등에는 지점이 전혀 없다. 시중은행 전환 후 이들 지역에 진출, 추가 수익도 기대해볼 만하다. 다만 ‘신성’ 아이엠뱅크가 모바일뱅킹을 중심으로 영업 확장 전략, 성공적인 안착 여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질적으로는 인터넷전문은행 외에도 모바일뱅킹 영업 의존도가 높은 전북은행과도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황 회장에게는 ‘밸류업’ 숙제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우도형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구은행의 대손충당금전입비율(CCR)·NPL 비율이 높고 부동산 PF 관련 우려가 재기돼 보통주 자본비율 상승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DGB금융의 올해 1분기 기준 보통주자본비율은 11.07%로 전분기 대비 0.016%포인트 하락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점이다. 이 수치는 상장은행 중 가장 낮아 주주환원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황병우 회장은 “국내 최초 지방은행에서 32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을 탄생시키며 시중금융그룹이 된 만큼 이제는 하나의 브랜드 전략 아래 그룹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수도권에 iM 브랜드 정착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잠깐용어 *명령휴가 금융사고 발생 우려가 높은 업무를 수행하는 임직원에게 사측이 불시에 휴가를 가도록 명령하는 제도로, 임직원이 휴가를 간 동안 회사는 해당 직원의 금융 거래 내역, 취급 서류, 전산 기기 등을 조사해 부실·비리 여부를 확인한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2호 (2024.06.05~2024.06.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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