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모아타운 조합…‘빌라촌’ 화곡동 화색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4. 6. 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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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꿈도 못 꾸던 그곳

시정비사업을 진행하는 ‘모아타운(소규모주택정비관리지역)’ 사업이 진척을 보이고 있다. 모아타운은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저층 주거지를 10만㎡ 이내 지역으로 묶어 공동개발하는 소규모 주택 정비사업이다. 빌라가 밀집해 ‘전세사기’ 낙인으로 침체됐던 강서구 화곡동에서는 모아타운 특례를 적용해 조합까지 설립한 첫 사례가 나왔다.

강서구는 최근 화곡동 1130-7 일대 모아타운 내 모아주택의 조합설립인가를 처리했다. 앞서 이곳 주민들은 조합설립 동의율 요건(80%)을 웃도는 87.35%의 동의를 받아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했다. 조합은 앞으로 설계자, 시공사를 선정하고 통합 심의를 거쳐 사업의 핵심 단계인 사업시행계획을 신청하게 된다.

화곡동 일대 봉제산 주변 4곳(총 1171가구)은 지난해 말 모아타운으로 승인·고시된 바 있는데, 이 4곳 중 이번에 조합설립이 인가된 곳은 봉제산 주변 자연경관지구에 접한 곳이다.

이곳은 1980~1990년대 지어진 낡은 공동주택 11개동(165가구)과 구립어린이집 등이 있는 구역으로 건물 노후도가 100%에 달하고 주차난이 심해 주거 환경이 열악한 곳으로 꼽혀왔다. 주거 환경을 개선하려는 주민 의지가 강했지만 개발은 쉽지 않았다. 이 일대가 1종일반주거지역인 데다 자연경관 보호를 이유로 건축물 높이가 3층, 12m 이하로 제한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말 이 일대가 모아타운으로 승인·고시됐고, 강서구는 빌라 건축만 가능했던 이곳에 모아타운 특례를 적용해 2종일반주거지역으로 상향, 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줬다. 덕분에 주민들도 발 빠르게 소유주 동의서를 모아 조합설립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모아타운 사업지가 있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 (윤관식 기자)
모아타운이 뭐길래?

작은 주택가 헤쳐 모여 아파트로

모아타운은 신축·구축 건물이 섞여 있어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10만㎡ 이내 노후 저층 주거지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진행하는 일종의 ‘미니 정비사업’이다. 작은 주거지들을 합쳐 하나의 대단지 아파트처럼 짓고 지하주차장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지역 단위 정비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

모아타운으로 지정되면 지역 내 이웃한 다가구·다세대주택 필지 소유자들이 개별 필지를 모아 블록 단위(최소 1500㎡ 이상)로 아파트를 공동 개발하는 ‘모아주택(소규모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모아주택으로 사업을 추진하면 추진위원회 승인이나 관리처분인가 절차가 생략돼 사업 기간이 민간 재개발보다 최대 6년 정도 줄어든다. 빠르면 기존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는 데까지 4년 만에 끝낼 수도 있다는 의미다.

모아타운은 구역 지정에 필요한 노후도 기준이 낮다는 점도 장점이다. 모아타운은 구역 내 20년 넘은 노후 주택이 57%만 넘으면 사업이 가능하다. 민간 재개발(67%·3분의 2 이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후도 기준을 충족하기 쉽다.

이런 장점을 그동안 특별히 눈여겨봐온 지역이 화곡동이었다. 화곡동은 2007년 뉴타운으로 지정되면서 한때 개발 기대감이 컸지만 결국 일부 구역 지정이 무산되면서 매력이 반감한 곳이었다. 뉴타운 해제 구역 곳곳에는 신축 빌라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재개발을 다시 추진하고 싶어도 노후도를 충족 못해 지정이 어려운 곳이 많았다.

노후 주거시설과 빌라가 많아 그렇지 화곡동 교통이나 주거 인프라는 나쁘지 않다. 지하철 5호선 화곡역, 까치산역이 위치해 있고 역 주변으로는 다양한 생활 편의시설이 조성돼 있다. 곳곳에 다양한 공원이 자리 잡고 있으며 초·중·고 학군이 잘 조성돼 있어 주거 편의성도 나쁘지 않다. 새 아파트로 개발할 수만 있으면 얼마든지 재평가받을 동네라는 얘기다.

아직 추가분담금이나 투자 가치를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만약 모아타운 내 주택을 매수한다면 예상 추가분담금이 주변 대단지인 ‘화곡푸르지오(2176가구)’ 시세를 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이 단지 전용 84㎡는 지난 4월 10억6000만원(9층)에 주인을 찾았다. 시세가 한참 높던 2021년 11억~12억원대에도 사고팔렸던 아파트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현재 대지지분 10평 안팎 빌라를 보유한 사람이 전용 84㎡ 아파트 한 채를 받으려면 빌라 가격과 추가분담금을 합쳐 8억~9억원가량 필요할 것으로 본다. 화곡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새 아파트 시세가 화곡푸르지오와 비슷하거나 높은 가격에 형성된다고 가정하면, 모아타운으로 내 집을 마련하는 방법은 괜찮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에 조합을 설립한 화곡동 1130-7 사례만 보고 덜컥 모아타운 사업지에 투자하기에는 섣부른 감이 있다. 구역마다 권리산정기준일이 정해져 있고, 이 기준일까지 착공 신고를 받지 못한 사업의 토지 등 소유자는 모아주택 사업이 시행돼도 현금 청산 대상이다. 또 권리산정기준일까지 착공 신고를 했더라도 개별 모아주택의 조합설립인가 전까지 소유권을 확보해야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

내집마련 겸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이를 감안해 모아타운 대상지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곳을 미리 눈여겨보는 방법이 있다. 이외에 권리산정기준일로부터 2년 내 모아타운이 지정되지 않으면 필지에 대한 권리산정기준일이 자동 실효된다는 점을 유념하는 것이 좋다.

또 최근 일부 지역에서 주민 반발로 모아타운이 무산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화곡동 역시 사업 완주 여부는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지난해 모아타운 후보지로 선정된 광진구 자양4동은 구청 설문조사에서 실거주 주민 75.6%가 모아타운에 반대해 사업 철회 절차를 밟고 있다. 강남3구와 마포구 등에서도 모아타운 반대 움직임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모아타운은 재개발이 어려웠던 화곡동에 숨통을 트이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사업성이 낮아 분담금이 커질 경우 주민 반대에 부딪혀 사업이 수년간 공회전할 수도 있다”고 했다.

투기에 칼 빼 든 서울시
“주민 갈등·쪼개기 투기하면 모아타운 배제”
서울시는 재개발을 놓고 주민 간 이견과 갈등이 심한 지역, 개발 이익을 노리고 투기 세력이 몰린 지역에 칼을 빼 들었다.

최근 제4차 모아타운 대상지 선정위원회에서 서초구 양재2동 280 일대(면적 9만3235㎡)와 양재2동 335 일대(면적 7만5498㎡)를 모아타운 대상지에서 뺐다. 이 2곳은 모아타운 구역 내 주민 반대 의견이 토지 면적의 30~50% 안팎에 이를 정도로 주민 갈등이 있었다. 이에 시는 향후 모아타운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이들 지역을 탈락시켰다. 시는 주민 반대가 토지 면적의 60% 이상을 차지한 강남구 개포2동 159 일대(면적 3만9863㎡)도 모아타운에서 탈락시켰다.

이 밖에 지분 쪼개기 등이 벌어져 투기가 의심되는 곳에는 ‘보류’ 판정이 나왔다. 마포구 성산1동 250 일대(면적 5만1885㎡)는 도로 중 일부인 사도(개인 소유 도로)에서 지분 매각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시는 진입도로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재검토를 조건으로 선정을 보류했다.

앞으로 시는 주민 갈등이 심하거나 사도 지분 매각 등 투기가 벌어진 곳은 모아타운 사업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주민이 원하고 사업 실현성이 높은 곳을 사업지로 선정하겠다는 취지다. 김장수 서울시 주택공급기획관은 “모아주택·모아타운은 주민들의 사업 추진 의지와 사업 실현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사업 추진 반대 등 주민 갈등이 있거나 부동산 이상 거래 동향 등 투기 수요가 유입됐다고 판단되는 지역은 모아타운으로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2호 (2024.06.05~2024.06.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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